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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추천도서 - 기억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치과를 읽다>,

<성공병원의 비밀노트> 저자

 

 

 

 

 

 

책을 읽고 나면 놀라울 만큼 기억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설의 줄거리도 흐릿해지고, 감명 깊었던 문장은 이내 사라집니다. 누군가는 그래서 묻습니다. “기억도 못 할 걸 왜 읽느냐”고. 하지만 책은 반드시 기억되기 위해 존재하지는 않습니다. 책은 그 순간의 나를 다독이고, 흩어진 마음을 모으고, 어지러운 생각을 잠시 멈추게 합니다. 단숨에 지나쳐버린 한 문장이, 그날의 감정과 묘하게 겹쳐져 오래도록 남는 위안이 되기도 합니다. 그것은 기억이라기보다는 감응이며 흔적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남아 있는 마음의 결입니다. 물론 반복해서 읽고 밑줄을 그어가며 정리해야 하는 책도 있습니다. 그런 책은 우리를 ‘변화’로 이끌고, 삶의 방향을 살짝 틀어주는 힘을 갖습니다. 하지만 모든 책이 그런 기능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책은 ‘기억을 위한 책’이고, 또 어떤 책은 ‘머무는 마음을 위한 책’입니다.


책은 결국, 기억되지 않아도 괜찮은 방식으로 우리의 삶에 작용합니다. 잘 기억나지 않는 그 문장들이, 우리가 어딘가에서 조금 더 너그러워지고 단단해지는 이유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니 오늘도 조용히 책을 펼쳐 봅시다. 기억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언젠가, 내 마음 한편이 필요로 할 때 문득 떠오르는 문장이 되어 돌아올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책이 주는 가장 조용하고도 확실한 선물입니다. 기억의 기록은 흐려질 수 있지만, 마음에 남긴 감도는 오래도록 우리를 이끕니다.

 


환자 얼굴은 기억나는데 증상은 왜 가물가물할까?
‘기억 메커니즘’을 알면 기억과 사고가 더 탄탄해져

『기억한다는 착각』 김영사, 2025

 

치과의사는 매일 수많은 진료와 환자를 마주하며 빠르게 정보를 판단하고 기억해야 하는 직업입니다. 하지만 왜 어떤 환자의 말은 또렷이 기억나고, 어떤 정보는 금세 잊히는 걸까요? 『기억한다는 착각』은 뇌가 기억을 선택적으로 저장하고, 매 순간 재구성하며, 맥락과 패턴을 기준으로 작동하는 ‘기억의 메커니즘’을 명쾌하게 설명합니다. 환자의 얼굴은 기억나는데 증상은 가물가물한 이유, 반복되는 진료에서 중요한 차이를 기억하기 어려운 이유는 모두 도식화된 기억 방식과 관계가 있습니다.

 

이 책은 그동안 잊는 것이 잘못이 아니라, 오히려 뇌의 효율적인 전략임을 알려줍니다. 특히 기억과 상상이 같은 뇌의 회로를 사용한다는 설명은, 우리가 진료실에서 얼마나 많은 ‘예상과 상상’을 활용하고 있는지를 새삼 떠올리게 합니다. 또한 실수와 호기심이 기억을 강화하는 핵심임을 강조하며, 의사로서의 임상 판단과 학습에도 시사점을 줍니다. 지식이 쌓이는 순간보다, 실수하고 다시 배우는 경험이 더 오래 남는 이유도 이 책을 통해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기억은 고정된 기록이 아니라, 상상력으로 재구성되는 유동적 시스템이라는 통찰은 진료뿐 아니라 환자와의 관계, 팀 내 커뮤니케이션, 나아가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까지 확장시켜줄 것입니다. 치과의사의 기억과 사고를 더욱 탄탄하게 다져줄 한 권입니다.

 

 

지치고 흔들릴 때, 다시 마음을 다잡고 싶다면
경영의 신이 전하는 묵직하고 단단한 진짜 리더십

『부러지지 않는 마음』 21세기북스, 2025

 

치과의사를 포함한 많은 의료인은 고도의 전문성과 함께 리더십, 인내, 결정력을 동시에 요구받습니다. 진료 외에도 직원 관리, 환자 불만, 경영 압박이라는 삼중고 속에서 무너지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그런 순간,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버려야 할지 고민되는 이들에게 이 책 『부러지지 않는 마음』은 묵직한 위로와 단단한 방향을 제시해줍니다.

 

‘경영의 신’ 이나모리 가즈오가 강조하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노력’은 단지 일을 많이 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스스로를 단단히 붙잡는 마음가짐, 태도, 일에 대한 진정성을 회복하라는 메시지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핵심 가치를 붙잡고 흔들림 없이 걸어가는 법, 그것이 바로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선물입니다. 치과 운영과 진료 사이에서 매일 선택을 반복해야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버텨낸 사람’의 말로 전하는 진짜 리더십 수업입니다. 지치고 흔들릴 때, 다시 마음을 다잡고 싶다면 꼭 한 번 펼쳐보시길 권합니다.

 

 

노쇠한 부모의 돌봄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

후회 없는 이별을 준비하게 도와주는 안내서

『우리는 결국 부모를 떠나보낸다』 인플루엔셜, 2025


진료실에서 환자의 치아를 살피는 시간만큼이나, 우리는 종종 부모님의 건강과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예전보다 말수가 줄고, 기억력이 흐려지고, 어느 날 갑자기 병원 진료 예약을 혼자 하지 못하는 부모님의 모습을 마주하게 되는 날들. 『우리는 결국 부모를 떠나보낸다』는 그런 순간 우리 모두가 겪게 될 ‘이별의 준비’를 철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저자의 실제 간병 경험을 바탕으로 차분히 들려주는 책입니다.

 

환자의 통증을 다루는 일에 익숙한 치과의사들이지만, 부모의 노쇠와 이별 앞에서는 누구나 자식으로서 아프고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책은 돌봄의 현실을 과장하거나 미화하지 않고, 그 안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태도와 감정을 일깨워줍니다. 무엇보다 ‘할 수 있는 만큼만’ 돌보아도 충분하다는 위로와 ‘지금 곁에 있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의료인이기 이전에 누군가의 자녀로서, 이 책은 부모와 함께 보내는 시간의 의미를 되묻고, 후회 없는 이별을 준비하게 도와주는 진솔한 안내서가 되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