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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삶>
사형제도, 그 부끄러운 약속
<이정우 목사·기쁨의 교회 담임목사>

오클라호마시 사건을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1995년 4월19일, 티모시 맥베이라는 사람이 미 오클라호마시티 연방청사를 폭탄을 실은 차량으로 폭파한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어린이 10여명을 포함해서 168명이 숨지고 500여명이 부상했었다. 또 그 충격으로 살아남은 희생자 가운데 6명이 자살했으며 많은 사람이 약물중독이나 가정 파탄의 비극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이 사건의 주범 맥베이가 지난 11일 주검이 되었다. 그가 사형에 집행되는 과정은, 이례적으로 CNN 등 TV방송들을 통하여 전 미국의 안방으로 현장생중계 되었다. 전날 밤 처형실 옆 대기실에서 마지막 잠을 잔 맥베이는 이날 오전 6시에 최종 알몸 수색을 받은 뒤 흰색 셔츠와 카키색 바지 차림으로 처형실로 이동했다. 간수들은 맥베이의 수갑을 풀고 T자형 처형대에 눕힌 뒤 움직이지 못하도록 벨트로 팔과 다리 등을 단단히 결박했다. 이어 오전 7시 그의 팔에 독극물 주사가 투여됐었다. 잠시 후 그의 심장 박동을 모니터하는 계기의 그래프가 멈췄다. 그가 처형되는 시간에 교도소 외곽에서는 이러한 사형제도 자체를 반대하는 침묵시위가 벌어지고 있었다. 사형 반대론자들은 “사람을 죽인 행위는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는 정부가 다시 맥베이를 처형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사형제도가 철폐될 때까지 계속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인권위원회가 사형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국가에게 사형을 줄이라는 인권결의안을 의결하고, 유럽각료위원회가 유럽에서 사형제도 폐지를 결의하는 등 전세계적으로 사형제도 폐지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개신교, 천주교, 불교 등 종교단체들이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범종교연합’을 발족하여 사형제도폐지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소식이 들린다. 또 여야 일부 의원들이 사형제도를 폐지하고 무기징역으로 대체하는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들었다. 모 설문조사 기관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의 65% 정도가 사형제도의 존속을 지지하는 것으로 응답했다고 한다. 주된 이유는 한마디로 ‘필요악’이기 때문이란다. 바람직하지는 않더라도 범죄를 억제시키는 효과 때문에 존속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도 않은가 보다. 사형제도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당선된 프랑스의 미테랑 대통령은 폐지론자 바당데일을 법무장관으로 기용했었다. 그가 변호사 시절 한 살인범을 변호했는데 시민의 반감이 거세어 재판소를 둘러싸고 “죽여라, 죽여라”라는 구호 속에서 재판을 진행했다. 결국 피고인은 사형을 선고받고 말았다. 4년 후 또 다른 살인사건을 맡았는데 놀랍게도 그 살인자가 4년 전 ‘죽여라’를 외치던 군중의 지도자였다. 바당데일은 이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사형 보존론자들의 논리인 사형의 범죄 억제력이 없음을 증명하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 사실을 실제로 증명한 미국의 범죄학자 서덜런드는 미국의 사형 폐지주와 존치주의 살인죄 발생건수를 비교해보았더니 폐지주(州)에서 늘지도 보존주(州)에서 줄지도 않았다고 한다. 나는 인간 삶의 어떤 유익을 위해서 사형제도를 존속시켜야 한다는 어떠한 논리도 단호히 거부하고 싶다. 생명보다 더 큰 유익은 없기 때문이다. 실로 생명 이상의 어떤 가치도 생각할 수 없다. 오히려 인간의 온갖 좋은 유익은 생명을 보호하고 사랑하는데서 얻어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사람 사는 세상이 된다. 그런 좋은 세상을 만들라고 하나님은 우리에게 생명을 보호하고 사랑할 권리는 주셨지만 죽일 권리는 주시지 않았다. 반복하지만, 개인이든 사회이든 생명을 보호하고 사랑할 권리는 있지만 죽일 권리는 없다. 사형제도가 사회적 약속인 법으로 나타난 것이라 할지라도 그 약속은 참된 약속이라 할 수 없다. 부끄러운 약속이다. 그것은 죽음의 문화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