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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주의지구촌기행] 잔지바르의 여유

잔지바르공항 국제공항 불구 시설 낙후
비가 오면 승객들 비 맞으며 탑승 수속

 

탄자니아의 잔지바르는 전형적인 열대기후입니다.
우기라 해도 우리나라 장마처럼 줄기차게 내리는 법은 없답니다. 장대비가 한차례 쏟아 부으면 잠시 휴식을 취하기 때문입니다. 


어떨 때에는 계속 날씨가 맑은 것이 심술이 나는지 잠깐 소낙비를 뿌립니다. 비가 내리는 시간 정도의 차이지 계속 반복되니 잔지바르 사람도 여행객들도 비를 신경 쓰지 않습니다. 길가다 비가 오면 남의 집 처마 밑에서 좀 기다리면 되는 것입니다. 
잔지바르의 Stonetown 앞 바다의 노예섬을 가려던 차에 먹구름이 몰려오는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러나 보트의 모터에 시동을 거는 뱃사공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습니다. 걱정돼 이 날씨에 보트를 띄울 수 있냐고 묻자 뱃사공이 되묻습니다.
“Hakuna Matata!" (“가면서 맞을래?  아니면 가서 맞을래?")


지금 비를 피해 봤자 섬에 가서 비를 맞고 돌아 다녀야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잔지바르 공항은 유럽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국제공항입니다만 아직 시설은 좀 그렇답니다. Boarding Bridge는 물론 없고 check-in 카운터도 건물 밖으로 나 있어 비가 오면 승객들은 비를 맞으면서 수속을 밟던지 잠깐 피하면 됩니다.
맑게 개인 하늘에 공항 상공에 소형비행기 한 대가 나타났습니다. 비행기가 사뿐히 활주로에 착륙하면서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채 5분도 안 돼 비행기가 계류장에 멈춘 것과 동시에 빗발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린 승객이 날개 밑으로 들어가 비를 피하고 있었습니다.
여인이 항공사 직원이 건네준 대형우산을 받치고 아기를 안은 채 뛰어오고 있습니다.
엄마의 품에 안겨 우산을 쓰고 달리는 아기의 표정은 그저 재미있기만 합니다. 어느 누구도 짜증내는 사람이 없습니다.


얼마 후 이번에는 케냐항공의 제트여객기가 날개에 전조등을 밝히고 들어옵니다. 나는 그 다음 광경이 궁금했습니다. 그 비행기는 10명이 아니라 150명이 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객기가 계류장으로 들어오고 완전히 멈추어도 아무도 움직이지를 않습니다.
잠시후 빗줄기가 가늘어지자 트랩을 얹은 트럭과 승객을 실을 버스가 달려갑니다.
비행기문이 열리자 항공사직원이 우산을 받치고 한사람씩 트랩을 내리게 하여 버스로 안내하고 자신은 또 다시 트랩을 올라가 다음 승객을 모십니다.


150명의 승객을 이렇게 내리게 하는 데에는 꽤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어느 누구도 화를 내거나 짜증을 부리지도 않습니다.
승객들은 아프리카에 도착하자마자 날씨도 잔지바르식으로 즐기고 있는 것입니다. 여행은 체험문화이니까요! 


Hakuna Matata! (No problem! No worry!)
아마 탄자니아를 여행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얘기가 아닌가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