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26 (목)

  • 구름많음동두천 22.4℃
  • 구름많음강릉 23.7℃
  • 맑음서울 24.0℃
  • 구름많음대전 24.7℃
  • 구름많음대구 23.5℃
  • 구름조금울산 24.7℃
  • 구름많음광주 25.8℃
  • 구름조금부산 27.9℃
  • 구름조금고창 26.8℃
  • 구름조금제주 27.7℃
  • 구름조금강화 23.1℃
  • 구름많음보은 23.4℃
  • 구름많음금산 24.8℃
  • 구름많음강진군 25.9℃
  • 구름많음경주시 24.7℃
  • 맑음거제 25.1℃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문화답사 기행(18)] 공룡발자국 가득한 해안 고성 상족암

물 빠진 갯마위엔 발자국마다 물 고여
수천만년 공룡 살았던 흔적 매력 가득

 

공룡발자국 가득한 해안공룡의 시대를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인간의 경험 범위를 넘어서기에 전설의 시대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 스필버그 감독의 ‘쥬라기공원’에서 경이에 찬 눈으로 바라보았던 것이다.
고성반도 끝에는 공룡의 시대를 기억나게 하는 증거물들이 있다. 경상남도 고성군 하이면 덕명리 바닷가에 위치한 상족암이 그것이다.


전국적인 관광지 거제와 통영 가는 길 한쪽에 비켜 서 있는 까닭에 가 보았다는 사람 만나기 힘들다.
서울에서 가자면 사천에서 고성으로 가는 길 중간 중간 공룡 그림과 함께 상족암군립공원을 나타내는 표지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천진한 유혹에도 불구하고 상족암은 시간 남으면 가 보는 곳으로 치부된다. 허나 우연히, 우연이라도 그곳에 다녀온 사람은 일부러라도 다시 찾아가곤 하는 그런 곳이 된다.


수 만 권의 책을 켜켜이 쌓은 듯한 수성암 절벽이 수 만년의 세월동안 온갖 풍상에 부서지고 씻겨 절묘한 풍경이 됐다. ‘상족암’ 말 그대로 상다리바위다. 자연이 만들어낸 거대한 작품이다. 마치 부안 채석강을 옮겨 놓은 듯하다. 내 생각으론 풍광과 운치, 바다 빛깔에 있어서는 채석강보다 낫다.
절벽 아래에는 해식동굴이 깊숙하게 뚫려 있어 그 끝을 가늠하기 힘들 것 같다. 그래서 옛날부터 사람들은 하늘과 인연이 있는 곳으로 생각했다.


하늘의 선녀가 내려와 해수욕을 했다고 하며, 옥황상제를 위하여 금의(金衣)를 짰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차곡차곡 쌓은 돌기둥 좌우로 수 천 명이 앉을 만한 넓적바위가 펼쳐져 있어 햇빛 나른한 날 이곳에 앉아 푸른 바다를 쳐다보고 있으면 아무리 시심이 없는 이라도 “산절로 수절로 산수간에 나도절로~” 감흥이 절로 절로 우러난다.


이처럼 풍광도 빼어나지만 이곳은 중생대 백악기(1억4000만~6500만 년 전) 무렵 공룡들이 살았던 흔적을 마주 대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수 천 만 년의 기나긴 세월을 뛰어넘어 공룡과 발걸음을 맞출 수 있는 영광의 기회가 있다. 바다를 향해서 성큼성큼 걸어갔던 공룡들의 발자국이 나란히 찍혀 있는 모습은 무척 감동적이다.


물이 빠진 갯바위에는 발자국 마다 물이 고여 있다. 그래서 의외로 쉽게 발자국을 발견할 수 있다. 주변 6km 쯤에 이르는 바닷가에는 공룡과 새의 발자국이 3000여 개나 남아 있다.
이 발자국 화석은 지난 1982년 경북대학교 양승영 교수팀에 의해 처음 발견됐고, 그 뒤로 학계의 활발한 연구에 힘입어 해남 우황리 공룡발자국과 함께 세계 3대 공룡발자국 화석의 산지로 공인받았다.


적어도 1억 년 전 중생대 한반도에 살았던 공룡들의 서식지가 틀림없다. 당시에 남해안 일대는 거대한 호수였다.
호수 주위를 공룡들이 먹이를 찾아 성큼성큼 걸어 다녔고, 진흙이 발자국을 덮고 다시금 덮어서 바위가 됐다. 옛날 호수가 바다로 바뀌고 지각 변동으로 퇴적암이 땅 위로 솟아났다.
그리고 다시 오랜 세월이 흘러 거친 파도와 비바람에 씻기고 부서져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다시 세월의 풍상을 따라 시루떡을 쌓아 놓은 것처럼 켜켜이 쌓인 바위들이 허물을 벗듯이 하나씩 떨어져 나가면 그 안에 감춰진 공룡시대의 발자국들이 긴 침묵을 깨고 세상에 나오리라. 
공룡이 지나 간 곳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내가 살아온 발자취를 반추해 본다. 내 발자국은 어느 곳에서 화석이 됐을까? 어느 시대에 어떤 계기로 세상에 드러날까? 얼마 전 제주도에서 구석기 혹은 신석기 시대의 사람 발자국화석이 발견됐다고 하던데 괜히 조심스러워진다.


상족암해안에는 경남 청소년수련원이 있고 앞에는 자갈로 이뤄진 조그마한 해안이 있다. 이 해안 오른쪽으로 상족암이 있고, 왼쪽 암벽 뒤로 또 다른 해변이 있다. 공룡발자국은 양쪽 해안 모두에서 발견된다. 공룡발자국을 보기 위해서는 물 때를 잘 맞춰서 가야 한다.(조석정보/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