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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답사 기행(19)]경남 하동 쌍계사

 화사한 봄빛 하얀 벚꽃 눈송이처럼~

 

강나루 주막의 술은 물을 타서 묽기도 하고
봄산에서 내려오는 나뭇짐에는 꽃이 반이나 섞여 있구나

 

섬진강을 지나며 어느 책에서 보았던 구절이 생각났다. 강은 생명이다. 생명은 강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생명을 머금은 봄소식이 섬진강변에서 먼저 들려오나보다. 3월 중순 이른 봄 섬진강변의 작은 마을들은 화사한 매화꽃들로 황홀할 지경이고, 노고단 아래 산동마을은 샛노란 산수유꽃으로 몽환적인 분위기에 젖는다.


두 꽃이 시들 무렵 화개동천 십리에는 벚꽃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지금은 자취만 남은 화개장터에서 쌍계사까지 이어지는 ‘십 리 벚꽃길’이다.
길 양편으로 늘어선 오래 묵은 나무들이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리는 시기는 4월 초순. 대체로 4월 3~6일 경 절정을 이룬다.
이때가 되면 경향 각지에서 몰려든 사람들과 그 사람들의 주머니를 노리는 장사꾼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화개동천 계곡길은 지루하지 않다. 장엄하면서도 수려한 지리산의 품새가 좋고, 앞을 의심하거나 뒤를 돌아보지 않는 물들의 굽이치는 시원함이 좋다.
굽이굽이 이어지는 계곡 옆에는 층층이 세월의 흔적을 담은 논들이 설치미술처럼 이어져 있다. 길은 하얀 벚꽃으로 길을 잃게 만든다.


한참을 걷다보면 세상사 걱정시름은 화사한 봄빛에 빛나는 꽃잎처럼 사르르 녹아버리게 된다. ‘혼례길’이라고도 부른다. 사랑하는 남녀가 두 손을 꼭 잡고 이 길을 걷게 되면 반드시 혼례를 치르게 된다고 한다. 이 길을 한 번 쯤 걸어본 사람이라면 고개를 당연하다 할 것이다.
이 길의 끝에는 천년고찰 쌍계사가 있다. 쌍계사는 우리나라 불교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사찰이다. 중국의 달마로부터 시작되는 선종(禪宗)은 수제자에게 그 맥이 전수되는 독특한 전통이 형성됐다.


<5대 조사 홍인에게는 전국에서 몰려든 기라성같은 제자들이 수두룩했다.
어느날 저 남쪽 시골에서 온 키가 작고 일자무식인 혜능이란 자가 제자가 되기를 청했다. 선배들은 가당찮은 일이라 여기고 혜능에게 방아나 찧으라고 호통친다. 혜능은 절의 굳은 일을 마다하지 않으며 스승의 말씀을 어깨너머로 들으며 익혀 나갔다.


그러던 어느날 혜능이 방아를 찧고 있는데 스승이 홀연히 찾아왔다. 묻는다. “방아는 다 찧었느냐!” 답한다. “방아는 다 찧었습니다만 아직 키질을 하지 못했습니다” 스승은 말없이 혜능을 바라보다 짚고 있던 주장자로 방아를 세 번 두드리고 떠난다.
이 대화를 해석하면 이렇다. “너의 깨달음을 다 이루었느냐!”“깨달음을 이루었습니다만 아직 검증을 받지 못했습니다”“그러면 오늘 밤 삼경에 나를 찾아오너라!”    
혜능은 그날 밤 삼경에 스승을 찾아간다. 스승과 혜능이 묻고 답하기를 한참 후 스승은 혜능이 이미 경지를 넘어 선 것을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곧 수제자의 인(印-스승이 사용하던 발우, 가사를 내래는 것)을 준다.


이는 곧 심인(心印)이다. 그러면서 스승이 간곡히 부탁하기를 “너는 여기 있으면 선배들에 의해 목숨이 위태로우니 빨리 도망하여라” 그래서 혜능은 남쪽으로 내려가 그곳에서 선풍을 일으킨다. 이것이 남종선이다. 기존의 다른 선배들 중 가장 뛰어났던 신수라는 제자는 북쪽으로가 측천무후의 후광에 의해 북종선을 일으키나 측천무후가 죽은 후 사라졌다.>


이 이야기는 사찰의 벽에 벽화로 잘 그려지는데, 어떤 동자(혜능)가 등에 돌을 짊어지고 방아를 찧는 장면이 나온다. 혜능 옆에 지팡이를 손에 들고 바라보는 노인(홍인)이 그려진 그림이 위의 내용을 말하는 것이다. 등에 돌을 짊어 진 것은 혜능이 키가 작았기에 방아를 쉽게 찧기 위한 것이다.
신라의 유학승들이 중국에서 배워 들어온 불교가 모두 남종선이다. 신라 성덕왕 23년(724)에 의상대사의 제자인 삼범이 당나라에서 6조 혜능(慧能)의 정골(머리뼈) 사리를 갖고 돌아와 지금의 쌍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