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달리는 길은 서로 달라도 보통 사람들이 함께 숨을 쉬는 세상에서는 추구하는바 혹은 최종 목적지도 비슷할 것 같습니다. “행복”이라는... 활활 타오르는 각오들과 머리 질끈 묶은 다짐들이 넘치고, 기대와 희망으로 활기가 감돌고 있는 “시작하는 시간”입니다. 지난해 부족하고 어려웠던 것들, 때로는 고난에 서로 갈등하였던 사건들을 뒤로하고, 2024년 새해를 맞이하였습니다.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길을 무작정 관성에 의해 끌려갈지, 자신의 냉철한 선택으로 새 길을 개척할지는 오롯이 본인의 몫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색안경을 끼고 왜곡되고 일그러진 색연필을 들지, 어둠을 개척하듯 밝은 빛이 가득한 세상으로 덧칠할지는 순전히 우리의 선택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아닌 줄 알면서도 대안이 없다는 핑계로 따르고 있지는 않은지? 해서는 안 되는 줄 알면서 방향키를 뒤집어 그려놓으려 하지는 않는지? 매 순간 성찰이 필요합니다. 내면이 갈등과 번민의 아우성으로 가득할 때, 조용하고 차분하게 내밀어지는 손을 잡을 줄 아는 것이 함께 살아감입니다. “여기로 가!”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외치는 선명한 화살표는 보통 사람들에게 올바르고
저출생·초고령화, 인구감소 시작, 근로시간 축소, 눈앞에 닥친 의료시스템의 개혁 압력에 대한 치협(치과의사)의 대응은 무엇이어야 할까? 지난 12월 2일자 뉴욕타임스 opinion에 기고한 Ross Douthat의 ‘Is south Korea disappearing?’은 한국이 당면한 가장 큰 위협을 출생률 저하로 보고 있다. 대체 수준이 1.5 명인데 한국은 0.7이하로 떨어져서 이런 추세라면 2060년대 후반에 3500만 명대로 미끄러져 국가의 존립마저 위태로워진다고 했다. 고용, 주거, 양육 환경이 국가차원에서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젊은 세대들은 결혼 대체재인 온라인과 컴퓨터 속에서 살아갈 것이며 한국은 소멸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치과의료는 노동집약적 특성이 강하기 때문에 인구 감소가 치과계에 미치는 네거티브 스트레스는 이미 가시화 되었고 더욱 가중되고 있다. 심화되고 있는 치과계 인력난과 내원 환자층 고령화의 변화를 보면 치과계의 앞날도 아무도 찾지 않는 놀이터의 빈 그네처럼 우울해 보인다. 임금의 급격한 상승, 근무시간 축소, 법적 행정적 리스크 증가는 피할 수 없는 추세인데 그에 대응하는 생산성(의료 기술, 진료비, 진료외 업무 간소화)은
“엄마”. 우리가 세상에 태어나 울음과 함께 처음 내뱉는 한마디다. 신이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 엄마라는 존재를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나에게도 나만의 수호신, 우리 엄마가 있다. 이것은 우리 엄마, 혹은 우리 모두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다. 내가 5살 때의 일이다. 그날은 엄마의 생신이었다. 5살의 나는 한창 구슬 모으기에 푹 빠져있었다. 엄마께 어떤 선물을 드릴지 고민하던 나는 내가 제일 아끼는 구슬들을 드려야겠다고 결심했다. 나는 작은 상자를 가져와 가장 아끼는 구슬들만을 골라서 담았다. 일주일을 기다려 문방구에서 힘들게 구했던 분홍색 구슬을 집어 들었을 때는 순간 ‘이것만 내가 가질까’하고 고민했지만, 큰마음을 먹고 상자에 담았다. 그날 저녁 엄마가 케이크의 촛불을 끄신 후 나는 엄마께 눈을 감아보라고 하였다. 그리고는 엄마의 손에 구슬이 담긴 상자를 꼭 쥐어주었다. 눈을 뜬 엄마는 “우와, 우리 딸 선물이 최고인데!”라고 하시며 나를 꼭 안아주셨다. 그때 5살의 나는 내가 엄마에 대해 모르는 게 없다고 믿었다. 내가 제일 아끼는 구슬들이 엄마에게도 정말 최고의 선물일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그때의 엄마는 몇백만 원짜리 명품 가방을 받은 듯
Relay Essay 제2553번째 (2023년 5월 22일자) 게재 어느덧 고희에 이르셨지만, 작은아버지는 나에겐 아직도 조카에게 줄 소년잡지를 들고 골목 어귀를 들어서는 맑고 하얀 청년이다. 삼촌이 갑자기 작은아버지가 됐을 때 모르는 여자에게 삼촌을 뺏겼다는 생각에 큰 상심에 빠지기도 했다. 설명하기 힘들지만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작은아버지와 나 사이에는 끈끈한 유대와 공감이 있다. 5월 18일 그날의 광주에서, 의과대학 4학년이었던 작은아버지는 고등학교 동문 체육대회를 가기 위해 집을 나섰고 계엄군이 온 도시를 유린한 그날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보통의 하루를 보내다 행방불명된 다른 무고한 젊은이들의 가족들처럼, 나의 아버지는 당신의 목숨보다 소중한 동생을 찾으러 자전거를 끌고 나가셨다. 그런 아버지 뒤에 남겨진 식구들은 아버지의 얼굴을 다시는 보지 못하게 될까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어머니가 재직하던 학교에, 작은아버지가 국군통합병원에 후송되어 있다는 연락이 온 것은 며칠이 지난 후였다. 정신이 반쯤 나가 달려간 아버지가 마주한 동생은, 췌장이 파열되고 3000cc의 피를 흘린 뒤 수술받은 중상자가 되어서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무자비한 계엄군의 군홧
