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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답사기행(14) 청량산

오색융단 펼친 화려한 단풍길 따라 걷고 또 걷고…

 

선비의 향기가 느껴지는 ‘청량정사’
아름답고 기이한 ‘육육봉’ 등 절경

 

태백의 황지연못에서 발원한 낙동강이 영동선을 따라 남하를 시작한다. 석포를 지나고 나라안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다는 승부역을 경유한다. 밤밭에 이르러 회룡천과 합수해 서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열차가 작은 역을 하나씩 지날 때마다 자리를 채워 가듯 강도 이산 저산에서 작은 계류를 받아들이며 비로소 강의 모습을 갖추어 간다. 기찻길과 함께 달리는 이 구간은 여행객들에게는 제법 근사한 풍광을 선사하는 오지 여행지이다. 봉화군 소천면(이곳 사람들에게는 현동이 더 친근하다)에 와서야 열차와 이별하고 남으로 내려간다.


경북 봉화군 명호면 청량산. 청량산은 먼 산길을 달려온 낙동강에 한쪽을 내어주었다. 강을 따라 내려가면서 청량산 기암들을 감상하노라면 저 산 속엔 무엇이 있을까 궁금해지곤 한다.

 

청량산 육육봉 아는 이 나와 백구(白鷗)
백구야 날 속이랴 못 믿을 손 도화(桃花)로다.
도화야 물 따라가지 마라 어부가 알까 하노라

 

스스로 아호를 청량산인으로 불렀던 퇴계 이황은 청량산을 아끼고 사랑했던 사람이다. 청량산 12봉우리를 무릉도원으로 여겼던 퇴계는 복사꽃으로 인해 어부가 알고 찾아올까 마음 졸였던가 보다.


산에 들면 기묘하고 거대한 암봉들이 경쟁하듯 빼어남을 자랑하는데 그 산에 반하지 않을 사람 몇이나 있을까? 명산에 명찰(名刹)이 없을리 있겠는가? 보살봉을 중심으로 동으로는 금탑봉·탁필봉(형제봉)이 솟았고, 서쪽으로는 옥소봉·문수봉·반야봉·의상봉·연화봉(840m) 들이 꽃이 핀 듯 벌려있다. 남쪽으로 계곡 건너 축융봉(845m)이 솟아 있다. 봄이면 갓 싹을 틔운 새싹들이 암봉들을 연초록으로 바꾸고, 여름이면 자욱한 안개사이로 신선의 세계를 만든다. 가을이 되면 오색융단을 펼친 듯 화려한 단풍에 눈이 현란할 지경이다. 겨울이면 소록소록 쌓이는 눈으로 인적마저 드물다.


이 아름다운 풍광들 가운데 원효 스님이 663년에 창건했다는 청량사(淸凉寺)가 있다. 고려말 조선 초에 송광사 16국사의 한 분인 고봉스님이 중창했다. 깍아지른 연화봉 아래 조그만 터를 마련하고 소용이 닿는 대로 고만고만한 전각을 마련했다. 본전은 유리보전(琉璃寶殿)이다. 동방유리광세계의 주인인 약사불이 주불이다. 현판은 홍건적의 난에 안동으로 피신 와 있던 공민왕의 필적이라 전한다. 유리보전 앞에는 가지가 셋으로 벌어진 소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청량사에 온 사람들이 주로 앉아서 땀을 식히는 곳인데, 이곳은 삼각우총(三角牛塚)으로 불리는 소의 무덤이다.


명호면 북곡리에 남민이라는 사람의 집에 뿔이 셋 달린 송아지가 낳는데, 몇 달 새에 낙타만큼 커져서 힘이 셀 뿐 아니라 사람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난폭하였다. 주인은 동네에 해만 끼치는 소로 인해서 안절부절하고 있는데 마침 청량사 주지가 시주를 왔다가 송아지를 시주받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스님이 고삐를 잡으니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난 것처럼 순순히 따라 나섰다. 그리고 청량사로 들어와 가파른 이곳에 터를 잡고 절을 일으키는데 온힘을 다하였다. 사역을 마치자 힘을 다했는지 어느 날 죽어 절 앞에 묻으니 바로 그 자리에서 가지가 셋 난 소나무가 났다는 것이다.


한편 청량사와 좀 떨어져 금탑봉 아래에 683년에 의상이 창건했다는 응진전이 있는데 이곳을 외청량사라 부른다. 연화봉 기슭에 유리보전이 있는 곳을 내청량사라고도 한다. 응진전은 절묘한 곳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을 발견하기도 힘들뿐더러 이 조그만 터에 전각을 지을 수 있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고, 바위에 붙어 있는 듯 아슬아슬하게 보이는 이곳의 경치는 가히 절경이다.


청량사 옆에는 퇴계가 후학을 가르치던 청량정사가 단아하게 자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