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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의 향연 치과의사문인회](수필)그리운 금강산(셋)/이병태


랩을 즐기는 요즘 청소년들에게 가요 ‘대한팔경’을 아느냐고 물으면 대부분이 갸우뚱 할 것이다.
막연했지만 내가 금강산을 듣기 시작하기는 이 가요 첫 구절 ‘에헤 금강산 일 만 이천 봉마다 기암이요…’에서였다.


약주 한잔 하시면 기분 좋으셨던지 선친께서 일곱 살(1949년)인 나를 안고 이 노래를 부르시곤 했다. ‘신라의 달밤’도 그때부터 들어서 알고 있다.
금강산이 유별난 것은 이름이 여럿인 점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봄 금강산, 여름 봉래산, 가을 풍악산, 겨울은 눈 덮인 설봉산과 눈 없는 개골산 외에도 열반산·지저산 등 이렇게 일곱 개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나는 아직 풍악산을 못 보았다.
금강산 단풍, 그 모습은 아마도 최고 절정의 설악산 단풍과 같지 않을까. 그 파노라마로 상상만 할 뿐이다.


2000년 2월 3일, 설봉산이 나를 맞아 주었다. 만물초·구룡연 등산코스에 돌 하나 계단 하나 보이지 않았다.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희기만 한 설봉산이었다. 이어서 그해 5월5일 나는 꽃피는 금강산에서 그 동안 못 다했던 산정(山情)을 한껏 품어 보았다.
“나는 말여 1939년이다. 청량리역에서 토요일 밤 10시 발 금강산행 기차를 타고 금강산을 갔었다. 밤새도록 가서 새벽에 내리거든. 국밥 한 그릇 사먹고 비로봉에 올랐다가 온정리로 내려와 온천을 했지. 그리고 저녁 기차로 다시 청량리 서울로 와서 월요일에 회사를 나간 일이 있다. 요새 들으니까 무박산행이라나….”


이런 회고담을 듣고 나는 두 번이나 다녀왔다. 2001년 1월에는 삼성병원 통증클리닉에 근무하는 아우(이병달 교수)는 금강산으로 첫 산행을 떠났다. 그날 조금만 있으면 점심시간이 될 즈음해서 아버지께서 별세하셨다. 나는 현대아산 금강산사업소에 연락을 하고 동해시 관광선 사무실에도 연락하면서 휴대전화로 아우를 불러보았다. 그 때 아우 내외는 대관령을 넘는 도중이었다. 평소에 나보다 극진하게 모셨던 지라 둘째 아들을 붙잡으신 것이다. 서울대의대 산악부장을 지낸 아우이기도 하지만 여러 해 전에 철인3종 경기를 시작했고 이번 8월초에는 금강산에서 동호인들과 친선경기를 열 준비에 한창이다.


이렇듯 금강산은 아버지를 떠올리게 하는 산이 되었다.
‘한번 해병이면 영원한 해병’이라더니 금강산은 치과의사인 나에게 진정 치과의사이길 명(命)하는 것 같다.


북측과 합의서를 교환하고 치과기재 운송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는 북측 고성군 온정리 주민의 구강병 퇴치와 예방사업을 함께하기 위해서이다.
2005년 7월 24일(日). 이날은 참으로 기쁜 날이었다. 닫아놓고 보여주지 않는 것으로만 여겼던 북측이 대한치과의사협회 임원연수단한테만은 그렇지 않았다. 유닛체어를 놓을 인민병원 진료실의 바닥·창·벽 공사현장을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이 방문이 성사되기까지 현대 아산 측의 노력과 북측의 협조가 켰다. 비영리적이고 인도주의적이며 봉사정신으로 모이고 짜여지고 있는 ‘남북치의학교류협력위원회’의 뜻을 긍정적으로 읽어준 덕분이기도 하다.


온정인민병원 2층 서남향 진료실에 새 유닛체어가 꾸려지면 흔들거리는 젖니, 아픈이를 빼고 불소를 바르며 충치구멍도 메꿀 수 있는 날이 다가 오는구나 하는 생각에 젖는다. 그날이 오면 나는 치과의사가 된 것에 모두에게 극진한 감사를 드리면서 무한한 행복감에 빠질 것이다.
풍악산 비로봉에 올라 온정리 마을을 굽어 볼 날이 기다려진다.
이런 심정에 빠져있는 사람이 어찌 나 하나뿐이겠는가.
나는 금강산에 가면 되뇌일 마음에서 가곡책을 꺼내놓고 ‘그리운 금강산’ 그 가사를 외우기 시작했다.


잘 외워질는지.
금강산은 정말 ‘그리운 금강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