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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전원 요청이 인권침해? “과도한 처분” 비판

인권위, 장애인 전원 요청 치과에 인권 교육 권고 결정
장애인치과계 “진료 특수성 고려, 전원 요청 타당”
장애인 치과 확대 시기에 찬물 끼얹는 처사 우려도

지난 19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지체장애인 환자에게 상급 병원 전원을 요청한 부산 소재 모 치과의원을 상대로 인권 교육 실시를 권고했다고 밝혔다. 


치과 진료를 하는 데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나 부담이 없는 장애인에게 전원 요청을 한 것은 진료 거부이자 장애인 차별금지법에 저촉되는 행위라는 설명인데, 장애인 치과계는 “과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인권위의 결정문에 따르면, 양팔과 오른쪽 하지가 절단된 지체장애인 A씨는 임플란트 수술을 위해 휠체어를 타고 부산광역시의 B치과의원을 내원했다.


B치과의 주장에 따르면, 내원 당시 A씨는 휠체어에서 일어났으나 바로 다시 앉는 등 거동이 불편한 상태였다. 이에 B치과는 A씨에게 전문치과 및 상급병원으로 전원할 것을 안내했다. 


특히 B치과는 원내 유니트체어에 팔걸이가 없거나 한쪽만 설치돼 있어, A씨에게 낙상의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B치과는 과거 장애인 진료에 상당한 어려움을 느낀 경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A씨를 진료하고자 수술 상담까지 진행했던 점을 근거로 들어, 차별을 의도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 사실관계 파악 미흡에도 차별 결정
하지만 이 같은 B치과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인권위는 치과에 장애인 환자 의료서비스 제공 관련 업무 매뉴얼을 마련하고 전 직원 대상의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A씨가 약간의 부축만으로도 일어설 수 있는 상태인 것으로 확인된다는 점 ▲A씨가 타 치과의료시설에서 10여 차례 이상 문제없이 진료받은 기록이 있다는 점 ▲A씨가 진료받은 타 치과의료시설과 B치과의 유니트체어가 동일한 유형이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또 A씨가 휠체어에서 일어나지 못했다는 B치과의 주장에 대해서는 “당시 현장 상황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등은 존재하지 않아 명확한 사실관계는 파악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따라서 B치과가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관한 조항을 어겼다는 판단이다.


# 정당한 진료 거부권 숙지 후 대응
그러나 장애인 치과계는 인권위의 판단을 과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B치과의 전원 요청은 진료 거부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의료기관은 ▲의사가 부재중이거나 신병으로 인해 진료를 행할 수 없는 경우 ▲시설 및 인력 등이 부족해 새로운 환자를 받을 수 없는 경우 ▲의사가 타 전문과목 영역 또는 고난이도의 진료를 수행할 전문 지식 또는 경험이 부족한 경우 등에 해당할 시 정당한 진료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미뤄볼 때 B치과는 정당한 진료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 장애인 치과계의 의견이다. 무엇보다 이는 최근 장애인 치과 주치의제가 전국으로 확대되고 가산 항목과 가산율이 대폭 개선되는 등 커다란 전환기를 맞이한 장애인 치과계에 찬물을 끼얹는 처사라는 날 선 비판도 제기됐다.


지난 20여 년간 장애인을 진료해 왔다는 한 치과원장은 “이번 결정으로 인해 장애인 진료에 대한 일선 치과의 거부감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며 “최근 장애인 치과 실태가 개선될 수 있는 여러 계기가 마련되는 가운데, 이러한 사건이 발생해 참담한 심정”이라고 성토했다.


또 이번 사건에 대해 최재영 대한장애인치과학회 부회장은 “이번 인권위의 결정은 명백히 과도한 처사”라며 “장애인 치과 진료는 특수성이 있기에 치과의사마다 경험과 전문성에 차이가 나타난다. 따라서 저마다 느끼는 위험 부담도 다를 수밖에 없다. 이 경우에는 낙상의 위험이 충분하다는 판단하에 전원을 요청한 것인데다, 상담 등 진료에 나서려는 모습도 보였기에 차별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 부회장은 “이번 결정이 선한 마음으로 장애인 진료에 나서려는 치과의사들에게 심리적 위축을 안겨줄 것이 우려돼 안타깝다”며 “만약 이러한 상황이 발생할 시 개별 치과는 진료 거부의 정당한 사유를 충분히 이해하고 환자를 납득시킬 수 있도록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번 결정에 대해 인권위는 추가 부연을 하지 않았다. 인권위 관계자는 “해당 사안에 대해서는 결정문 이상의 설명을 할 수 없다. 만약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다면 논의 후 회신하겠다”고 밝혔으나, 현재까지 추가 부연은 이뤄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