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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영화세상 KENCI/아는 여자/이나영·정재영 주연배우 캐스팅 독특

한남자만 바라보는 외사랑 모습 그려


한때 잘 나가던 투수였지만 현재는 프로야구 2군에 소속된 별볼일 없는 외야수 동치성. 애인에게 갑작스런 이별을 통고 받은 날, 설상가상으로 3개월 시한부 판정까지 받는다. 실연의 상처는 시간이 해결해준다고 했던가..? 치성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다. 엉망진창이 돼버린 마음으로 단골 Bar를 찾아가 술 석잔에 만취가된 치성. 눈을 떠보니 여관 방. 낯익은 바텐더는 치성에게 주사가 없음을 알려주며, 그를 접어서 봉투에 담아왔다고도 한다. 다음날 야구연습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사연이 어쩐지 낯설지가 않다. 지난 밤 남자의 이야기가 ‘필기 공주"의 사연으로 흘러나온 것이다. 덧붙여지는 사랑 고백. ‘나를 아.는.여.자.’ 진짜 이상한 여자다."라고 치성은 생각한다.


주업은 100% 당첨률의 라디오 사연 응모, 부업으로 바텐더를 하고 있는 여자 한이연. 10여년 전, 치성과 이웃 사촌이 되던 날부터 그의 발자국을 세어가며 조금씩 계속된 사랑. 그런데 어제, 술도 못 먹는 그 남자가 찾아와 갑자기 술을 달라고 했다. 그냥 만원어치만. 아니나 다를까, 거푸 세 잔을 마시곤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었다. 할 수 없이 그를 여관으로 옮겼고, 잠든 그를 멍하니 지켜보다가 곁에 누워보았다. 하지만, 미친 듯 방망이질 치는 내 심장 소리에 그 남자가 깰까 봐 슬그머니 여관을 나왔다. 그 사람 옆에 더 있고 싶었는데.. 그냥 나왔다. 다시 아침. 처음 모습 그대로 아직 잠 들어있는 치성. 이 남자 주사도 없네... 부스스 눈을 뜨더니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아는 체를 한다.”
난생 처음으로 그 남자와 눈맞은 기쁨을 라디오에 실어보냈다. 경품으로 날아온 휴대폰. 남자에게 건네며, 전화번호 입수. 또 다른 프로에서 받은 식사권과 영화표로 데이트 신청도 성공. 어느새 그 남자와 나 사이, 39 발자국으로 좁혀졌다. 이제 그냥 좀 ‘아는 여자" 말고 그 남자 가슴속 특.별.한 여.자이고 싶다.는 것….


전체적인 스토리를 봤을 때는 로맨틱이라고 단정 지을지 모르겠지만, 그 속에 자세한 영화 내용들로 보았을 때는 코믹하기도 하면서 독특하고 엉뚱하다는 생각이 들어 여러가지를 떠올리게 하는 영화이다.


우선 먼저 배역을 맡은 배우들의 캐스팅 부터도 독특하다. 순수 엉뚱한 이나영(한이연)과 멜로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험상궂은 인상의 정재영(동치성). 그리고 멜로이지만 특별함을 택한 장진 감독. 이미 이 세 인물을 보더라도 그러하다. 이런 특이한 배역의 배우와 감독은 멜로하면 떠오르는 아기자기 사랑이야기는 젖혀둔 채, 바보스러울 만큼 한 남자만을 바라보며 일심하는 외사랑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실생활에서 있을 수 있는 작은 것에 의미를 두기도 했다. 예를 들어 극중 한이연이 자신의 집과 한치성집 사이의 발자국 수까지도 기억하는 꼼꼼함과 신선함을 이용했다는 점이다. 엉뚱하게 표현됐지만, 이연이 자살한 이의 환상을 보는 것 또한 복잡한 속 마음을 신선하게 표현하기도 했다.


이렇듯 대중의 영화에 너무나 맛 들여 버린 사람이라면 이 영화가 말도 안되고 만화에서나 나올 이야기 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식상할 수 있었던 사랑 얘기를 외사랑이라는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또다른 시선에서 영화를 풀어 나갔다는 점이 이 영화의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장진 감독은 사랑을 빌미로 흥작을 목표에 둔 영화를 극중 한이연과 동치성이 보는 장면에 삽입하므로 영화속의 영화를 비판과 동시에, 자신의 영화와의 차이점을 잘 들어내기도 했다.
이 영화의 사랑에 대한 정의 또한 다른 영화와는 조금 다르다. 일반적인 영화들은 영화가 막이 내릴 때면 해피엔딩이나 아니면 비극으로 단정지어 버린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사랑을 지키기위해 사랑하는 남자를 살해한 한 여자의 에피소드를 보여주며 장진 감독은 사랑이라는 것이 목숨을 걸만큼 대단하지는 않다고 이야기한다. 수많은 영화들이 ‘사랑이란?" 이라는 질문을 던졌지만 이 영화처럼 독특한 방법으로 현실적인 대답을 해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