치과대학 치의학전문대학원 자기소개서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내용은 바로 봉사입니다.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스스로 봉사정신이 투철하고 경험이 풍부하다는 내용이 꼭 들어가 있습니다. 고교시절 봉사점수 이수는 대학입시에 가장 기본적으로 이수하여야 할 중요한 사항이라고 여겨지는 시절도 있었습니다. 과연 입학할 때의 초심을 잘 유지하고 지내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치과의사는 환자를 위한 소명의식과 사명감 없이는 지탱하기 힘든 직종입니다. 전문적인 지식을 공부하고 술기를 습득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신뢰할 만한 훌륭한 성품을 배우고 익혀야 올바른 진료를 할 수 있습니다. 이익을 영위하기 위해 진료를 한다면, 과잉진료와 유인행위를 하게 됩니다. 치과의사로서 명예를 위하여 노력하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일이나, 부의 축적을 위하는 것은 자칫 위험할 수 있겠습니다. ‘오직 선을 행함과 서로 나누어 주기를 잊지말라’는 성경 말씀도 있듯이 나누고 베푸는 진료 봉사를 통하여 스스로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은 초심을 지킬 수 있는 일이 되겠습니다. 봉사는 이익과 대가를 바라지 않고 다른 사람을 위해 사회에 이바지하는 실천입니다. 개인의 헌신을 바탕으로 공공의 이익
“내가 뭐라고 누굴~ 설~득을 하고~” 동문회 날 늦은 저녁, 오랫동안 좋아하고 존경해 온 선배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어떤 사람의 말이 그냥 내 귀에 쑥 들어올 때가 있다. 그럴 땐 그 말이 나더러 들으라고 한 말이 아니어도 내가 그 말을 듣는다. 선배님의 그 말씀이 그렇게 나에게 들어왔다. 아마도 나는 많은 순간 남을 설득하려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 선배님은 고등학교 동문 선배님이자 대학교 동문 선배님이셨다. 훤칠한 키와 빼어난 용모, 시원 시원한 말투와 생각. 그런 모습으로 기억되는 선배님이셨다. 내가 치과대학에 입학하여 동문회에 처음 나갈 즈음, 그 선배님은 S의료원에서 수련을 받고 계셨다. 어쩌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학생들만 모이게 되는 경우가 있어 불고기에 당면 사리를 얹어 먹고 있으면, 그 선배님께서 퇴근길에 들르셔서, “쓸 데 없는 걸 먹고 있다.” 하시며 등심을 사주시곤 했다. 사리에 밝으신 그 선배님께서는 동문회 후배들에게 되는 사람은 된다는 진리를 깨우쳐 주셨다. 등심 외에도 그저 좋은 것들, 부러워할 만한 것들로 회상되는 그 선배님께서 남기신, 설득에 대한 촌철살인의 말씀. 나는 너무 많은 순간 남을 설득하려 했었다. 그리고,
대한치과의사협회 자재·표준위원회에서는 국제표준화기구 치과기술위원회(ISO/TC 106)에서 심의가 끝나 최근 발행된 치과 표준을 소개하는 기획연재를 2014년 2월부터 매달 게재하고 있습니다. 환자 진료와 치과산업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 SC 9은 CAD/CAM 시스템 관련 용어, 구강 스캐너의 정확도, CAM의 정확도, 3D 프린팅된 치과 보철물의 정확도, 절삭가공용 블록의 절삭가공성 및 CAD 소프트웨어의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등의 국제표준을 논의하고 있다. 2023년도 11월 현재 전 세계 30개국(정회원 20개국, 준회원 10개국)에서 참여하고 있으며, ‘모형 스캐너의 정확도’에 관한 표준 외 9종의 국제표준이 출판되어 있고 4종의 국제표준이 개발 중이다. <ISO/TC 106/SC 9 CAD/CAM System 작업반> 현재 SC 9에는 1개의 폐지된 작업반(WG, Working Group)과 6개의 운영 중인 작업반이 있으며 최근 제정되었거나 토의되고 있는 사항은 아래와 같다(표). ○ 이번 호에 소개하는 표준은 2022년 제1판으로 발행된 ISO 18675, Dentistry - Machinabl
