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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DENCI(단국치대 영화동아리) 영·화·세·상 / 꿈의 구장을 꿈꾸면서

시험이 끝나고 벼르고 별렀던 ‘슈퍼 스타 감사용"을 봤다. 야구도 영화도 관심 있어 하기에 흥행에 실패한 것이 이해가 안될 만큼 재미있었다. 단지 구성이 전형적인 틀안에 있다는 점과 지나친 홍보 덕택에 안 그래도 결말이 뻔한 영화의 긴장감이 떨어졌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영화가 끝나고 어둑어둑해진 길을 걸어오던 중 머리 속에 갑자기 스치는 영화가 하나 있었으니 바로 어릴 적 부모님과 함께 봤었던 ‘꿈의 구장"이었다.


너무 오래된 영화라 기억에 자신이 없어 집에 오자마자 인터넷 창을 통해 검색을 해 보니 ‘꿈의 구장- 케빈 코스트너 주연 1989년 작". 세상에…. 15년 전 영화를 기억해 내다니 나도 참 대단하긴하다. 원래 생각이 하나 떠오르면 못 참는 성격 탓에 그 길로 동네 비디오 가게를 3곳이나 뒤져서 먼지가 뽀얗게 쌓인 테이프를 들고는 의기양양하게 돌아왔다.


영화는 밀 농사를 짓는 36살의 평범한 농부인 레이(캐빈 코스트너)에게 어느 날 목소리가 찾아 오면서 시작된다. ‘그것을 만들면 그가 올 것이다." 아버지에 대한 죄스러움과 야구에 대한 애정이 가슴 한구석을 늘 차지하던 레이가 이 음성에 따라 농장을 갈아 엎고 야구장을 만들자, 이전 승부 조작 스캔들로 야구를 떠났던 돌아가신 아버지의 우상이었던 전설적인 선수 맨발의 조가 나타난다. 뒤이어 은둔작가인 테렌스만, 단 한차례 메이저리그에서 보고는 야구를 그만 두고 의사가 된 그러함 등 야구가 꿈이었던 그러나 이루지 못했던 이들이 하나 하나 모습을 들어내 못다한 야구를 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버지가 나와서는 10대의 그와 쌓였던 해묵은 감정을 씻고 캐치볼을 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기름진 땅을 뒤엎고 야구장을 만든 레이를 비웃던 사람들도 마음을 열기 시작하자 왕년의 스타들이 플레이하는 경기장이 보이게 되고 사람들은 추억을 찾아 오하이오 레이의 농장으로 줄을 지어 찾아오기 시작한다.


신기한 점은 15년이나 전에 한번 본 것이 전부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는 내내 대사하나 장면 하나의 낯설음이 거의 없었던 점이다. 당시 국민학생인 필자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웠을 내용임에도 영화를 보고 무척이나 흥분하고 즐거워했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의 나에게는 그때와 다른 여러가지가 보이고 또 느껴졌지만 부모님과 함께 지하철을 타고 한참을 달려서야 도착했던 그 날의 영화관에서의 감동은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나에게는 어떨까. 지금부터 15년 쯤 후에 어느 날. 이제는 늙으셨을 아버지와 야구의 규칙을 배운지 얼마 안된 아들 녀석과 함께 밤비노의 저주가 아니라 해태 타이거즈의 4연패나 이승엽의 55호 홈런에 관해 상영하는 영화관을 찾는다면. 아버지에게는 지난 시간의 추억과 일상의 피로함 때문에 포기했던 젊은 시절의 꿈을 떠올리게 하는 감동을, 무슨 이야기인지도 모르면서 그저 야구 영화이기에 신이 나서는 할아버지에게 옛날엔 저랬냐며 이것 저것을 끊임없이 물어 볼 아들 녀석에게는 어린 날의 잊지 못할 추억을. 영화 자체에는 이제 흥미가 줄어들었을 40대에 접어든 나에게는 바쁘다는 핑계로 그간 아버지께 무심했던 일에 대한 반성을. 비록 느끼는 바도 영화를 통해 떠올릴 기억도 제각각이겠지만 그 날 하루 만큼은 온 가족이 모두 즐거울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상상이려나.


굳이 야구 이야기가 아니어도 좋다. 두고 두고 전설로 남을 2002년의 월드컵이라든지 아시안 게임을 제패한 농구 선수들의 이야기 아니면 황영조 선수의 금메달 이야기 역시 환영이다. 모두의 기억 언저리에 숨어있던 즐거운 기억을 통해 각기 다른 각자의 감동을 현상해 줄 지금의 우리가 추억이 될 시대의 ‘꿈의 구장"을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