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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의 향연 치과의사문인회](수필)톤레샵 호수(Tonle Sap Lake)-가난한 행복/신덕재

 

우선 톤레샵?호수를 소개하자.


톤레샵 호수는 캄보디아 중서부에 있는 인도차이나 반도의 최대 호수이다. 세계에서 러시아의 바이칼 호수 다음으로 큰 호수로서 건기(乾期)때 최저수위는 3000㎢, 우기(雨期)에는 1만㎢이다.
호수의 전체 모습은 긴 고구마형으로 남쪽으로 톤레샵강이 흘러 프놈펜 부근에서 메콩강과 합류하여 남지나해로 들어간다. 이런 지형적 특성 때문에 1년에 한번씩 기이한 현상이 일어난다. 즉 우기 때 메콩강 물이 범람을 하면 톤레샵강을 통해 톤레샵 호수로 메콩강 물이 역류하는 일이 일어난다. 따라서 건기 때는 호수의 수심이 1m 안팍이나 우기 때는 14m에 이른다. 그래서 톤레샵호수는 메콩강 하류의 홍수를 막아주는 거대한 수장고(水藏庫) 역할을 한다.


내가 톤레샵 호수를 찾은 때(2005년 8월)는 우기여서 호수 전체가 황토색 흙탕물로 넘실대고 있었다. 톤레샵호수(大湖) 이름처럼 광활한 지평선 모두가 만추(晩秋)에 풍요로운 곡식들로 너울너울 황금물결을 이루는 듯 했다. 이는 옛 캄푸치아인들의 모습처럼 보였다. 어(魚)자원이 풍부했고, 1년에 4모작으로 곡물이 풍성했으며, 농수산물의 중개무역 지역이었던 톤레샵 호수에 깃들여 살았던 옛 캄보디아인인 크메르족은 동으로는 베트남, 서북으로는 태국 중앙을 지나 인도 접경까지, 북으로는 라오스 전체를 점하면서 인도차이나의 맹주로서 앙크로 톰과 앙코르 왓트와 같은 문화유산을 남기며 웅대한 국가를 이루고 살았다.


400~500년이 지난 지금 톤레샵 호수와 더불어 사는 캄보디아인들은 조상들의 영화는 어디로 가고 가난이라는 굴레에 얽매여 살아가고 있었다. 프랑스의 식민지, 크메르 루즈군과의 내전, 베트남군의 침공 등 전쟁은 톤레샵 호수를 황폐하게 하였고 그 곳에 둥지를 튼 크메르족의 후예들을 가난 속으로 몰아 넣었다.


전쟁과 가난!
전쟁은 가난을 낳는다. 우리에게도 전쟁과 가난이 있었다. 불과 50여년 전의 일이다. 한국전쟁은 우리에게 파괴와 가난을 가져다 주었다.


톤레샵 호수에 도착하니 검붉은 황토물과 더불어 남루하다 못해 헐벗은 수상촌 아이들이 쾡한 눈으로 초점 없이 다가와 ‘원 달러(one doller)"를 외치고 있다.
이 모습을 보며 나의 50년 전을 더듬어 보았다. 내가 9살 때 나는 인천 송도에 살았다. 과거 인천 송도에는 영국군과 미군이 지금의 송도 유원지에 주둔하고 있었다. 아마 주말이었으리라. 유엔군이 부대 밖으로 나오면 그들을 따라 다니며 ‘원 달러’를 외쳤던 기억이 난다. 나는 그때 ‘원 달러’의 의미를 몰랐다. 단지 ‘원 달러’를 받으면 왕눈알 사탕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만 알았다. 오직 달콤한 왕눈알 사탕만이 즐겁고 행복한 것이었다.
지금 톤레샵 아이들은 ‘원 달러’의 의미를 알까?


측은하고 불쌍한 생각과 나도 모르게 나의 50년전 회상에 젖어 무심결에 ‘원 달러’를 건네 주었다.
“돈을 주지 마세요! 그건 적선이 아니라 독약이에요” 갑자기 여행 안내원이 소리쳤다.
돈을 주면 저 아이들은 자기가 할 일인 공부는 안 하고 동냥과 구걸로 세월을 보낸다는 것이다. 그러니 돈을 주는 것은 아이들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망치는 일이라고 했다. 그 말에 나는 겸연쩍고 송구스러운 마음에 아이들을 둘러보며 “노 머니(no money)"를 다급하게 내뱉으며 주머니 속의 달러 뭉치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배를 타고 물길을 따라 톤레샵 호수 가운데로 나갔다. 물길 주위에는 수상 가옥들이 50년전 우리의 ‘하꼬방(箱子房)’처럼 줄지어 서 있다. 그곳이 삶의 터전이며 보금자리인 것이다. 당구장도 있고, 가게도 있고, 병원도 있고, 학교도 있고, 교회도 있고, 장닭도 자라고, 개도 소리쳐 울고, 오수를 즐기는 그물 그네도 있다.


배에서 태어나서 죽어 톤레샵 호수 속으로 수장(水葬)되는 날까지 배 위에서 삶을 이어가는 이들이 행여 육지에 올라오면 땅멀미를 한다고 하니 땅에서 자란 나에게는 배멀미와 땅멀미의 차이가 무엇인지 구분이 안 갔다.


너울이 심한 톤레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