그때를 고스란히 남겨 왔다고 생각했다. 막 꿈에서 깨어 어리둥절해하듯 하지 않도록 기억 속에 단단히 담았다고 여겼다. 덕분에 잠시나마 달콤한 일상으로 연장될 줄 알았다. 다시 꺼내기까지 기다림의 시간 동안, 비 오고 바람 불고 천둥도 울고 눈발까지 날렸다. 아직은 성급함일까? 채 숙성되지 못한 추억은 씁쓸함도 함께 꺼내진다. 기다림의 시간이 길수록 쓴맛은 사라지고 달콤함이 깊어지듯, 비워지고 정화되어 처음의 천진한 설렘과 순수한 즐거움만 남길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한 번 가버린 시간은 되돌릴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만, 그 속에는 지키지 못한 약속들이 있기에 아쉬움도 큽니다. 그 못다 지킨 약속들로 두 번 다시는 약속이란 것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절망 끝에서도 늘 희망을 찾아내는 존재, 사람. 달력의 마지막 장을 찢으며, 절망도 후회도 다툼도 의욕 상실도 모두 같이 찢어버리길 바랍니다. 하루의 끝, 반포대교 위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황혼은 아쉬움을 남기지 않아도 될 만큼 아름다웠습니다. 한진규 치협 공보이사
Next Society(2002년)의 저자 피터 드러커는 “교육은 경험을 대신할 수 없고 지혜를 제공하지 않는다.” 라고 하였다. 치과의사에게도 통하는 이야기일 것 같다. 이제는 돈 없어서 공부 못한다는 이야기를 할 수 없게 되었다. 많은 매체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고, 조그만 핸드폰 하나만으로도 이론적으로는 모든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어느 한 부분이 아닌 만물박사가 될 수도 있다. 설명에 의하면 챗GPT는 세상에 나온 지 1년 만에 10시간 넘게 걸리던 영어논문 작성을 1시간으로 줄였다고 하였고, 구글의 듀엣 AI는 화상회의를 하는 동안 음성을 인식해 메모를 작성, 요약하여 18개국 언어로 자동 번역할 수 있다고도 하였다. LG는 특허, 논문 등 45,000만 건의 전문 문헌과 3억5,000만 장의 이미지를 학습한 전문지식특화 AI를 공개했다고 한다. 더하여 前에는 사람이 넘볼 수 없는 數싸움으로 算術的인 경쟁이었다면 이제는 창작의 영역까지 차지하게 되었다고 한다. 창작성은 인류 고유의 영역이라고 생각하였는데, 이제는 챗GPT가 인간과 구분할 수 없는 수준의 창작물을 쏟아내면서 ‘도대체 創作이란 무엇인가?’ ‘예술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해야 되는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을 기억하시나요? 2016년 당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과 인간의 대결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승부였습니다(그림 1).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인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 4 대 1로 최종 승리하였죠. 인공지능은 일부 공상과학 영화나 소설 또는 학계에서 다루어져 온 주제였으나, 이 대국을 기점으로 우리나라의 대중에게도 친숙한 용어가 되었습니다. 놀랍게도, 7년이 지난 지금 인공지능은 학계, 기업, 정부 차원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일상생활에서도 단연코 매우 핫한 키워드입니다. 현재의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인공지능에 기반해 세상과 만나고 있습니다. 주위를 잘 살펴보면 이제 우리의 삶은 인공지능과 끊임없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영화는 미래의 일을 영상으로 앞서 구현합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아이언맨은 저비스(J.A.R.V.I.S.)를 매번 찾는데요, 저비스는 아이언맨이 가진 다양한 AI 시스템 중 하나입니다. 저비스라는 이름은 ‘그냥 좀 많이 똑똑한 시스템(Just A Rather Very Intellige
서운하거나 성이 나서 퉁명스럽게 하는 말투를 뜻하는 볼멘소리는 ‘볼메다’ 라는 표현에 그 어원이 있다고 합니다. 볼이 메어(막혀) 있는, 즉 공기가 새어나가지 않게 입을 꾹 닫고 볼을 퉁퉁하게 부풀린, 퉁명스러운 상태를 쉽게 떠올릴 수 있겠습니다. 예방치과가 아닌 장애인구강진료센터의 진료를 겸하다 보면 볼멘소리를 듣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대개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협조가 불가능한 환자의 보호자로부터 볼멘소리가 터져 나옵니다. 때로 둔기처럼 두들기고, 때로는 날 선 칼처럼 예리하게 베고 찌르는 소리를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합니다. “어차피 쓸모도 없고 얘가 이렇게 안쓰러운데 왜 못 뽑는다는 거에요?” 휠체어에 비스듬히 누워 연신 가래 끓는 소리를 내는 뇌병변 장애 아동의 보호자가 울분을 토합니다. 발작을 일으킬 때마다 어금니로 볼과 잇몸을 씹고 있으니 어금니를 전부 뽑아달라는 주소입니다. 잇몸이 씹힌다는 최후방 치조제에서는 제2대구치가 맹출중이지만, 튜브로 음식을 섭취하는 환자의 상황에서는 어쩌면 정말로 쓸모없는 치아일 수 있겠습니다. 발거 대상은 심한 우식 상태의 대구치 한 개이지만, 보호자의 의견을 최대한 수용하는 쪽으로 치료 계획을 확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