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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답사기행(35)]화엄사, 구층암 가는길

아~ 불타는 가을 가슴이 뛰네
단풍·은행나무 ‘새 옷’ 입고
계곡 이곳저곳을 ‘가을 단장’
여행객들 입마다 탄성 ‘화답’
숨겨진 보물 ‘구층암’ 따라
여유롭게 단풍길 걸으면
모과나무 기둥이 ‘눈인사’


가을 단풍은 계곡에서 유난히 아름답다. 이번 답사길은 지리산의 고찰 화엄사다. 화엄사는 단풍으로 유명하지 않아 여행객으로 북적이지 않지만, 남모르는 단풍으로 아름다운 곳이다. 화엄사는 지리산을 대표하는 사찰이다. 노고단에서 발원한 맑은 계류는 크고 작은 암반을 휘감아 흐르면서 곳곳에 절경을 만든다. 절경 절경마다 단풍빛이 곱다. 매표소를 지나면서 길 양편으로 인위적으로 조성된 단풍나무보다는 계곡 이곳저곳에 자연스럽고, 화사하게 물든 단풍이 더 아름답게 보이는 건 당연한 것이 아닐까?


화엄사는 주차장이 둘 있는데 윗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내리면 화엄사가 멀지않다. 그러나 주말 관광객이 몰릴때면 아래 주차장에 주차해야 하는 낭패를 당하게 된다. 물론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결코 낭패가 아니다. 계곡을 따라 걷는 길이 아름다우니까!


화엄사로 가는 길 입구 몇 그루의 ‘아주 붉은 단풍’이 답사객의 마음에 확 불을 질러 버린다. 사실 내가 받은 첫 느낌이 그랬다. 단풍으로 유명한 사찰이 아니었기에 단풍에 대한 기대 없이 왔기 때문인지 몰라도 아주 강렬한 인상이었고, 여행객의 입마다 터져 나오는 탄성으로 보아 나만의 감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황룡사 소속의 승려였던 연기 스님이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화엄사는 의상대사가 설파했던 화엄의 사상을 펼치려는 뜻에 의해 크게 중창된 화엄십찰의 하나였다. 그러나 절 입구에 적혀 있는 안내판에는 신라 진흥왕때 인도 승려인 연기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황룡사 소속의 연기스님이 창건했다는 정확한 기록이 나온 만큼 고쳐 적어야 한다. 어떤 연기스님이던 간에 오래된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소담한 돌담으로 이어진 일주문에는 ‘智異山華嚴寺’라고 적힌 현판이 큼직한데, 문짝이 달려 있는 독특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문에 문짝이 달려 있는 건 당연한 것이라 하겠지만 일주문이라 하면 원래 문짝을 달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마음의 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짝을 달아두었으니 그 이유가 사뭇 궁금해진다. 일주문을 지나면 절집에 들어온 것이다.

 

많지는 않지만 단풍나무와 은행나무가 아름다운 가을향기를 뿜어낸다. 봄에 화사한 벚꽃을 피웠을 오래 묵은 벚나무가 늙은 자태로 답사객을 맞이한다. 길을 따라 불이문-금강문-천왕문이 차례로 나선다. 일주문과 금강문 사이에는 벽암선사 비가 우람한 거북 등에 의지해 있다. 벽암은 조선시대 화엄사를 다시 일으켜 세운 스님이다. 산중에 있어도 나라의 우환을 결코 외면하지 않았던 현실참여형 스님이었다. 그래서 불교를 억압하던 조선시대에도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아 중창할 수 있었다. 비스듬한 기슭을 따라 이어진 화엄사 길은 법당으로 향하는 구도자의 길이다.

 

차곡차곡 밟아 올라가는 것 자체가 수행자의 길이 된다. 천왕문을 지나 보제루를 바라보면 그 주위로 단풍나무와 은행나무가 화사하여, 답사객뿐 아니라 꿋꿋한 마음으로 수행정진하는 수행자의 마음도 흔들어 놓을 듯하다.
중생이 생사왕래하는 세 가지 세계를 뜻하는 삼계(三界)에 투망을 놓아 인천(人天)의 고기를 건진다는 뜻을 지닌 ‘보제루(普濟樓)’가 듬직하다. 보제루는 올라가면서 보면 2층으로 되어 있으나 마당에 올라서면 단층의 구조로 되어 있다. 산기슭에 있는 사찰의 특징이기도 하다. 마당을 넓게 쓰기 위한 지혜에서 나온 것이다. 보제루 아래를 받치고 있는 기둥은 선조들의 지혜로움이 한껏 묻어 있는데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는다. 기둥과 주춧돌의 만남이 절묘하다. 덤벙주초 위에 그렝이한 기둥을 올렸다. 기둥도 잘 생긴 것이 아니라 자연에서 취한 구불구불한 것 그대로 사용하였다.


보제루에는 화엄사의 여러 보물들을 전시하고 있으니 신발을 벗는 수고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