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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겨울 정취에 취하다
핀란드 헬싱키 여행

얼어붙은 발틱해 북극 같아 북유럽 겨울의 진면목 확인 이번 북유럽여행은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는 여행이었다. 그 동안 인천치과신협임원으로 함께 고생한 이사들과 임기 마지막 해를 기념하는 여행이지만 백상규 이사장과는 인천신협의 창립멤버로 참여하여 10년을 채우고 물러나게 되어 우리 둘한테는 이번 여행이 갖는 의미는 남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8년 만에 다시 찾게 되어 7월 한여름의 북유럽여행에서 느끼지 못 했던 북극지방의 정취를, 이미 5월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북유럽 겨울의 끝자락이나마 엿볼 수 있었던 것도 좋은 체험이었다. SARS 여파가 중국과 홍콩을 거점으로 세계를 휩쓸게 되어, 우리도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베이징을 경유하는 스칸디나비아항공편을 취소하고 유럽으로 직항하는 대한항공을 이용하였다. 인천공항에는 간혹 마스크를 쓴 여행객들이 눈에 뜨이기는 하였어도 뉴스에서 들은 것과 같은 긴장감은 찾아볼 수 없었으나, 막상 우리들을 걱정거리로 몰아세운 것은 공항으로 오는 도중에 여권을 집에 두고 온 것을 알고 집으로 되돌아가 여권을 찾아 가지고 탑승마감 시간에 임박하여 나타난 문 원장이었다. 이번 북유럽여행의 경유지인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는 유럽연합(EU)가 출범하여 시스템이 바뀐 것인지 아니면 테러에 대비한 보안대책인지 모든 통과여객도 입국절차를 받게 되었다. 원래의 일정은 헬싱키 도착 다음날은 쾌속정으로 에스토니아의 탈린여행을 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유난히 추웠던 지난겨울에 얼어붙은 발틱해가 아직 완전히 해빙되지 않은 탓에 모든 탈린행 쾌속정의 운항개시가 5월 중순으로 연기되었다고 하여, 우리 일행은 헬싱키에서 여유 있는 일정을 보내게 되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가지고 쾌속정이 아닌 일반 여객선을 이용해서라도 탈린에 다녀 올 생각으로 부둣가에 도착하였을 때에는 이미 5월에 접어들었어도 거북이 등처럼 갈라진 얼음덩어리가 바닷가에 두둥실 떠다니고 있어서 북유럽 겨울의 진면목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탈린행 유람선의 좌석은 있었지만 노동절과 주말연휴가 끼어 당일 헬싱키로 돌아오는 배편이 없다고 하여 탈린행은 결국 포기하고 시내관광에 나섰다. 핀랜드는 사실 우랄핀족에 속하는 아시아계열이지만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은 완벽하게 유럽과 동화된 민족으로 인종이나 언어의 뿌리에 관한 것은 인류학자나 언어학자들의 몫이며 우리들한테는 그저 유럽의 한 나라일 뿐이다. 핀랜드의 역사를 잠깐 들춰보면 오랜 동안 스웨덴과 러시아의 지배를 받아 왔으며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도 독립국으로의 위상은 가졌지만 국경을 맞대고 있었던 러시아의 눈치를 전적으로 외면 할 수는 없을 정도로 암울했던 시절의 연속이었다. 헬싱키의 전체적인 분위기도 화려하고 활기 넘치는 서유럽의 도시와는 달리 건물도 그렇고 사람들까지 모두 가라앉은 분위기도 그 탓이 아닌가 싶다. 헬싱키의 관광은 핀랜드가 낳은 위대한 음악가 시벨리우스의 자취를 찾아보는 것으로 시작된다. 커다란 파이프오르간의 형상을 한 조형물과 시벨리우스의 마스크가 전시된 공원은 유난히도 짧은 여름을 아쉬워하며 일광욕하는 시민들로 가득 찬 곳이지만 아직은 이른 탓인지 우리일행은 더없이 한적한 곳에서 조용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식민지배 암울한 역사간직… 백야장관연출 스웨덴, 러시아 오랜 지배 받아 도시 구조물 곳곳에 잔재 남아 헬싱키는 반나절이면 충분히 둘러 볼 수 있을 정도로 그리 큰 도시는 아니다. 그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암벽을 뚫고 만든 TEMPPELIAUKIO 암석교회와 러시아정교회 USPENSKI 사원이다. 암반지역을 깎아서 낮은 돔 모양의 지붕을 얹은 암석교회내부는 음향효과가 매우 좋아 음악회가 열리기도 하는데 마침 우리가 방문한 날에 음악회가 있어서 뜻밖의 시간을 가질 수가 있었다. 특히 이날 연주를 한 합창단은 내가 평소에 즐겨 듣던 핀랜드의 유명한 타피올라 소년합창단 출신들이, 성장한 후에도 계속 연주생활을 위해 재조직된 합창단이어서 그 감흥이 더 클 수 밖에 없었다. 양파 모양의 지붕을 가진 USPENSKI 사원은 외형에서부터 모스크바의 성바실리성당과 비슷한데 그 동안 핀랜드가 러시아의 영향권아래 있었음을 알려주는 징표로 남아 있으며, 핀랜드 루터교의 중심인 헬싱키대사원 TUOMIOKI-RKKO 과 함께 시내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헬싱키의 랜드마크이기도 하다. 원로원광장에 우뚝 선 헬싱키 대사원의 엄숙한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대통령궁을 배경으로 부둣가의 KAUPPATORI 광장에 펼쳐진 서민들의 노천시장은 국가권력과 서민들의 친밀한 관계를 말해주는 듯 하였다. 5월의 북유럽은 춘분과 하지의 중간이지만 벌써부터 밤 9시가 지나도 사진촬영이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