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서울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세원 교수가 외래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숨졌다. 사실상 예견된 비극이었다.
응급실에서 의료진을 폭행한 사람을 가중 처벌하는 응급의료법 개정안은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했지만, 의료인 폭행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해 진료현장 전반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은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기 때문이다.
응급실뿐 아니라 진료실을 비롯한 병원 곳곳에서 의료 종사자들은 상시 위험에 노출돼 있다.
특히 치과의 경우 좁은 공간에서 환자와 근거리 일대일 대면 진료가 많기 때문에 돌발적인 위험상황에선 거의 무방비다.
이미 치과를 대상으로 한 강력 범죄를 수차례 간접 경험한 바 있는 치과의사들이야말로 이번 사건 이후 느끼는 공포와 분노가 누구보다 크다. 바로 지난해 2월 청주에서 벌어진 치과의사 흉기 피습 사건을 비롯해 2016년 8월 광주 여자치과의사 흉기 피습, 2011년 경기도 오산 치과의사 사망 사건 등 동료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빼앗은 강력 사건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왔기 때문이다.
의료계 전체적으로도 진료실내 의료진을 향한 폭력은 2016년 578건에서 2017년 893건, 지난해 상반기 582건으로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의료 현장에선 ‘다음 피해자가 내가 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하지만 진료 일선의 의료진 안전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은 과거에 비해 별반 달라진 게 없다는 게 중론이다.
현행 의료인 폭행방지법이 현장에선 유명무실한데다 의료인 안전을 위한 실질적인 예방책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의료인 폭행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해 진료현장 전반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일명 ‘임세원 법’이 조속히 통화돼야만 하는 이유다.
더불어 의료인의 안전을 위한 비상벨, 비상문 또는 비상공간 설치 지원 등 실질적인 예방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에 정부가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의료인을 위한 안전한 진료 환경을 만드는 일이야 말로 환자를 위한 일임을 정부와 국회가 다시 한 번 곱씹어 주길 간곡히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