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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NCI/단국치대영화동아리]영화세상/여고괴담4

노력 흔적 보이지만
뚜렷한 개성은 없는


“공포영화”


우리가 주로 듣는 학교와 관련된 괴담에는 두드러지는 불변의 법칙이 하나 숨어 있다. 괴담의 주인공은 항상 밤늦은 시간에 집으로 어서 가자는 친구의 제안을 뿌리치고 혼자 학교에 남아 무언가를 하다가 변을 당한다는 것이다. 모든 학생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불마저 다 꺼진 음습한 학교, 괴담이 만들어지기 가장 안성맞춤인 환경이다. 제한된 소재 내에서 공포를 유도해야 하는 고충을 겪는 공포 장르의 영화에서도 어쩔 수 없었나 보다. ‘여고괴담4: 목소리’의 주인공 ‘영언"은 결국 늦은 시간까지 학교에 혼자 남아 노래연습을 하다가 변을 당하고 만다.


‘여고괴담4’는 전작들의 단점을 커버하려고 한 흔적들이 보인다. ‘여고괴담4’는 ‘목소리"라는 신선한 소재로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가운데, 3편의 가장 큰 결함인 현실성 부족을 만회하려 하고, 2편의 장점인 리얼리티를 살리려고 노력한 장면이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조연과 단역마저도 너무 예뻐서 탈이었던 3편과는 달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여고생들의 떠들썩한 점심시간은 물론이고, 체육복을 입은 채 치마를 두른 재미있는 옷차림과 비속어가 섞인 그녀들의 언어생활까지, ‘여고괴담4’에서는 친숙함을 느낄 수 있는 정겨운 장면들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뿐만 아니라 ‘예쁜" 주인공이 다소 불량스러워 보이는 여학생과 머리채를 휘어잡는 막싸움을 벌이는 장면도 재미있다. 예쁜 여학생이 ‘예쁜 척"까지 하면 사람들은 쉽게 짜증을 느낀다. 옥상에서 꺼리낌없이 담배를 피우는 장면까지, 그들은 ‘특별한" 학생임을 거부하며, 물론 평범하지 않지만, 최소한 평범한 학생이 되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여고괴담4’는 공포라기보다 서스펜스 스릴러에 가깝다. ‘여고괴담4’는 전형적인 깜짝 놀래키기 보다, 2편처럼 과거의 여러가지 사례를 나열하며, ‘영언"이 왜 죽었고, 왜 못떠나는지 퍼즐맞추기를 시작한다. ‘여고괴담4’의 서스펜스는 신인임에도 기대 이상의 연기력을 보이고 있는 김옥빈, 서지혜, 차예련 등의 배우는 물론이고, 음악선생님으로 등장하는 김서형의 싸늘하게 가라앉은 분위기도 한몫한다. 전도유망한 성악가였지만, 불의의 사고로 노래를 부를 수 없는 그녀의 욕망은 그런 가라앉은 분위기로 드러난다. 특히 핼쑥한 얼굴로 귀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영적인 능력을 가진 소녀의 전형을 보여준 차예련의 신비한 분위기도 볼만하다. 주연으로 등장하는 3명의 신인여배우들은 여러모로 능숙하지는 않지만,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관객에게 묘한 흐뭇함을 선사한다.


그러나 ‘여고괴담4’는 그동안 여러 장르의 영화에서 흔히 써먹은 식상한 설정으로 초반부와 중반부의 노력을 흩어버리고 만다. 거기에 그러한 클라이막스 장면에서 발음이 아직 미숙한지 김옥빈의 설명조의 어투가 어색한 것도 재미를 반감시킨다. ‘여고괴담4’의 결말 부분을 보면서 심지어 공포 장르의 한계는 여기가 끝인가 하는 생각마저도 들었다. 물론 아무래도 시리즈물의 ‘속편"으로서 전작과 다르게 시작한다 해도 어느 정도의 연결고리는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겠지만, 식상한 결말로 공포를 유도하려는 부분은 아쉬움을 준다.


‘여고괴담4’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재미와 공포를 연출할 자신이 없었다면, 최소한 특정한 스타일의 마니아라도 건질 수 있도록 쇼킹한 장면을 부각시키던가, 아니면 대놓고 스릴러로 나가며, 긴장감을 극도로 끌어올렸어야 했다. 관객들은 ‘여고괴담’ 시리즈가 공포라고 알고 있다. 그런데 공포를 유도하는 것도 아니고, 두드러졌던 서스펜스마저도 결말 부분의 어처구니 없는 설정 때문에 힘을 잃는 상황에서 관객은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공포영화인 ‘여고괴담’ 시리즈가 특별한 개성없이 이대로 나간다면 더이상 속편은 제작되지 않으리라 본다. 만약 ‘여고괴담5’가 나온다면 뚜렷한 개성을 지닌 공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