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초고령화, 인구감소 시작, 근로시간 축소, 눈앞에 닥친 의료시스템의 개혁 압력에 대한 치협(치과의사)의 대응은 무엇이어야 할까?
지난 12월 2일자 뉴욕타임스 opinion에 기고한 Ross Douthat의 ‘Is south Korea disappearing?’은 한국이 당면한 가장 큰 위협을 출생률 저하로 보고 있다. 대체 수준이 1.5 명인데 한국은 0.7이하로 떨어져서 이런 추세라면 2060년대 후반에 3500만 명대로 미끄러져 국가의 존립마저 위태로워진다고 했다.
고용, 주거, 양육 환경이 국가차원에서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젊은 세대들은 결혼 대체재인 온라인과 컴퓨터 속에서 살아갈 것이며 한국은 소멸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치과의료는 노동집약적 특성이 강하기 때문에 인구 감소가 치과계에 미치는 네거티브 스트레스는 이미 가시화 되었고 더욱 가중되고 있다.
심화되고 있는 치과계 인력난과 내원 환자층 고령화의 변화를 보면 치과계의 앞날도 아무도 찾지 않는 놀이터의 빈 그네처럼 우울해 보인다.
임금의 급격한 상승, 근무시간 축소, 법적 행정적 리스크 증가는 피할 수 없는 추세인데 그에 대응하는 생산성(의료 기술, 진료비, 진료외 업무 간소화)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과대광고, 초덤핑수가의 횡행하에 개원의들의 시름은 깊어만 간다.
치과계가 이러한 흐름에 대응할 수 있는 선제적 방법의 선택권은 극히 제한적이다. 그렇다고 손 놓고 보기만 할 것인가?
개인적인 소망을 몇 개 적어 보자면 첫째, 우선 한국과 같은 출생률 변이 과정, 유사한 건강보험 체계를 갖고 있는 일본 치과계의 현 상황 및 과거 일본 치과계의 대응 방식을 철저하게 연구하여 한국 실정에 맞는 대응 전략을 지속적으로 탐색해 나가야 한다.
둘째, 치과 인력에 대한 고비용은 피할 수 없는 대세이니 생산성을 높이거나 인력 비의존 의료 기술을 개발하고 보조인력 직역간 울타리를 낮추는 것이 첫 걸음이다. 매우 지난한 일이지만 끊임없이 타협해서 이끌어내야 한다. 혹은 우회적으로 새로운 직역군을 만들어 활용하면 된다. 역대 집행부에서 시도해온 연구, 시범사업 등을 리뷰하거나 선구적인 회원들이 시도해서 결과를 낸 사업 모델도 있으니 적극 활용해 볼 가치가 있다.
셋째, 치협 집행부를 신임하고 독려해야 한다. 건강보험정책, 치과의료인력 배출에 대한 정부 정책에 치과계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건강한 인적네트워크 유지는 협회가 존속하는 첫번째 목적인데 무분별한 집행부 비난으로 인해 대관업무에서 한번 무너진 신뢰관계는 회복하기 대단히 어렵다. 임원들은 자기를 희생하면서 봉사하는 고마운 우리들의 동료다.
넷째, 대국민 올바른 홍보 및 국민들에 대한 구강보건 의료의 중요성을 집행부가 바뀌더라도 협회가 전략적으로 차근차근 추진해야 한다.
최근 매스미디어나 인터넷상에서 국민들에게 전달되는 것들의 상당 부분은 치과진료의 가치보다는 저비용, 일탈된 이미지만 국민들에게 전달되어 국민들과의 신뢰 관계 형성이 더 어려워 졌다. 치과의사들만의 행사는 제쳐두고 메이저 매체에 치과계의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주기 위한 노력을 하고 국민들에게 친근하면서 올바른 치과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인 협회 홈페이지를 활성화 시켜야한다. 시민 사회와 이해를 같이 해야 치과계도 발전한다.
다섯째, 여의도 정치판을 욕하면서 치과계 선거판도 여의도를 닮아가고 있으니 답답하다. 선거를 통해 회무 경력자들, 현명한 회원들의 토론과 집단지성이 개선, 개혁을 도출해 냈으면 하는 바램이지만 최근 데마고그(선동가)들의 연극 무대가 되어 오히려 회원들에게 걱정과 근심을 끼치니 협회 보이콧,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비토크라시(vetocracy 거부정치)를 통해 협회를 무력화시키거나 상대방을 무너뜨리는 시도는 결국 치과계 전체에 혜택과 개선보다는 손실과 퇴행의 뺄셈만 심화되는 구조로 고착된다.
이제 제도 내에서 인내와 관용이 필요하다. 과거의 시시비비는 다 걷어서 따지지도 묻지도 말고 잘라내 버리자.
과거의 칙칙함을 보지 말고 미래의 발전에 대해 집중해야 한다. 사족이지만 일본의 메이지 유신 삼걸보다 일본 젊은층에게 더 사랑받는 위인은 탈번하여 志士로서 유신의 큰 그림을 그리고 유신 삼걸을 단합시킨 사카모토 료마다.
통합과 단결은 어려운 시대일수록 더욱 필요한 덕목이다. 우리 치과계에도 존경하는 지혜로운 선생님들이 많이 계시니 그 분들의 경험과 충정을 잘 꿰매면 될 것이다.
여섯째, 협회 대의원들이 원한다면 협회 위원회에 자유롭게 참관할 수 있도록 하여 회무에 대한 전문지식을 익히고 대의원들이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시한다면 지부, 분회와 협회간의 상호 소통을 활성화시키는 메카니즘이 될 수도 있겠다.
마지막으로 회원들은 각자 건강관리를 최우선으로 하고 개정될 치과의사 윤리를 지켜나가면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해 나갈 것이다. 지지고 볶고 갈등해도 치과의사를 위하는 직업군은 결국 치과의사 우리들 뿐이다. 갑진년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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