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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답사 기행(15) 그 숲에 서면 나도 나무가 된다

 ‘여름 향기’등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
산책로 거닐다 보면 세상시름 잊어

 

담양 대숲과 아름다운 가로수길한 잎, 한 잎 떨구던 나무들이 차가운 겨울바람에 앙상한 가지만 드러내고, 일기예보에선 연일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이 될 것을 예고하고 있다. 두텁게 동여매는 겨울옷처럼 우리의 마음도 밖으로의 외출에 무뎌진다.


대나무의 고장 담양으로 떠난다. 호남고속도로 백양사IC에서 담양 쪽으로 길을 잡는다. 12월이 가까워 오건만 가을 단풍의 여운이 여전하다. 담양군을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잘 생긴 가로수다.


길 양편에서 늘어선 나무들로 인해 운전하는 기분이 절로 상쾌하다. 읍내를 지나 순창으로 길을 잡으면 아름다운 길을 만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로수길로 지정된 메타쉐쿼이아 가로수 길이다. 이등변삼각형의 나무들이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길을 따라 끝 간데 없이 이어져 있다.
얼마 전 담양~순창간 국도를 확장하면서 이 나무들을 베어내고자 했다. 그러자 담양군민들이 한결같이 반대해 이 길을 지켜냈다. 다행이다. 지금은 우회하는 도로가 생겨 한결 길다운 길이 됐다.


담양군에서는 이 길을 보행자와 자전거를 위한 도로를 만든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길 한 켠 공터에 차를 세우고 길을 걸어본다. 그 끝이 어딘지 알 수 없지만 이 나무가 이어지는 한 계속 걷고 싶다. 봄이면 새순이 돋아나는 연녹색의 나무들 향기가 아름답고, 여름이면 녹색의 샤워를 시원하게 할 수 있어 좋다. 가을이 되면 황금빛 나무들로 변모한다. 겨울엔 앙상한 가지사이를 스치는 바람에 도시의 소음에 어지러워진 귀를 씻어볼 수 있어 좋다. 


‘메타쉐쿼이아’ 어려운 이름이다. 이 나무는 화석에서나 발견되던 수종이었다. 그러다 중국 운남성 깊은 산속에서 자라는 것을 발견하여 세계적으로 심어진 나무다. 자라는 속도가 왕성해 일년에 1m씩 자란다해 ‘메타’라는 이름이 됐다고 한다. 수중에서도 잘 자란다고 하니, 화석시대부터 지금까지 종을 보존해온 끈질긴 생명력을 알겠다.


가로수길을 따라 가다보면 금성면이 나오고 다리를 건너면 오른쪽으로 ‘대나무골테마공원 061-383-9291’이라는 안내가 나온다. 이 길을 따라 우회전해 조금만 들어가면 담양을 대표하는 대나무숲이 나온다. 사진가 신복진씨가 30년간 가꾼 숲이다. 대나무도 가꿔야 한단다. 그냥 두면 볼품없는 숲이 돼 버리지만 잘 가꾸면 매우 아름다운 숲으로 탈바꿈한다고 한다.
최근 드라마 ‘여름향기’나 CF·영화 ‘청풍명월’’흑수선’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대숲에서 솟아나는 시원한 물을 들이키면 대숲여행은 시작된다. 시원하게 하늘을 향해 솟아난 대숲을 거닐면 맑고 상쾌한 기분에 내 속 깊은 곳에서 터져 나오는 소리. ‘아!’ 걷다보면 속이 후련~하다. 먼지 가득했던 삶의 무게를 가뿐하고 청신하게 씻어주는 듯하다.


대숲에 들어가면 작은 바람에도 귀를 기울이게 된다. 댓잎이 서걱거리는 소리가 정겹게 들리고, 나무들끼리 몸 비비는 소리 ‘탁!탁!’ 바람을 타고 들린다. 산책로를 따라 30분 정도 걷기만 하면 된다.
11월부터 대숲아래 심어진 차나무에 꽃이 핀다. 하얀 꽃이 앙증맞게 숨어 있는 것을 발견하면 반갑기 그지없다. 대나무 아래에서 생산되는 차를 ‘竹露茶’라고 한다. 대나무 이슬을 머금은 차라는 뜻일게다. 생산량이 한정돼있어 구하기 힘든 고급차라고 자랑이 대단하시다. 처음에 이곳에 차를 심을땐 몰랐는데, 지금은 신복진씨에게 톡톡히 효자노릇하고 있단다.  


대나무는 무척 잘 자란다. 20~50일이면 다 자란다. 그래서 ‘雨後竹筍’이라는 말이 있질 않는가?
‘옛날 담양의 어떤 선비가 길을 가다가 뒤가 마려 윗옷과 갓을 벗어두고 볼 일을 보았는데, 볼 일을 다 보고 옷을 갖춰 입고 갓을 쓰려니 갓이 없더란다. 그 사이 바람에 날려간 것도 아니고 이상하다 싶어 하늘을 보았더니 대나무 꼭대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