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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흥렬 회장의 아름다운 퇴임


제93차 FDI 총회가 막을 내렸다. 이번 총회가 갖는 의미는 한국 치과계로서는 남다르다. 한국 치과계를 세계 무대에 확실하게 인식시켜 준 윤흥렬 FDI 회장이 퇴임했기 때문이다. 그는 불모의 땅에서 뿌리를 내리고 우뚝 솟아 열매를 맺은 거목으로 서 있었다.


윤 회장은 개막식과 총회B를 통해 퇴임인사를 했다. 그의 퇴임사는 참석자들의 심금을 울렸고 참석한 대다수 회원들이 기립박수로 그의 아름다운 퇴장을 축하해 주었다. 윤 회장이 어떠한 길을 걸어 왔는지 아는 몇 안되는 사람들은 왜 그가 고별인사에서 눈물을 훔쳐야 했는지를 안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던 길을 그는 숙명처럼 걸었다. 그가 세계 무대에 무작정 발을 들여 놓았던 때가 80년대 초. 그는 20여년간을 괄시와 외면속에 꿋꿋이 걸어갔다. 그가 한눈 팔지 않고 걸어갈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간직한 꿈 때문이었다. 그는 치과의사로서 누릴 수 있는 편안한 삶 대신에 선진 외국과 견줘보고 싶었던 꿈틀거리는 야망을 버릴 수 없었다.


그의 장점은 무한한 겸손이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똑같이 평등하게 대할 수 있는 마음이다. 그는 그러한 무기로 한발 한발 세계 무대에서 자신의 존재를 알려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92년 그는 상임이사라는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고 이어 재무이사에 이어 회장이라는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그가 이룬 것은 한 개인의 영광이기도 했지만 사실 한국 치과계 모두의 영광이 아닐 수 없었다. 외국의 치과의사들은 그를 통해 한국을 보았고 그를 통해 한국의 저력을 느꼈다. 그리고 한국이라는 나라를 이해하게 됐다.


그러나 그는 단지 회장이 된 것이 아니라 회장이 된 후 오랜 숙원 과제중 하나였던 정관을 개정했는가 하면 WHO, IADR 등 치과계 주변의 세계 기구와의 조인으로 활동의 폭을 넓혔고 세계적 업체와의 제휴로 제3세계를 도울 수 있는 기금을 마련하는 등 CEO로서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다. 가급적이면 한국의 이미지를 심어놓기 위해 WHO와의 금연운동 시 한국에서 디자인한 덴탈 씰을 전세계 치과인들에게 배포하는 등 그의 노력에는 유한이 없었다. 그러한 그의 노력이 있었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퇴장을 아름답게 만들었던 것이다.


이제 한국 치과계에는 과제가 남겨졌다. 세계속에 한국의 위상을 더 높일 수 있는 인재와 지원체제를 어떻게 갖춰나가야 하는지를 고민해 봐야 하는 것이다. 일본이 이번에도 상임이사를 배출할 수 있었던 것은 일본 치협이 적극적으로 후원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자국내에서만 최고로 있지 않고 세계 무대 속에서 자신들의 입지를 공고히 해나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한국 치과계도 놓쳐서는 안된다. 모든 것은 시기가 있다. 때를 놓치면 같은 길을 몇곱절 힘들게 가게 된다. 한국 치과계는 서둘러서 국제지원 체계와 인재발굴에 힘을 쏟기 바란다. 한국 치과계에는 그러한 인재가 충분히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