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모 협회장은 최근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지난번 규제개혁위원회에서 결정한 회원가입 의무화 폐지 등에 대해 반대의 뜻을 분명하게 밝혔다. 안 협회장은 의료계 단체의 특수성을 감안해야할 문제라며 의료인 단체의 회원관리 문제를 단순히 규제차원에서 보아선 안된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규제개혁위에서는 지난 8월 의료인 단체의 회원 가입 의무화 규정은 물론 회원들의 취업실태와 거주이동 등 신상변동 사항을 신고하는 업무까지 유사행정 규제로 인정하고 이를 폐지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나섰다. 이를 복지부가 받아들일 경우 의료인 단체들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안 협회장은 이러한 차원에서 규제개혁위의 결정사항을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규제개혁위에서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는 유사행정규제를 풀어간다는 취지에 대해서는 동감한다. 그러나 모든 잣대를 하나로 정해 맞춰 나간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민간에게 넘길 수 있는 정부의 권한을 넘기기는커녕 일일이 시시콜콜한 것 까지 정부가 직접 관여하려는 방법이 과연 옳은 방법인지 따져봐야 한다.
규제개혁위에서 유사행정규제라고 규정지은 것처럼 의료인단체가 회원들의 동향을 파악하고자 하는 것을 규제로 판단하는 것은 지나친 면이 있다. 회원들의 동향을 파악하는 것은 동종 직업을 가진 회원들의 단체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 회원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고자 하는 행위가 행정규제로 지적될 수 있는 일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또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의료인단체에서 회원 가입을 의무화한다고 해도 가입을 안하는 것에 대해 달리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점을 안다면 그리 문제될 일도 아니다. 사실 이미 치협만 해도 소재불명 회원이 4500여명에 이른다. 무적회원이 가입을 안할 경우 단체에서 제공하는 각종 자료 및 정보들을 쉽게 접할 수 없는 것을 규제로 판단하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만일 그런 의미라면 더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정부는 모든 사회 분야를 한 잣대로 규정짓는 오류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일각에서는 규제개혁위의 결정이 혹여 의료인 단체들의 힘을 약화시키려는 고도의 숨은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의약분업, 약대 6년제 파동 등 의료계 현안이 터질 때마다 실력행사로 나서고 있는 의료인단체들에 대한 해체작업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사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그런 의혹을 사고 있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는 규제 운운하며 그나마 어려운 의료인 단체의 힘을 빼지 말고 오히려 의료인단체의 특성을 고려하여 힘을 실어주는 것이 더 현명한 일이 아닌가 한다. 안 협회장이 주장했듯이 회원 보수교육을 강화할 것과 현행 종신 면허제를 5년, 10년 등 일정 기간 면허제로 하여 갱신토록 하고 이를 의료인 단체에서 관장토록 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
이를 규제라는 색안경으로 볼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부의 규제를 민간단체가 자율적으로 풀어 나가는 길이라는, 정부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지 않은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