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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NCI(단국치대 영화동아리)]영화세상/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10월 29일 개봉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현실감이다. 동화 속 같이 현실에서 없는 거 같은 친절함…”
이상한 제목의 심상치 않은 문구의 영화. 장애인과의 사랑이라는 진부한 소재를 평범하지 않게 풀어가는 시나리오 작가의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영화이다.


금발의 초원(金髮の草原)의 이누도 잇신(犬童一心) 감독이 아구타가와상(芥川賞) 수상작가인 타나베 세이코(田邊聖子) 작가의 단편소설 ‘죠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ジョゼと虎と魚たち)’을 영화화했다. 츠마부키 사토시(妻夫木聰), 이케와키 치즈루(池脇千鶴)라는 두 실력파 젊은 배우를 내세워 대학생과 지체부자유 소녀의 사랑을 세밀하고 고통스러울 정도로 현실감 있게 그리고 있다.
심야의 마작 게임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대학생 츠네오는 밤마다 유모차를 끌고 산책을 나오는 이상한 노인에 대해 떠드는 손님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다음 날, 츠네오는 주인의 개를 데리고 산책 나갔다가 유모차와 부딪힐 뻔한다. 그런데 그 속에는 아이가 아니라 한 소녀가 들어 있는게 아닌가! 유모차 속에 있던 소녀는 노파의 손녀였다. 그녀는 원인 모를 병으로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번도 걸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이에 그녀의 할머니는 손녀의 존재를 숨기고 살다 밤이 되면 유모차에 손녀를 싣고 산책을 나오곤 했던 것이다. 츠네오는 소녀를 데리고 그녀의 집에 가 아침식사 대접을 받는데 음식 솜씨가 기가 막히다. 이렇게 해서 츠네오와 다리가 불편한 소녀가 만나게 되었다.


원작은 20페이지 정도의 단편인데 이와이 순지(岩井俊二) 감독의 시나리오학교 ‘시나리오돈토코이(シナリオどんとこい)"에 투고해 발탁된 주부 와타나베 아야(渡邊あや)가 시나리오 작업을 맡아 화제가 되었다.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현실감이다. 동화 속 같이 현실에서는 없을거 같은 친절함, 영화 ‘러브레터’에서와 같이 현실과 이질감이 느껴지는 깨끗하고, 평온한 마을 풍경 등, 영화의 내용도 잔잔한 물결처럼 흐르고 있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났을때 이 영화는 감상적인 느낌으로만 만든 영화가 아니라는걸 알 수 있다. 지극히 현실적인 내용들이 우리가 다시 현실의 세계를 되돌아보게 한다. 오히려 굴복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 아쉬워하면서도 영화 속 인물들의 잘못이 아니기 때문에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다. 동화 속에서 펼쳐지는 혹독한 현실이 관객이 이렇게 무기력 해진 영화는 흔하지 않다. 이는 관객도 영화 속 주인공의 입장이 되었다 하더라도 자신을 둘러 싼 현실과의 싸움을 피할 것임이 분명하다는 걸 깨닫게 해주기 때문이다. 젊음의 열정만으로는 뛰어넘을 수 없는 현실을 벽을 아름답게 자각하게 해주는 이 영화는 올 겨울에 장애인에 대한 시선을 예전과 같이 않게 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