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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답사 기행(23)]서산 마애삼존불과 보원사지

백제인의 염원속에 들꽃향기 가득하고

백제 문화 우수함 곳곳서 만끽
한적한 나들이 원하면 가볼만


보원사지로 가는 길은 잃어버린 마음의 한 구석을 찾는 행복한 여정이다. 그래서 난 보원사지로의 답사여행을 준비하면 여행에 이력이 날 만도 하건만 매번 기대감으로 가득해지곤 한다. 그곳으로 들어가는 길이 좋고, 절터에 피어나는 개망초 향기가 좋았다. 언제나 고요함이 있어 좋았다.
서해안 고속도로가 서해대교를 건너면 당진 땅이다. 예부터 이 땅은 당나라로 가던 뱃길이었다. 그래서 당진(唐津)이라 불렀다. 당진을 벗어나면 곧 서산이다. 서산은 너른 평야와 물산이 풍부한 바다가 있어 예부터 부자가 많았다. 뱃길로는 한양과 가까워서 남도지역에서 올라오는 많은 물산들이 이곳을 거쳐 갔으며, 이곳에서 나오는 많은 것들도 뱃길을 이용하면 한양으로 이송하기 편리했던 것이다. 그래서 신라 경덕왕때는 이곳을 부유하다해 부성군(富城郡)이라 불렀다. 이러한 지역적인 특색으로 기인한 富와 교통의 편리함으로 인해 많은 사찰들이 창건됐다.


서산과 예산, 당진을 경계로 한 산이 가야산(伽倻山)이다. 불교와 관련있는 이름처럼 가야산에는 불적(佛蹟)이 많다. 가야산 동쪽으로 예산 고을에는 흥선대원군의 야망으로 불타버린 유명한 가야사터가 있고 서쪽 서산군 운산에는 보원사터가 있다. 가야산 줄기 남쪽에 덕숭총림 수덕사, 아름다운 사찰 개심사 또한 이곳에 있으니 불교의 보물 창고라 할 만 하다.


서산 IC에서 나오면 곧 삼거리다. 운산, 개심사 방향으로 우회전하면 곧 개심사, 서산마애삼존불을 가리키는 도로표지판이 나온다. 다시 우회전해 얼마를 달리면 다시 서산마애삼존불과 개심사 가는 방향이 달라진다. 서산마애삼존불로 들어간다. 향토적 서정이 짙은 고요한 시골길을 달리면 차창을 통해 들어오는 맑은 향기에 몸을 흐뭇하게 적신다. 그림같은 풍경을 호수에 가득 머금은 신창저수지 뚝 위를 지나면 터널이 나온다. 차 한대 겨우 지날만한 크기다. 그래서 저쪽에 차가 오는지 여부를 살펴본 후에 진입해야 한다. 요즘 새 터널을 공사 중이라 조만간 크게 확장된 터널로 다닐 수 있을 것 같으나 지금처럼 저수지에 비치는 아름다운 풍광은 감상하지 못할 것이다. 터널을 나오면 산과 산이 중첩되고 사이사이로 푸른 호수가 나타난다. 그러면서 조그마한 계곡을 따라 들어가게 된다.


서산시 운산면 용현리가 된다. 서산마애삼존불과 보원사지로 들어가는 길은 좁다. 물론 버스도 들어갈 수 있는 길이지만 차 두 대가 양 방향에서 만나면 한쪽은 양보해야 한다. 그래서 이 길을 다닐때는 급한 맘을 가지면 안된다. 길 한쪽 돌무더기 위에는 어느 폐사된 곳에서 가져온 것인지는 모르나 석불이 올려져 있어 오가는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준다.


서산마애삼존불은 ‘백제의 미소’로 널리 알려져 있고, 백제문화의 우수함을 보여주는 것으로 교과서에 나올 정도로 유명하다. 물론 교과서에 나온다고 해서 다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이 마애불(바위벽에 새긴 것을 이렇게 부른다)은 햇살이 비치는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미소가 보는 이를 감탄을 자아낸다.


옛날에는 아침에 해가 떠서 저녁에 서쪽으로 넘어갈 때까지 천천히 달라지는 미소를 볼 수 있었지만, 문화재 보호를 위해 보호각을 위에 씌어 놓았기에 자연광으로는 볼 수 없다. 그래서 관리소에 부탁하면 안내인이 나와서 전등을 햇살의 각도처럼 비쳐준다. 얼굴에 감도는 은은한 미소가 소박하고 천하지 않은 백제의 자애로운 정신과 아름다움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아름다운 미소에 흠뻑 빠져 정작 중요한 것은 놓치고 만다.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왼쪽에 제화갈라보살, 오른쪽에 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 있다. 통통한 얼굴에 넓게 뜬 눈, 유려한 옷자락, 불꽃광배에 작은 세 기의 화불이 새겨져 있다. 왼쪽의 제화갈라보살의 미소는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의 미소로 “야! ~” 저도 모르게 감탄을 연발하게 된다. 오른쪽의 미륵보살반가사유상(의자에 반쯤 앉아서 한쪽 다리는 내리고 다른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