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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답사기행(32)]진뫼마을과 구담마을 들꽃피는 계절 섬진강을 따라 가 보라

진뫼마을과 구담마을
들꽃피는 계절…섬진강을 따라 가 보라


강에는 다슬기를 잡는 사람들이
부지런히 물속을 들여다보고 있다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돌다리처럼

 

섬진강으로 여행을 떠난다고 했더니 주변 사람들 왈 “구례를 지나 하동으로 가시겠군요!”라고 단정한다. 우리들의 머릿속에 ‘섬진강’은 그곳에만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과 배움의 둘레만큼 생각한다.


섬진강은 구례, 하동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섬진강의 발원지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진안 또는 장수에서 근원하는 곳으로 본다. 마이산을 비껴 흐르면서 쫑긋한 두 봉우리를 품에 녹이며 서남쪽으로 흐르다 임실군을 지난다. 임실에서 사선대의 아름다운 풍광을 만들어낸 후 섬진강댐에서 흐름을 잠시 멈춘다. 섬진강댐으로 생긴 호수를 옥정호라 부르는데 아름다운 산 그림자를 가득 머금고 있는 그림같은 호수다.

 

섬진강은 정읍의 칠보발전소를 돌린 후 가동한 물은 전라도 넓은 들을 적시는 동진강으로 흘려보낸다. 동진강에 제 살을 떼어준 섬진강은 남으로 방향을 바꿔 임실군 덕치를 지나면서 순창의 회문산에서 흘러온 맑은 구림천을 만난다. 순창을 지나 곡성의 일부를 적시고 구례에서 보성강을 만나 제법 깊은 강을 만들어낸다. 하동포구에 이르기까지 재첩이며, 참게, 은어를 길러내는 풍요로운 강이다. 500리의 긴 흐름을 간직한 섬진강은 두꺼비 섬(蟾)자를 쓰니 두꺼비와 관련이 있는 강이라 하겠다. 그래서 지금도 광양 매화마을 앞 나루에는 돌두꺼비가 있다. 두꺼비(蟾) 나루(津)가 있는 강이란 뜻이다.

 

제법 사설이 길었다. 이제 신발끈을 동여매고 떠나려는 섬진강은 가장 시적인 감성을 품고 흐르는 임실군 덕치강변이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의 고향으로 알려진 곳이다. 시인은 이곳에서 나서 자랐고 덕치초등학교 교사로 오랫동안 재직 중이다. 그는 해 저무는 강변에 서서 이렇게 노래했다.

 

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퍼가도 퍼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
개울물들이 끊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
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
쌀밥 같은 토끼풀꽃,
숯불 같은 자운영꽃 머리에 이어주며
지도에도 없는 동네 강변
식물도감에도 없는 풀에
어둠을 끌어다 죽이며
그을린 이마 훤하게
꽃등도 달아 준다
흐르다 흐르다 목메이면
영산강으로 가는 물줄기를 불러
뼈 으스러지게 그리워 얼싸안고
지리산 뭉툭한 허리를 감고 돌아가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섬진강물이 어디 몇 놈이 달려들어
퍼낸다고 마를 강물이더냐고,
지리산이 저문 강물에 얼굴을 씻고
일어서서 껄껄 웃으며
무등산을 보며 그렇지 않느냐고 물어 보면
노을 띤 무등산이 그렇다고 훤한 이마 끄덕이는
고갯짓을 바라보며
저무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어디 몇몇 애비 없는 후레자식들이
퍼간다고 마를 강물인가를.

 

시인의 고향을 찾기에 앞서 75000분의 1지도에서 한참을 헤맸다. 아무리 찾아도 진뫼라는 지명이 보이지 않는다. 이정도 축적의 지도면 웬만한 지명은 다 수록하는데 이상하다 싶다. 나중에야 정신을 차려 생각해보니 진뫼라는 지명은 동네사람들이 쓰는 말이라 지도에는 달리 수록했으리라 생각든다. 그래서 진-길다, 뫼-산이라는 뜻으로 찾아보니 있다. ‘장산’이다. 사투리를 약간 썩어 진뫼라 부른 것이다. 긴 산이라는 뜻인 듯하다. 임실군 덕치면 장산리가 그곳이다.

 

 

부지런히 마을을 찾아드니 마을 입구에는 느티나무 두 그루가 싱싱하게 자라고 있다. 나무 밑에는 강변에서 주워온 큰 돌들이 의자를 대신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한 듯 반들반들 윤이 난다. 여름 한 철 사람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제공할 준비를 갖추었다. 조금 작은 나무가 시인이 어릴 때 심은 나무라 한다. 진뫼마을은 조촐하면서 아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