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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답사기행(25)사색 즐기기 좋은 곳

울긋불긋
단풍여행
어디로 갈까


“단풍이 홍수를 이룬다고
 다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주변 나무들과 어울리고
 인문환경과 조화를 이뤄야”

 


울긋불긋, 만산홍엽(滿山紅葉), 단풍, 노란은행잎, 추억, 낭만.... 가을을 말해주는 단어다. 조물주로부터 계절의 변화를 선물 받은 우리는 계절이 주는 아름다움을 느낄 겨를 없이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회색빛 도시에서는 찬바람이 불어야 가을이며, 매섭게 추워야 겨울인줄 안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것은 무미건조한 빌딩과 표정없는 사람들뿐.


일상을 벗고 계절의 한 가운데로 들어가는 것은 삶의 새로운 활력소가 된다. 가을이 되었어도 어디로 가야 편안하게 가을 분위기를 젖어 볼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단풍이 홍수를 이룬다고 모두 다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산과 물, 주변 나무들과 어울리고 인문환경과 조화를 이룰수록 더 좋겠다. 인문환경이라 함은 사람들이 살아온 내력을 말한다. 여기서 소개하는 곳은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을 피하고 조용하게 사색을 즐기며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곳으로 추천한다.


10월20~25일경 여행을 떠난다면 영월의 장릉과 법흥사


를 추천한다. 단종 임금이 유배되어 돌아가신 영월은 단종의 애환만큼이나 선명한 단풍으로 아름답다. 장릉 매표소를 지나 능으로 올라가는 길은 울창한 소나무의 짙푸름과 붉은 단풍이 절묘한 조화를 뽐내고, 아래 정자각으로 들어가는 길은 노란 은행나무와 붉은 단풍, 은근한 느티나무의 빛깔이 뿜어내는 가을향기가 가득하다. 같은 영월 땅이지만 장릉에서 좀 떨어진 주천의 법흥사는 신라말 구산선문 중 하나인 사자산문을 개창했던 곳이며,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진신사리를 봉안한 곳)의 한 곳이다. 들머리의 소나무가 심상찮은 모습으로 사천왕의 역할을 대신하더니 주차장에서 적멸보궁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미끈하고 키 큰 소나무가 감탄을 자아낸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소나무가 있다는 것이 신비롭기만 하다. 소나무숲 사이로 단풍빛이 이어지고, 우물을 지나면서 붉은 단풍이 밝은 햇살을 받아 더욱 선명하다. 적멸보궁 가는 길은 단풍에 취해 걸을 수 있는 길이다. 단풍을 보랴, 길을 오르랴 우리 눈은 바쁘다. 이 길을 걸으면서 걸음이 자꾸 멈춰지는 것은 어쩐 일인가? 


10월25일 경 여행을 떠난다면 조금 멀기는 하지만 추풍령 너머 경북 김천의 직지사와 청암사, 수도암을 소개한다. 직지사는 큰 사찰이다. 신라에 불교를 전한 아도화상이 선산에 도리사를 창건하면서 함께 창건했다고 하니 그 역사가 1천6백년이다. 그러나 의외로 직지사를 아는 이가 드물다. 직지사의 가을을 경험한 사람은 더욱더. 직지사는 경내의 단풍이 아름답다. 사찰입구 참나무 숲의 은근한 맛은 사천왕문을 지나 경내로 들어서면서 붉고 노란 단풍빛으로 이어진다. 탑과 법당 사이, 법당과 법당사이로 붉은 단풍이 터널을 이루고, 고목이 된 은행나무는 그 품을 넓게 하여 담장너머에까지 영역을 펼친다. 사찰 경내에 이처럼 아름다운 단풍이 펼쳐지는 곳이 또 있을까?


김천시내에서 거창방향으로 3번 국도를 따라 달리다가 대덕에서 30번 국도를 만나 좌회전하여 증산 방향으로 가면 가리재를 넘는다. 재를 넘으면 눈푸른 비구니 스님 140여명이 수행의 향기를 쌓아가고 있는 청암사가 있다. 청암사는 세상을 향해 꼭꼭 숨은 곳이다. 이곳은 비구니 승가대학으로 비구니 사찰이 거개가 그렇듯이 정갈하고 단아한 것이 뛰어나다. 가을이면 겨울 준비하는 비구니 스님들의 손길이 바쁘다. 텃밭에서 채소를 거두어들이고, 곶감을 주렁주렁 이어 처마 밑에 매단다. 나물도 말리고, 겨울준비 문풍지도 바른다. 그리고 틈나면 불령산 산행도 한다. 청암사는 역사가 오랜 고찰이다. 신라말 도선이 창건했으며 조선 숙종때 인현왕후가 서인으로 있을 때 이곳 극락전에 머물며 기도한 인연이 있는 곳이다. 주차장에서 일주문에 이르기까지 한적한 길은 여느 사찰의 입구에서는 맛 볼 수 없는 적적함이 서려 있다. 스님들의 정갈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