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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풍산개 역사 첫걸음 떼다 /송재경 원장(푸른미소치과)


1999년 2월 과천 연구소 태동
토종개 일본군 방한복 쓰여
민화속엔 귀가 누운 개 많아

 

‘풍선"을 키우며 그 놈의 영리함과 명랑함에 더욱 애정이 가던 차, 다시 ‘풍선"을 데려왔던 농장을 방문하였다. 분양 당시, 드디어 풍산개, 전설 속의 개를 키운다는 기쁨이 넘쳐 미쳐 자세히 보지 못했던 ‘풍선"의 어미 ‘미녀"을 보기 위한 방문이었다. 그 농장은 집단으로 개 사육을 하기에 애비개를 정확히 알 순 없었다. 주인의 추측 반, 확신 반으로 애비개가 그 무리의 대장개인 ‘풍킹"일 것이라는 주인 말을 안 믿을 순 없었지만 중요한 사항은 아니었다. 그래서 분양 당시 보았던 애미개 ‘미녀"를 찾다 없어서 주인에게 물어보니 그 주인이 대답하길, 얼마 전 어떤 분에게 팔았다고 한다. 넘 실망스러웠다. 그토록 토종개의 특징을 고루 갖춘 ‘미녀"를 팔다니, 토종개 ‘종견"의 개념 조차 없이 사육하는 농장 주인이 한 없이 원망스러웠지만 이것을 계기로 풍산개 보존에 중요한 사람을 만나는 계기가 되었다.


한편, 본격적인 토종 풍산개 한마리를 키우는 애호가로서 당시 컴퓨터 통신의 대표주자인 ‘하이텔"에서 개 모임을 검색해보니 토종 진돗개를 연구하는 순수 아마추어 애호가 모임인 ‘토박이"가 눈에 띄었다. ‘토박이"는 우리의 토종개을 사랑하는 아마추어 애견인들에게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자 노력하는 모임이었지만 진돗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안목이 후에 나에겐 걸림돌이 되었다. 그러나 이 모임의 활동을 통해 필자는 여러 진돗개 전문가분들을 만날 수 있었고 토종개에 대한 식견과 안목을 형성할 수 있었다.


1998년 박세리가 US 오픈에서 연장전 우승을 할 당시에도 나는 그들과 함께 진도를 방문하던 중이었다. 우리의 진돗개가 얼마나 많이 변해 왔는지 또한 도시의 진돗개 전문가들이 일제가 만들어 놓은 표준에 젖어 전통적인 진돗개의 모습을 왜곡시켰는지를 여러 진돗개 원로(^^)분들을 방문하여 이야기를 들으면서 느꼈다. 참으로 안타까웠던 점은 우리의 선배들에게서 어떤 기록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유독 고흥의 유갑현 옹은 과학적 탐구의 흔적을 간직하시고 있었는데, 그분은 ‘워~리"라는 토종개를 보존하며 ‘삽사리"가 토종개가 아니라는 여러 증거를 확보하고 계셨다. 그에게서 ‘昭和 18년(1943년) 2월에 발행된 조선 총독부 임업시험장의 보고서중에서 Dr. Goroku Dakaki의 조선견의 모피에 관한 연구보고서(Notes on the Corean-dog and their pelt)" 사본을 본 나는 일제의 치밀한 연구와 기록을 통해 그들이 겨울의 군인들의 방한복으로 한국 전통개의 모피를 사용했다는 사실에, 우리의 토종개들을 학살한 그들의 문화적 침략의 흔적에 분노했다.

다음은 경성제대 예과 교수였던 모리 다메조(森爲三)박사가 총독부에 보고한 진도개 연구 논문 보고서의 일부이다.


“...(중략)결국 진도견은 귀를 세우고 꼬리가 틀어지는 조선 고유견이고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성능상도 수많은 우수한 미점(美點)이 있고 특히 내선일체의 관계를 말하는 유력한 자료가 되기 때문에 학술상 및 실용상 귀중한 것이고 이것을 천연기념물로서 우량한 순수종의 보존, 애호에 역할을 맡아야 된다는 것은 각하의 응무라고 생각한다. 내지에서는 각지에 일본견 보존회를 마련하고 순수 우량종의 사육장려를 강구해서 우량한 일본견이 나오고 지금 내지에서는 일본견에 대한 열의가 높습니다. 진도에서도 이것에 지지않고 진도견의 순수 우량종의 선출사육 장려를 강구하고 그 품질의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것을 간절히 바랍니다."


여기서 보듯이 그들은 내선일체의 왜곡된 사관의 합리화의 한가지 자료로 우리의 토종개를 연구, 보존하게 되었다. 또한 그들의 심미적 관점에서 귀가 선, 꼬리가 틀어진 개를 순종이라 정의하고 이 표준에 벗어난 개는 도태시켰던 것이다. 당시 북에서 온 풍산개들의 귀는 반쯤 접힌 모습이 많았다. 일제의 진돗개 표준에 젖은 사람들에게는 이 점이 마땅치 않았고 혹자는 남쪽의 풍산개가 가짜라는 주장을 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