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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특집-문인의 향연/치과의사문인회 作](수필)2005년 3월 17일 오후 케임브리지는 완전히 점령 되었다/김영환

리엄 윌버포스 장군이 이끄는 스프링군단이 드디어 케임브리지에 입성하였다.
전 군단은 신속하게 도시로 진격하였으며 주력기갑부대인 암호명 ‘벚꽃’은 모든 길목을 차단하였다. 윈터트룹스군단은 북으로 퇴각을 거듭하였다.
벚꽃과 꽃 사과나무사단이 자랑스런 위용으로 퀸스로드의 양편에 도열하였다.
패주하는 잔당을 소탕하기 위해 곳곳에 검문소가 설치되었다.


킹스칼리지를 포함 시내 곳곳의 전략적 요충에는 수선화연대를 매복 배치, 완료하였다.
추위와 공포에 떨던 시민들은 카키색 깃발을 들고 파커스피스 광장으로 몰려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새파란 잔디위에 함성이 성화처럼 타 올랐다.
그동안 숨죽이며 케임브리지의 해방을 기다리던 민병대들은 각자 숨어 지내던 숲속에서 작은 창문을 열고 새 순의 작은 손을 흔들어 댔다.


그 손짓이 눈꽃처럼 도시에 내려앉았다.
말없이 흐르며 어둠속에서 뒤척이던 켐강조차 이제는 구태여 눈물을 숨기지 않았다.
노예해방의 아버지로 알려진, 윌리엄 윌버포스장군이 장갑차에 올라 메딩리로드를 달리고 있을 때 소속을 잃고 헤매던 어린 토끼병사 하나가 차에 치여 죽었다.
그러나 지금은 전쟁 중이므로 아무도 그의 죽음을 주목하지 않았다. 시체는 즉각 철조망 저편으로 던져 졌다.


장군은 유서 깊은 그랜체스터의 오차드하우스에 사령부를 설치했으며 사과나무 두 그루가 우선 활짝 웃는 얼굴로 노병을 맞았다.
전 군단은 드럼 소리에 맞춰 도시를 행진했다. 트럼펫소리가 하늘로 치솟아 나르는 새들을 이른 아침부터 깨웠다.


그날 스프링군단은 케임브리지 전 도시 전 지역을 완전히 장악했다
햇살은 나뭇가지 위에 자유의 전단을 뿌리고 미풍은 호외처럼 스프링군단의 승리를 전했다.
윌리엄 윌버포스 장군은 그의 오랜 친구이자 현 수상인 피트 경에게 ‘2005년 3월 17일의 이 빛나는, 완전한 승리’를 보고하였다.


새로운 향연이 도시의 곳곳에서 시작되었고 거친 세월을 견딘 사람들이 거리로 들판으로 쏟아져 나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선화 군단은 매복을 풀었고 담장 밖 옹기종기 모여 들꽃 같은 어린병사들의 재잘거림이 시작되었다.
간이역에는 깃발을 내린 기차가 막 도착하였다. 잘 생긴 낯선 시인 종군기자가 그랜체스터의 오래된 의자에 걸터 앉아 이 도시의 소식을 어디론가 전하고 있었다.

2005년 3월 17일 오후, 케임브리지는 완전히 점령 되었다.
 종군기자 김 영 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