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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답사기(31)] 칠선계곡 서정암사, 벽송사

원시 모습 간직
청정지로 유명


칠선계곡 서정암사·벽송사


“물에 비치는 산 모습
  형용 할 수 없이 아름다워”

“바위 사이사이로 핀 봄꽃
  법당을 꽃으로 장식한 듯”

 


지리산은 어느 곳이나 유명세에 시달리지 않는 곳이 없지만, 지리산의 북쪽 함양의 휴천, 마천 지역은 아직 원시의 비경을 잘 간직하고 있는 곳이라 하겠다. 칠선계곡은 우리나라 3대 계곡중의 하나이며 지리산 계곡 중에서 가장 험난하면서 뛰어난 계곡으로 이름 높다. 원시의 계곡미를 간직하고 있으며 오염되지 않은 청정한 곳이다.


칠선계곡으로 가기 위해 남원의 인월쪽에서 접근하든, 함양에서 접근하든 지리산에 기대어 살아갔던 사람들의 치열한 삶의 현장을 속속들이 들여다보게 되는데 다락논들이 그것이다. 비탈진 산을 일구어 층층이 논을 만들었는데 논배미들의 모습이 장관이다. 벼를 심기 전에 논에 물을 가두는 계절에 가면 신비롭게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농부들의 땀방울의 현장을 구경삼아 간다는 것이 미안하지만, 지리산에서 피아골과 이곳의 논배미들은 야외에 설치한 거대한 예술작품이다.
서암정사와 벽송사는 지리산 북쪽을 대표하는 칠선계곡에 있다. 칠선계곡은 함양군 마천면 의탄리에서 시작한다. 정확히 말하면 지리산 천왕봉에서 시작한 물줄기가 의탄리에 닿아서 남원 인월, 뱀사골, 백무동에서 쏟아내는 물줄기와 아우러지는 곳이라 하는 것이 맞는 표현이 되겠다.


지리산의 많은 계곡들이 스케일 면에서 장대함을 뽐내는 것은 한결 같지만 사람들의 분주함을 조금이라도 피 할 수 있는 곳이라면 칠선계곡을 들 수 있겠다. 그래서 그런지 칠선계곡으로 들어가는 길은 버스 한 대 겨우 지날 정도의 도로가 나 있을 뿐이다. 승용차라면 주말에 가더라도 큰 문제없겠다. 근사한 느티나무가 마을을 지키는 의탄리는 섬이다. 지리산에 웬 섬이 있는가 싶겠지만 칠선계곡이 이곳에서 와서는 양쪽으로 갈라지다가 다시 만나는데 그 가운데 몇 채의 집들이 있다. 큰 홍수라도 만나면 위험할 것 같지만 물이 절묘하게 갈라지면서 험한 물살을 피할 수 있을 듯하다. 물이 참 맑다. 그리고 물에 비치는 산의 모습도 형용할 수 없이 아름답다. 아름답다는 표현 외에는 달리 할 수 없어 안타까울 뿐이다. 집채만한 바위를 휘돌며 내려가는 물소리는 천둥처럼 요란하여 자동차 소음에 찌든 도시인이라면 물가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여정이 되리라.


산은 신록으로 옷을 갈아입는데 물은 얼음장같이 차다. 동행인이 있다면 물속에 발을 담그는 내기를 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1분을 견디기 힘들 정도로 차다. 물가에서 잘 자라는 돌배나무가 하얗게 꽃망울을 터뜨렸다. 연초록으로 물든 산은 ‘산은 역시 지리산’이라며 자랑하는 듯하다.


이 계곡을 따라가면 고찰 벽송사가 있다. 벽송사는 나무장승으로 유명한데 이젠 그 나이가 오래되어 따로 집을 지어 보존하고 있다. 원래 장승은 한 자리에 세워지면 썩어 넘어지도록 옮기지 않는데 워낙 명물 장승이라 보존의 가치가 있어서 그리했다. 벽송사는 주차장에서 20분 정도 걸어가면 있다. 약간 가파르기는 하지만 절의 스님이나 신도들이 차를 타고 다닐 수 있게 도로포장을 잘 해 놓아 심호흡을 하며 천천히 올라가면 그리 힘들지 않다. 벽송사로 가는 길에는 아름드리 참나무와 소나무가 짙은 그늘을 만든다.


그래서 뜨거운 햇살 아래 걸어도 시원하여 기분이 무척 상쾌해진다. 신라 말~고려 초 창건된 것으로 보이는 벽송사는 조선 중종 15년(1520)에 벽송 지엄대사가 중창하여 벽송사(碧松寺)라 했다. 워낙 깊은 산속의 절이라 크게 사세를 일으키지는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벽송사는 6.25를 피해가지 못했다. 6.25 때 야전병원으로 사용된 적이 있으며 이때 불에 탄 후 최근에야 조금씩 옛 모습을 되찾고 있다. 교통이 좋은 요즘 찾아가도 대단한 골짜기에 자리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빨치산의 활동무대가 되면서 불타고 말았다. 새로 지은 당우가 몇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