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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주의 지구촌 기행]인도 뉴델리

올드델리·뉴델리 ‘환상의 조화’


인도의 수도이자 관문인 뉴델리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올드델리와 함께 인도의 두 얼굴이 스며있는 곳이다. 이번엔 2004년도 FDI총회가 열리는 인도의 델리를 찾아가 본다.


뉴델리의 인디라간디 국제공항은 낮보다는 밤이 더욱 복잡한 곳이다. 인도로 연결되는 외국의 도시들이 동서로 널리 퍼져 있어서 시간차가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청사를 나서면 승객을 마중 나온 사람들과 배웅 나온 인파로 짐을 실은 수레를 끌고서는 걸어 나가기도 힘들어 밤공기의 열기는 더욱 더 뜨겁게 느껴진다. 개발도상국의 대부분이 그렇듯 공항건물 안에는 항공권을 소지한 승객만 들어갈 수 있기에 문밖만 나서면 완전히 시장판이지만 그나마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Pre-paid taxi 제도는 인도에 첫 발을 내딛은 승객의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공항택시라 해도 에어컨도 없는 낡은 영국식세단인 앰배서더택시를 타고 시내로 들어가는 길은 가로등도 별로 없어 어둡지만 자동차의 헤드라이트는 곳곳에 노숙하는 걸인들을 비추어 인도의 어두운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


델리는 무굴제국 때부터 수도로서의 역사를 이어오는 유서 깊은 도시로 인도에서의 숙소는 초현대식 고층빌딩의 호텔보다는 고전적인 헤리티지호텔이 인도의 정취를 느끼기에는 제격이다. 보통 물가가 싼 나라에서는 호텔요금도 저렴한 편이지만 인도의 특급호텔은 어차피 인도인이 아닌 외국인들이 이용하는 곳으로 이들 특급호텔요금은 인도의 물가와는 상관없이 비싼편이지만 오히려 인도의 전통적인 체취를 느낄 수 있는 무굴제국 마하라자들의 저택을 개조한 고전적인 호텔이 비교적 낡은 시설에도 불구하고 인도의 전통과 품위를 볼 수 있어서 권할만하다.


델리에서 가장 인도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는 곳은 올드델리의 시장거리인 챤드니쵸크(Chandni Chowk)이다. 인디아게이트와 대통령관저를 잇는 뉴델리의 라지파트(Rajpath)와 뚜렷이 대비되는 챤드니쵸크는 화려한 인도의 색깔을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동대문 시장의 포목점골목을 연상케 하는 인도여인들의 정장 옷감인 사리가게는 그 색채가 인도의 햇빛처럼 너무나 강렬하다. 거리 가게에 진열된 원색의 향료도 거리 일꾼의 땀냄새와 섞여 이방인들의 후각과 시각을 자극하고 있다. 챤드니쵸크 한쪽 끝에 붉은색 사암으로 지은 ‘Lal Qila’(Red Fort 붉은성)는 마주 보고 있는 Jama Masjid (이슬람대사원)와 함께 무굴제국의 전성기의 위엄을 보여주고 있다. Lal Qila 와 Jama Masjid 모두 건축왕 이었던 무굴제국의 황제 사자한에 의해서 지어진 것으로 힌두교의 나라인 인도를 무슬림의 나라로 착각하게 할 정도로 무굴제국의 건축물들이 지금 인도의 유적에서 차지하는 부분은 교세에 관계없이 엄청난 것이다.


복잡한 올드델리의 거리를 벗어나 Lal Qila 에서 야무나강변을 따라 내려오면 인도의 근대사를 좌우한 명사들의 화장터였던 평화로운 공원이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Raj Ghat로 불리는 이곳은 인도의 성자 마하티마 간디가 1948년 암살된 후 화장된 명소이지만 그 이후 주변에는 인도의 초대수상을 지낸 네루수상, 네루 수상의 딸이자 인도의 여걸 간디 여사, 그리고 네루의 외손자이자 간디 여사의 아들인 산쟈이 간디와 라지브 간디가 이 세상과의 인연을 끊고 화장을 한 곳이다. 간디 여사의 가족 중에서 비행기사고로 죽은 샨자이 간디를 제외하고는 간디 여사와 그 아들 라지브 간디는 모두 정적들에 의해서 비극적으로 암살 당한 비운의 희생자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특히 라지브 간디는 암살 당하기 일주일 전에 아그라로 정치연설을 하기 위해 가는 비행기에 필자의 옆자리에 함께 앉아 몇 마디 대화를 한 적도 있어서 내가 귀국하는 날 들은 그의 암살소식에 마치 내가 영화 속에 있다가 나온 착각을 주기도 했다. (마하트마 간디와 간디 여사는 같은 집안이 아니다)


코넛플레이스(Connaught Place)는 올드델리와 뉴델리를 연결하는 델리의 중심으로 같은 모습을 한 원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