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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삶>
진정한 힘, 사랑
<이정우 목사·구리 기쁨의 교회 담임목사>

지난 토요일, 광화문 사거리에 갔다. 미군 장갑차에 깔려 죽은 미선이와 효순이의 일로 세상이 하도 시끄러워서. 추운 날씨도 아랑곳하지 않고 엄청난 인파가 들끓고 있었다. 상당수가 젊은이들이었지만, 부모를 따라온 어린 아이에서부터 교복을 입은 학생들, 근무를 마치고 온 넥타이부대, 추운 날씨가 버거운 어르신들도 많았다. 사람들은 촛불을 밝혀 억울하게 죽은 두 여중생을 추모하며, 불평등한 SOFA규정을 내세워 약소국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짓밟은 미국에게 분노를 토해내고 있었다. “미선이 효순이를 살려내라” “부시는 사죄하라” “SOFA를 개정하라”…. 분노의 물결은 저지선을 뚫고 미대사관 앞에서 오래도록 출렁거렸다. 그리고 밤은 깊고 바람은 사나워도 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내가 그곳에 간 이유는 간단하다. 반미(反美)를 외치려는 것도 아니고, 정치적인 편에 서기 위함도 아니다. 그저 억울하고 불쌍하게 죽은 아이들의 아픔을 함께 하고, 힘 좀 있다고 약한 자에게 함부로 하는 자들의 심보를 꾸짖고 싶어서다. 철학자 버트란트 러셀(Bertrant Russell)은 ‘힘’이라는 저서에서, 세 가지 힘을 다루었다. 첫째는 물리적인 힘이고, 둘째는 경제적인 힘이다. 셋째는 영향력으로, 교육과 종교의 힘이다. 그리고 그는 물리적인 힘이나 경제적인 힘이 우선되는 것을 경계하였다. 요즘 미국은 무력과 경제력을 너무 앞세우는 것 같다. 자신만을 위한 힘의 욕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욕망을 다룬 소설이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이다. 노벨 문학상에 빛나는 이 작품은, 인간 내면에 잠재해 있는 권력과 힘에 대한 욕망을 잘 다루고 있다. 이야기는 비행기가 무인도에 추락하면서 시작된다. 불시착한 한 떼의 소년들은 나름대로 문명의 규칙을 만든다. 나름대로 지도력의 필요성을 깨닫고 랠프를 지도자로 선출하고 그를 따르며 생활한다. 하지만 쉽게 구조를 받도록 오두막을 짓자는 랠프에게 사냥을 강조하는 잭이 일어나 대립한다. 그들은 결국 결별하는데, 살기에 사로잡힌 잭 일당은 갈수록 난폭해지고,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들의 갈등이 걷잡을 수 없는 위기로 치달을 때에 그들은 가까스로 구조대의 도움을 받는다. ‘파리대왕’에 나오는 소년들은 성인들의 힘에 대한 투영물이다. 랠프와 잭은 힘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대한 성인들의 양면을 보여준다. 랠프는 힘을 공동체와 조직의 균형을 이루고 모든 사람의 유익을 위해 사용하지만, 잭은 힘에 대한 욕망에 사로잡혀 파괴적으로 사용하는 인간형을 보여준다. 힘은 어떻게 사용하는 것일까. 나는 그것을 예수에게서 발견한다. 그는 하나님의 아들로서 모든 힘을 가지고 있었다. 죽은 자도 살릴 수 있는 힘, 풍랑 이는 바다를 잠잠하게 할 수 있는 힘, 사단을 말 한마디로 물리칠 수 있는 힘…. 놀라운 것은, 그가 그 모든 힘을 자신을 위해서 사용하지 않고, 불쌍한 사람들을 사랑하는데 사용하였다. 예수의 위대함이 여기에 있다. 뒤늦게 이를 깨달은 사람이 나폴레옹이다. 그가 세인트 헬레나 섬에 유배되어 외로이 죽어가면서 이렇게 독백했다. “알렉산더, 시이저, 샤를레망 그리고 나는 왕국을 건설했다. 우리는 힘 위에 왕국을 건설했었으나 그 말로는 비참했다. 예수 그리스도 그는 아무런 힘도 없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는 사랑의 터 위에 나라를 세웠다. 오늘날 그의 나라는 왕성하여 모든 인류가 그를 경배하며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위하여 죽으려 하고 있다.” 영화 ‘쉰들러 리스트’가 생각난다. 그 영화의 한 장면 중 주인공이 독일군 친위대 장교에게 이렇게 말한다. “무엇이 진정한 힘입니까. 죽일 수 있어도 죽이지 않고, 때릴 수 있어도 때리지 않는 것, 그리고 오히려 은혜를 베푸는 것, 그것이 진정한 힘입니다.” 그렇다. 진정한 힘은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