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28 (토)

  • 구름많음동두천 22.4℃
  • 구름많음강릉 23.7℃
  • 맑음서울 24.0℃
  • 구름많음대전 24.7℃
  • 구름많음대구 23.5℃
  • 구름조금울산 24.7℃
  • 구름많음광주 25.8℃
  • 구름조금부산 27.9℃
  • 구름조금고창 26.8℃
  • 구름조금제주 27.7℃
  • 구름조금강화 23.1℃
  • 구름많음보은 23.4℃
  • 구름많음금산 24.8℃
  • 구름많음강진군 25.9℃
  • 구름많음경주시 24.7℃
  • 맑음거제 25.1℃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문화답사기행(30)]고창 선운사

눈물처럼 후두룩지는 동백꽃


벚꽃과 더불어 꽃잔치 풍성
숲속에 있는 ‘부도전’ 꼭 봐야


고인돌공원 여행 기쁨 더해


고창 선운사


생명으로 가득한 봄은 꽃들의 세상이다. 부지런히 꽃을 피워 새로운 생명의 잉태를 준비하는 자연의 속성이 가장 왕성한 계절이다. 그 속에 서 있는 사람들은 자연이 베푸는 향연의 감상자일 뿐이다. 주연은 꽃들임이 분명하다.


지난 겨울은 매서운 추위가 기승을 부렸다. 그래서 봄이 더 반갑지 않을 수 없다. 겨울을 인고(忍苦)해 낸 생명 있는 것들이 기지개를 켜는 봄은 다양한 색감의 스펙트럼으로 펼쳐진다. 남쪽으로부터 붉은 동백과 향기 짙은 매화, 노란 파스텔톤의 산수유, 무리지어 피어나는 벚꽃, 산에산에 피는 꽃 진달래가 차례로 봄소식을 전한다. 이때는 마음도 덩달아 부풀어 올라 꽃송이 터지듯 길을 떠나지 않으면 견딜 수 없게 된다. 누가 봄볕에는 며느리 내보내고, 가을볕에 딸을 내보낸다고 했는가? 이 아름다운 봄날을 함께 향유하지 못한다는 것은 큰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올해는 봄이 늦다. 예년보다 2주 정도 늦게 꽃소식이 들린다. 봄꽃은 종류도 많지만 화사한 것이 특징인데 그 중 벚꽃이 가장 화사하면서 화려하다 할 수 있겠다. 한때는 벚나무가 일본 국화라고 해 배척했지만 벚나무의 자생지가 우리나라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다시 심고 있다. 옛날에는 벚나무로 인쇄용 목판을 만들거나(팔만대장경의 많은 수가 벚나무로 만들어짐) 무기의 손잡이로 사용했기 때문에 절에서 많이 심었다. 무기의 손잡이로 쓰기 위해서 사찰에서 벚나무를 심었던 것은 국가 부역의 일종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유명 사찰 입구에는 벚꽃이 아름답다.


선운사는 벚꽃과 더불어‘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꽃’ 동백을 함께 볼 수 있는 곳이다. 올해(2005)는 4월10일은 넘어야 벚꽃을 볼 수 있을 듯하다. 물론 동백은 3월 중순부터 피겠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여행지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다섯 중의 하나는 선운사를 택한다. 선운사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그 중 으뜸은 동백꽃이다. 미당 서정주의 <선운사 동구>, 송창식의 노래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최영미 시인의 <선운사에서> 등이 한몫했다고 할 수 있다. 모두 동백꽃을 주제로 노래했고 시를 지었다.

 

선운사 골째기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을 아직 일러 피지 안했고
막걸리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상기도 남었습니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었습니다.


<미당 서정주의 ‘선운사 동구’>

 

4월의 선운사는 사람이 많다. 주차장 주변에서 선운사 일주문에 이르기까지 벚꽃이 화사하다. 길가 묵은 밭에는 유채꽃이 색감을 더해주고 있어 봄 여행의 흥분을 돋운다. 일주문을 지나면 오른편 산자락으로 짙은 녹음을 드리운 것이 동백숲이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선운사에 가면 선운사 ‘부도전’을 꼭 봐야 한다. 오른쪽 숲 속에 편백나무, 삼나무, 단풍나무 울창한 숲 속에 단아하게 터잡은 부도전에는 <華嚴宗主 白坡大律師 大機大用之碑>가 있다. 추사의 말년 글씨다. 추사와 선운사 승려였던 백파선사가 치열하게 선문답을 주고 받은 일은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품고 있어 재미를 더한다.


추사는 해남 대흥사에 있던 초의의 절친한 친구다. 초의와 백파가 선(禪)에 대해 주고받는 것을 보고 해동의 유마거사로 불리던 추사가 백파에게 일침을 가한다. “백파 망증 15조(白坡 妄證 十五條)”추사의 말투는 사뭇 오만 방자해 듣는 이로 해금 추사의 뻔뻔스러움에 놀라게 된다. 여기서 망증 15조를 모두 열거할 순 없지만 그 중 하나를 보면 “스님은 매양 80여 년 공을 쌓은 나인데 그 누가 나를 넘어설 자가 있느냐고 호언장담하더니 그 공 쌓은 것이 겨우 이것이냐? … 아무런 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