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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황금벌판(5)/김영진


 


갱물이 빠져나간 갯벌에는
제염을 위한 도랑이
질서정연하게 만들어졌다


밤새 고민하던 석씨는 이튿날 아침 일찍 군청으로 김 계장을 찾아갔다. 그리고 밭과 집의 토지 등기부 등본, 사업 계획서 등을 제출하고 이십일 만에 삼천만원의 융자금을 수령하였다. 하지만 무슨무슨 수수료 일백만원과 그동안 일을 보아준 농어촌진흥공사 관계자, 군청 김 계장과 건설과 직원들에게 들어간 사례금 일백오십만원을 공제하고 이천칠백오십만원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석씨는 소작 농사를 그만두고 간척사업에만 본격적으로 매달렸다. 그 동안 사용했던 딸딸이 경운기 대신 제모시가 오가고 황씨네 야산에는 커다란 땅차가 투입되었다. 진등개와 구정개에 이르는 갯벌에는 토사로 메워진 도로

가 새로 뚫리고 한 켠에서는 통나무를 갯벌 바닥에 때려 박는 물막이 초입공사가 계속되었다.
설계와 공정에 따라 공사가 진행된 지 칠 개월만인 이듬해 봄이 되자 진등개는 완전히 메꾸어지고 구정개에는 커다란 노깡 여섯 개가 묻혀진 후 그 위로 도로가 연결되었다. 구정개를 담수호로 이용하기 위한 준설공사가 진행되고 갱 물이 빠져나간 갯벌에는 제염을 위한 도랑이 질서정연하게 만들어 졌다. 이와 함께 뻘 바닥에 석회를 대량으로 투입한 후 그 위에다 황토 흙을 뿌려 넣는 개답 공사가 이어졌다.


인부와 장비의 사용량이 늘자 경비의 지출도 커졌다. 같은 해 여름으로 접어들면서 석씨의 통장에는 고작 칠백만원이 남아있을 뿐이었지만 염분을 빼고 개답을 하는 일은 공정표대로 되질 않아서 앞으로 몇 달이나 더 공사를 진행해야 될지, 공사비는 얼마나 더 들어갈지 정확한 가늠을 할 수는 없었다.


둑이 완성되고 구정개에 수문 공사를 시작했던 그해 십이월, 석씨의 통장은 바닥을 드러냈다. 그리고 동시에 그토록 염원했던 삼만여평의 갯벌 바닥도 완전히 제 모습을 드러냈다. 희비가 교차한 석씨는 다시 김 계장을 찾아갔다.


“김 계장님, 이년 만에 물막이 공사는 거의 다 마쳤지만 아직도 논을 치려면 할 일이 많이 남았네요. 그러다보니 지난번 융자받은 공사비가 바닥나서 추가 융자를 천만원 정도만 더 뽑았으면 합니다.”


“여보쇼, 석씨. 작년에 당신네 밭과 집을 담보로 돈을 뽑았으니 이번엔 무엇으로 추가담보를 넣을라요? 공사에 말은 해 보겠지만 맨손으로 돈을 더 빼기는 힘들거요.”


“계장님, 일이 거의 다 되어가니 한번만 힘써 주세요. 내년에 공사를 끝내고 취득세하고 농지세만 물고 나면 농협에서도 영농자금을 돌려준다하니 시간만 문제이지 실은 어려울 게 없지 않나요?”
“내 당신의 딱한 사정을 잘 말해 보겠소. 하지만 일이 잘 되면 나에게 두둑이 사례를 해야 하오. 이미 담보가 한번 들어간 재산을 재 담보로 쓰긴 어려운 게요. 실은 지난해에도 당신네 땅값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뽑아 썼지 않소?”


“모쪼록 잘 부탁합니다. 일이 거의 다 되었는데 제발 한번만 더 도와주십시오.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석씨는 읍내 대포집에 들러서 오랜 친구인 한씨를 불러내 막걸리를 두되나 넘게 마셨다. 이렇게 아쉬운 소리를 해보기는 군대에 있을 때 아버지의 병환 소식을 듣고 중대장에게 휴가를 달라고 통사정한 이후 처음이었다. 야속한 중대장이 겨우 휴가를 내준 것은 아버지의 부음을 접한 후였다.


김 계장이 꼭 이번 부탁을 들어주어야 할 텐데, 군 시절의 악몽이 떠올라 답답해진 석씨의 이마엔 진땀이 흘렀다. 예상보다 공사비가 더 들어간 이유는 갑자기 기름값이 비싸진 탓도 있었지만 보다 철저한 계획을 세우지 못한 탓도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 일천만원만 더 들어가면 될 듯싶었지만 실제로는 논다운 논이 될 때까지 얼마나 돈이 더 들지 종잡기가 어렵고 막연한 불안감만 앞섰다.
기다리던 추가융자 소식이 온 것은 그 후 보름이나 지나서였다. 일천만원을 더 받기로 했지만 어려운 내부 작업이 있었으므로 선이자를 비롯한 각종 비용으로 이백만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