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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주의 지구촌 여행]마을 자체가 거대한 박물관 ‘로텐부르그’/기차로 둘러보는 Romantische Strasse(2)

 



“어두운 조명아래 중세유럽에 사용된    투구와 칼, 그리고 와인통들과 목조가구들로 장식된 식당에서…”


아우그스부르그를 떠나 다음 행선지인 Rothenburg(로텐부르그)로 가는 기차노선은 얼핏 보면 그리 간단치는 않다. 우선 특급열차로 Ansbach(안스바흐)로 가서 다시 Steinach(슈타이나흐)행 지역열차로 갈아타고 그곳에서 Rothenburg로 가는 지역열차로 갈아타야 한다. 하지만 독일기차 시스템은 거의 1, 2시간 간격으로 규칙적으로 운행되고 있으며 Steinach에서 Rothenburg로 가는 지역열차는 마치 환승전용열차처럼 도착시간에 맞추어 알맞게 출발하게 돼 초행길에도 불편함이 없을 정도다. 오히려 이런 지역열차의 경우는 바쁘게 움직이는 비즈니스맨들로 가득찬 특급열차 보다는 옆 마을을 다녀가는 시골 노인네들로 가득 차서 현지인들과 좀 더 가까이 지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주기도 한다.


주변에 펼쳐지는 전원풍경을 잠깐 즐기자 독일에서도 가장 중세의 모습을 잘 간직한 로텐부르그에 도착한다. 로텐부르그는 성곽으로 둘러쌓인 조그만 마을로 기차역은 성곽 바로 밖에 위치하고 있는데 로만틱가도 중에서도 이 곳은 당일 지나치는 일정이 아니라 반드시 1박을 하고 가는 코스로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역에서 마을로 들어가는 택시를 기다리다 마침 마을로 들어가는 시내버스가 도착해 탑승했더니 유레일패스가 있으면 이 버스는 무료라고 한다. 운전기사의 얘기는 이 버스는 외곽을 돌아서 30분 후나 성 안의 우리가 예약한 호텔이 있는 곳에나 도착하게 된다고 해 다시 내려 택시를 이용할까 했지만, 그리 서두를 이유도 없어서 버스를 이용했는데 이 버스는 마치 우리나라의 마을버스처럼 성 외곽의 주택가를 골목골목 누비고 다녀서 오히려 가까이에서 독일주택들의 정원을 지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로텐부르그로 들어가는 길은 아스팔트 포장이 아닌 돌길로 중세의 길 그대로이다. 성벽둘레에 있는 7개의 성문들도 대부분 마주 치는 차량들이 교대로 지나가야 할 정도로 폭이 좁았고 어디를 보더라도 성냥갑 같은 현대식 건물은 보이지를 않는다. 오래된 주택을 그대로 사용하는 호텔에 발을 들여 놓으니 어둑하면서도 와인통이 보이고 넉넉하게 보이는 중년의 아줌마들이 맞아주는데 어느 대도시의 호텔에서도 느끼지 못하는 푸근함을 안겨준다. 오래 된 재봉틀도 구비된 객실은 구석 테이블에 놓인 조그만 TV와 화장실을 제외하면 마치 중세를 그린 영화 속의 한 장면으로 빠져든 것과 같은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시내 어디를 둘러보아도 선진국에서도 가장 앞선 첨단 과학문명을 지닌 독일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다. 호텔의 4층 다락방에서 창문을 열고 내다보니 붉은 기와지붕과 파란 하늘이 나의 시야를 양분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때에 마을이 많이 파괴됐다고 하지만 당시의 사진을 보면 건물의 골격은 그대로 있고 대부분 지붕이 날라간 형태로 보아 지붕만은 새로 올린 듯 하다. 좁은 골목길에 담벽을 따라 바짝 주차해 놓은 주민들의 BMW, Benz 승용차를 보니 그제서야 이곳이 유럽의 강국 독일 땅이란 것을 알 수 있을 뿐이다.


로텐부르그 마을은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박물관이지만 그 안에는 중세범죄 박물관, 장난감 박물관, 향토박물관 등 둘러볼 곳이 많은데 그 가운데 돋보이는 곳 중의 하나는 중세범죄 박물관이다. 중세 유럽시대에 죄수들을 상대로 시행됐던 각종 고문 방법과 그 도구들이 보존 돼 있는데 보는 것만 해도 끔찍한 장면들이 군데군데 엿보였다. 이곳에서 한 가지 특이한 것은 독일어와 영어로 된 안내판 외에 일본어 설명도 보인다는 것이다. 일본인 관광객들이 그렇다고 이탈리아어나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보다 많은 것 같지는 않은데…. 문득 우리 조상들이 일제시대에 독립운동을 하다 잡혀서 일본인한테 고문당한 일들이 연상돼 갑자기 마음이 씁쓸해진다.


로텐부르그성은 가장 긴 직경이 1km 안팎에 불과할 정도로 마을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걸어서도 반나절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