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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철도원"을 보고
강남한빛치과 원덕희 원장

일본 영화 수입이 허가된 이후 과연 어떤 장르의 일본 영화가 우리나라 정서에게 맞는가를 시험하는 일련의 일본 영화가 들어왔다. [러브레터]의 성공 이후 또다시 우리에게 보여진 [철도원(popoya)]. 이미 일본 문단에서 작가 아사다 지로의 원작 자체가 알려진 작품이지만 이 소설을 기초로 영화를 만든 후루하타 야스오 감독의 연출력도 대단한 작품이다. 메시지를 주기보다는 느낌과 가슴 뭉클한 감동으로 관객에게 눈물의 카타르시스를 집어내는 한 편의 영화이다. 얼마전의 [러브레터]에서와 같이 눈 속의 간결함과 깨끗함의 여운을 보여주었다. 영화의 시작부터 화면의 구성이 아주 치밀함으로, 온통 시야를 가리는 눈사이로 달리며 기적을 울리며 호로마이역으로 달려오는 낡은 기차로, 그리고 라스트 신에서는 오토의 시신을 실은 기차가 다시 끝없는 눈발속을 달려나간다. 흑백에서 칼라로 옮아가는 과거에서 현재로의 변화가 뒤덮인 눈의 색으로 인해 자연스럽다. 2대째 철도원을 유지하며 정년퇴임을 앞둔 오토의 얼굴에 낡은 기차에서 뿜어나오는 기적소리를 기다리는 변함없는 그의 모습. 그런 자신의 직업에 대한 사명감으로 자신을 철저하게 지켜온 오토. 이로 인한 절제된 삶의 자세가 오히려 보는 관객에게서 눈물을 요구한다. 결혼한지 17년 만에 얻은 딸이 죽을 때도, 또 항상 자신의 곁을 지켰던 아내 시즈에가 죽을 때도 오토는 호로마이역을 떠날 수 없었다. 이제 가족을 다 떠나보내고 혼자 남은 오토의 쓸쓸함에 간간히 기억을 해내는 슬픈 과거도 그에겐 한갖 잡념일 뿐이다. 그러나 정년퇴임을 앞두고 호로마이역도 곧 추억속으로 묻히게 되면서 그가 그토록 소중히 지켜온 것들에 대한 오토의 시선속에서 허전함을 느끼게 한다. 이젠 이 호로마이역을 떠나서는 어떤 삶도 생각할 수 없는 그는 삶의 가치조차 잃어버린다. 이런 애정의 호로마이 역에 한 여자아이가 찾아오고 나서부터 영화는 관객을 긴장하게 만든다. 약간의 웃음과 함께 애뜻한 감정을 전하는 소녀. 그러나 왠지 허전함을 느끼게 한다. 태어나자 마자 독감으로 죽은 유키코가 3가지 성장 형태로 오토에게 나타난 그 여자아이(귀신). 그러나 전화 한 통에서 모든 것을 안 오토의 얼굴엔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오직 철도만을 위해 달려온 오토의 삶을 거두어갈 유키코. 죽음의 마지막에서 그는 행복했다. 가족애를 느끼면서 그는 죽었을 것이다. 일본 국민배우라는 오토역의 다카구라 켄의 연기가 돋보인 한 편이었다. 절제된 표정에서 드러나는 쓸쓸함과 신념에서 나오는 차가운 표정에서 오히려 관객은 눈물을 보이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정말 좋은 영화다. 볼만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