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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삶-한마음선원 주지 혜원 스님(조계종 중앙종회의원)삶의 자재권

누구라도 길흉의 징조, 꿈, 관상 등의 생각을 버린 자.


이미 미신적인 사고의 허물을 벗어났으니 행, 불행, 선, 악 등의 굴레를 딛고 일어나 다시는 나고 죽는 윤회에 집착하지 않는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왕사성의 사왓티 기원정사에 계실 때 한 바라문에게 계송으로 읊으셨던 구절이다.


왕사성에 호화스럽게 살고 있는 한 재산가 바라문이 있었는데 그는 삼보를 믿지 않고 미신을 숭배하고 있었다. 어느 날 바라문이 목욕을 하고 옷을 갈아입고자 하녀에게 옷을 가져오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 옷을 쥐가 썰었다고 하자 쥐가 썬 옷은 재앙을 불러오는 재수 없는 옷이라고 생각해 아무도 못 입게 하고 묘지 근처에 버리게 하였다. 그리고 집에 오기 전에 목욕을 하고 오라 일렀다.
바라문이 옷을 걸머지고 묘지 근처에 이르렀을 때 이를 보신 부처님께서는 청년이 버린 옷을 집어들고 “네가 이미 버렸으니 이제는 내 것이다.”라고 하면서 죽림정사로 돌아왔다.


아들에게 이야기를 전해들은 바라문은 죽림정사로 부처님을 찾아왔다. 그리고는 그 옷은 재수가 없는 옷이니 부처님은 물론 죽림정사의 모든 대중이 재앙을 만날 것이라고 걱정하며 새 옷을 보시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부처님은 “바라문이여, 우리는 출가한 사람이다. 우리는 원래 남들이 버린 옷이나 떨어진 옷을 입고 산다. 그것이 우리의 생활방식이다. 우리는 길흉 따위에 마음을 쓰는 사람들이 아니다. 나와 제자들은 길흉에 마음을 쓰는 것을 좋게 말하지 않는다. 지혜로운 자는 길흉 등의 미신적 사고에 매달리지 않는다” 하지만 우주를 왕래하는 현대에 이르러서도 사람들은 여전히 많은 것에 걸리고 산다. 이름을 잘못 지어 어떻다느니 삼재가 끼었다느니, 묏자리가 잘못됐다느니, ..을 보니 재수가 없다느니 등등....꼭 미신이 아니더라도 일상 속에서 알게 모르게 같은 우를 범하고 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난초 가꾸는 것을 즐기던 어느 스님이 있었다. 어느 날 상좌에게 며칠 다녀올 데가 있다며 난초를 각별히 부탁했다. 그런데 상좌가 실수로 난초 화분을 깨고 말았다. 스님이 애지중지 했던 것인 만큼 상좌는 좌불안석,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그런데 돌아와서 깨진 화분을 보게된 스님은 아무 말 없이 치워버리라고 하는 것이었다. 제자는 의아해하며 조심스레 물었다.
“스님께서 몹시 소중히 여기시던 화분을 깨뜨렸는데 왜 화를 내지 않는 것입니까?” 이에 스님은 “나는 화를 내기 위해 난초를 키운 것이 아니다”고 했다.


무언가를 소중히 함은 ‘기쁨’을 얻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그 기쁨의 뿌리가 어느 새 집착이 돼 ‘화’로 바뀌는 경우는 일상에 다반사로 일어나는 일일 것이다.
작은 일에 매달려 대의를 잊고 있거나 하찮은 물질로 인해 남을 아프게 하지는 않았는지, 무엇보다도 물질과 명예, 권력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사람이 소중함을 잊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하는 일화다.


사람을 만물의 영장이라고 함은 그 만한 자재권이 있음을 의미한다 할 것이다.
그러나 어리석게도 많은 이들이 스스로 지은 관념에 자기를 옭아매어 삶을 자유롭게 영위하지 못하고 산다. 누가 시킨 것도, 그렇게 해야만 하는 것도 아닌데 왜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지 못하는가? 내게 좋다는 것만을 취하려하고,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놓치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는 한 삶은 끝까지 자유롭지 못하다. 이는 곧 ‘나’에 대한 집착이며, ‘나’에 대한 집착은 결국 뒤바뀐 헛된 꿈 같은 놀음을 하게되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스스로 ‘나’라는 테두리를 지어 테두리 안에 갇혀 살던가, 테두리를 벗어나 매순간 자유롭고 생동감 있는 삶을 살던가는 지금 이 순간 내 마음의 선택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