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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주의 지구촌 기행]티벳 여행기(2)

그리 길지도 않은 여행기간에 쳉두에서 하루를 묶인 것이 몹시 아쉬웠지만 다행히 다음 날은 티벳의 관문인 라싸로 출발할 수가 있었다.
쳉두에서 라싸까지는 불과 2시간으로 광활한 중국대륙에서는 가까운 거리이지만 그래도 서울을 기준으로 하면 도쿄까지의 먼 거리다.
이날 탑승한 정원 400석 정도인 대형 항공기 Airbus 340 에는 며칠 결항한 탓인지 빈자리 없이 만석이었다.


아직은 본격적인 시즌이 아니라 승객이 많지 않을 거란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고 무거운 배낭을 짊어진 여행객도 많지 않았지만 우리와 비슷한 생김새의 중국인과 티베탄들로 가득찼다.
그 만큼 티벳을 중국정부와 중국 본토에서 이주한 한족이 장악하고 있어서 티벳의 순수성이 많이 변하고 있다는 얘기도 된다.


쳉두공항을 이룩한 지 얼마되지 않았는데도 벌써 창 밖으로는 정상에 아직 눈이 쌓인 산들이 구름 사이로 보이고 그 산들을 비집고 뚫려진 천장공로(川藏公路, 쳉두와 티벳을 잇는 도로)가 시야에 들어온다.


저 길로 티벳을 들어가자면 첩첩산중, 심산유곡을 지나 무려 4일에 걸쳐 수려한 풍광이 여행객을 유혹하기도 하지만 우리같이 시간에 쫓기며 여행하는 사람들 몫은 아닌 것 같다.
한 시간 정도 지나니 이젠 온 천지가 눈으로 덮힌 산들이 손을 내밀면 잡힐 듯이 가까이 보인다.
보통 비행기의 운항고도가 10km 정도이니 해발 7000미터가 넘는 산들과의 거리는 불과 3km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이다. 잠시 후 비행기가 고도를 낮추는 것을 감지하는 순간부터는 황량한 티벳의 땅이 보이기 시작한다.


간간이 나무들도 보이기는 하지만 드문드문 보이는 인가도 잿빛 일색이다. 창 밖에 강물이 말라붙은 브라마푸트라강이 시야에 보이자 비행기가 랜딩기어를 내리는 소리가 들린다.
타시텔레! 드디어 티벳에 도착했지만 머릿속에서 그렸던 모습은 아니다. 점보기까지 이착륙이 가능한 넓직한 활주로와 투명한 유리로 장식된 보딩브릿지를 갖춘 현대식 라싸공항청사가 변화하는 티벳의 모습을 대변해주는 것 같다.


공항에서 내리니 반갑게도 눈에 익은 대우마크를 단 국산 중고관광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이곳에서 라싸까지는 버스로 약 1시간 30분 거리인데, 오색룽다가 휘날리는 민가 뒤로 펼쳐지는 티벳의 풍광이 여행객들을 유혹하고 있지만 고산병 증세인지 가슴이 답답해 오는 것을 느끼게 돼 눈을 감고 심호흡을 쉬어본다.


라싸만 해도 무려 해발 3600이니 남한에서 가장 높은 한라산의 두 배 정도나 높은 곳이다.
티벳에서의 첫 날은 무조건 휴식을 취해야한다는 것이 티벳여행의 철칙이었지만 일정을 하루 날린 것이 못내 아쉬워 약간 감기기운을 느끼면서도 시내를 한바퀴 둘러보았다.
초저녁까지는 그런 대로 견뎠는데 밤이 깊어지자 가슴이 더욱 답답해지고 두통이 심해져만 간다.
전날 쳉두에서 오랑캐와 차가운 밤공기를 마시고 밤늦게 돌아다닌 것이 티벳에서 컨디션 조절의 화근이 된 것이다.


다행히 같은 호텔에 장기 투숙하고 있는 한국인 부부가 전기장판을 빌려주었고, 만일에 대비해 휴대용 산소통을 구입해 머리맡에 비상용으로 두고 잠자리에 누웠지만 심한 두통으로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내게 됐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샤워를 하는 것도 힘들게 느껴지고 2층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도 부담이 될 정도로 몸 컨디션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


하늘 아래 첫 동네라고 해서 맑은 하늘을 기대했지만 마침 비까지 뿌린 우중충한 날씨 때문에 발이 묶여 방안에서 카메라만 만지작거리며 쉬게 된 것은 어쩌면 나로서는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전날 날씨 탓도 있었지만 심한 두통으로 하루동안 아무 것도 안하고 지냈더니 그 다음날부터는 많이 좋아졌다.
날씨는 여전히 흐려서 안타깝지만 더 이상 호텔방에서만 있을 수 없어서 카메라를 메고 시내산책에 나섰다.


시내 어디를 가더라도 남루하고 두터운 코트를 걸치고 길을 오가는 티베탄들의 손에는 마니차(법륜)가 들려져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