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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답사기행(11)>
청산도

그 섬에 가면 삶이 있다 황금빛 보리밭 쪽빛바다 ‘넘실’ 여행자 모두가 시인이 되는곳 서편제 촬영지로 유명한 ‘당리’ 진도 아리랑 부르던 유봉일가 떠올라 5월의 푸름이 눈맛을 시원케 한다. 세상 무엇보다 아름다운 나무들의 기지개가 완연하게 무르익고 있다. 인사동 화랑에 내걸린 그 어떤 풍경화보다도 아름다운 자연의 캠버스는 여행자를 감동시키고도 남는다. 어느 자동차 CF에서나 등장할 듯한 여유롭게 굽은 시골길을 드라이브하면서 차창 속으로 들이밀어진 녹색의 향기는 밀폐된 먼지 구덩이 속에서 갓 탈출한 도시인을 통째로 흔들어 녹색샤워를 시키고 만다. 그래서 5월은 푸른여행이 제격이다. 몇 해 전부터 이맘때면 생각나는 섬이 있다. 사진 한 장에 매료되어 찾아갔던 섬 - 청산도. 수많은 형용사와 수식어로 표현한다 한들 내겐 이 섬의 아름다움을 설명할 재간이 없다. 그래서 요즘 인터넷 용어로 이 글을 읽은 모든 분들께‘강추’한다. 완도에서 배를 탄다. 푸른 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을 헤치고 50여분. 저 멀리 청산도가 보인다. 항구 뒤쪽 기슭으로 밭들이 층층이 층계를 이루고 있다. 하얀 등대에 기대어 항구는 만들어졌다. 항구에는 촘촘하게 배들이 정박해 있다. 배에서 내리면 청산도의 모든 교통수단을 한번에 볼 수 있다. 갤로퍼택시, 경운기, 이 섬에서 유일한 버스, 섬 뒤로 돌아갈 작은 배까지. 이 섬은 관광지가 아니다. 다 섬사람들을 위한 교통수단이다. 여름 한철 빼고는 관광객이 거의 오지 않는다. 최근엔 낚시도 잘 되지 않는다고 하여 그나마도 많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이 섬에서는 여름 휴가철을 제외하곤 객지사람이나 섬사람 모두 동일하게 대접받는다. 버스를 타고 신흥리 해변으로 가는 것이 첫 번째 순서. 신흥리를 가려면 배가 도착한 도청리에서 섬을 가운데로 가로질러 가야한다. 당리 고개를 오르면서 시작된 황금빛 보리밭과 쪽빛바다가 담박에 여행자를 사로잡아버린다.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이라면 섬사람이 보든 말든 감탄사를 절로 내뱉는다. 당재(성황당이 있음)는 영화 ‘서편제’의 촬영지로 널리 알려진 곳. 유봉일가가 진도아리랑을 부르며 보리밭 돌담길을 따라 내려오는 장면은 우리 영화사상 명장면으로 알려져 있다. 몇 해 전 이 길에 시멘트 포장을 했다가 많은 사람들로부터 지적을 받자 다시 걷어내 옛 모습으로 돌려놓았다. 5월 초순에는 청보리가 돌담너머로 고개를 내밀고, 중순에는 황금빛 보리가 푸른 바다와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 영화속으로 젖어들게 한다. 고개 아랫마을(당리)에는 어린 자식들에게 소리를 가르치던 작은 툇마루가 딸린 초가가 그대로 남아 있으며 밀납 인형으로 영화의 장면을 재현해 놓았다. 이곳을 지나 조금 더 가면 아주 오랜 옛날부터 청산도에 사람이 살았음을 증면해주는 고인돌이 길가에 보리밭과 어울려 그림처럼 앉아 있다. 조금 더 가면 부흥리에 닿는다. 고인돌이 있던 고개에서 내려가면 움푹하게 패인 사발처럼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논밭과 마을이 어울린 풍경이 무척 풍요로워 보인다. 그러나 그 풍요로움이 있기 전에 섬은 항상 쌀이 부족했다. 부흥리에 연이어 있는 구들장 논은 이렇게 부족한 쌀을 얻기 위해 척박한 땅을 개척하여 삶의 터전으로 가꾼 지혜와 투지가 배어 있는 곳으로 돌을 쌓고 그 위에 흙을 부어 만든 논이다. 물이 빠지면 신흥리 모래해변에서 조개가 잡힌다. 청정바다를 자랑이라도 하듯 모래갯벌에 온갖 고둥,게,조개 등이 풍성하게 살아 움직인다. 조개잡이를 하려면 물 빠지는 시간을 미리 확인하고 가는 것이 좋다. 조개는 섬사람들에게만 잡히나 보다. 여러 번 그곳에 가서 잡아보았으나 겨우 몇 마리만 수확하는데 그쳤다. 반찬이나 하려고 나왔다는 섬 할머니의 바구니에는 조개가 가득 담겨있었다. 청산도에는 특이한 풍습이 남아 있다.. ‘초분’이다. 사람이 죽으면 바로 매장하지 않는다. ‘초분’을 먼저 한다. ‘초분’은 풀로 집을 지어 그 안에 시신을 안치한 후 일정한 시간이 흘러 육신이 썩으면 뼈만 추려 다시 매장하는 풍습이다. 섬이 가진 문화의 폐쇄성이 지금까지 초분이라는 풍습을 남아 있도록 하였다. ‘초분’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는 많다. 정월달에 땅을 파서 매장을 하면 지신(地神)이 노한다하여 먼저 초분에 가묘하였던 것이 풍습이 되었다는 설이 있고, 바다를 생업으로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오랫동안 바다에 나가 있어야 했으므로 그때 가족 중 누가 죽으면 돌아올 때까지 매장하지 않았던 풍습이었다고도 한다. 하여간 지금도 청산도와 섬 지역에는 초분이 있는 것을 가끔 볼 수 있다. 초분을 보고 싶으면 버스기사님에게 물어보면 친절하게 가르쳐 주며, 초분에 대한 유래와 마을 이야기까지 재미있게 들려준다. 도청리에서 북쪽으로 길을 잡으면 지리해수욕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