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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답사기행(36)]서천 갈대숲, 논산 은진미륵

갈대 숲 거닐며
넉넉한 마음으로
두손 모아 ‘합장’


금강산 갈대숲 내 키 3배 훌쩍
영화 JSA덕에 유명세 톡톡
3대 시장중 하나인 ‘강경’ 들러
젓갈도 사고 막걸이로 목 축여
길이 19m·둘레 9.2m 은진미륵
웅장미에 저절로 고개 숙여


죽어서 염라대왕 앞에 서면
“너 강경의 미내다리와
논산의 은진미륵과
개태사의 가마솥을
보고 왔느냐?”고 묻는단다.


죽어도 여한이 없느냐는 뜻이다.
죽어서 여한이 없으려면
이 셋을 보아야 한다는데
도대체 어떤 것이기에
염라대왕이 물어볼 정도일까?


서해안고속도로는 이름을 잘못 지었다. 시원한 바다가 보이는 서해안을 달릴 것 같은데, 서해대교(행담도)를 건널 때 빼고는 바다보기 힘들다. 바다라도 있으면 덜 지루할 것 같은데, 서해대교를 건너 당진~서산으로 빙 둘러서 가려니 정작 군산 아래로 내려갈 때는 기존에 이용하던 호남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과 시간 차이는 별로 없다. 올 연말에 공주~서천간 고속도로가 연결된다고 하니 당진~서산~홍성을 경유하지 않고 천안~군산으로 바로 이어질 수 있어서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이번 여행은 서해안고속도로 서천IC로 나간다. 서천이 아니고 서~천이라 한다. 지루한 산들이 이어지는 곳에 너른 들판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으니 짧게 발음하는 서천 보다는 한층 여유를 부리는 서~천이 맞다.


서천IC에서 내려서 서천쪽으로 들어가 ‘한산모시관’을 알리는 이정표를 따라간다. 서천보다는 한산으로 더 알려질 정도로 ‘한산모시’는 이 지역의 대표적인 산물이었다. 한산모시관에는 지금도 모시를 짜고 있는 할머니들이 있으며, 그 명맥을 계속 유지시키고 있다. 모시관을 안내하는 이는 구수한 입담으로 찾아온 이들을 즐겁게 해준다. 비닐하우스에서 모시를 베어와 옷감을 짜는 과정까지 자세히 알려준다. 세상 어느 것이든 어렵지 않은 것이 없겠지만, 옛날 우리 어머니들의 손톱과 무릎을 닳게 했던 옷감 짜는 일만하겠는가 싶다. 수 만 번의 손길이 지나야 옷감 한필이 되니 그 수고로움은 겪어보기 전에 모르겠다.


모시관을 나와 금강변에 있는 ‘신성리 갈대숲’으로 향한다. 영화 ‘JSA’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사람 키의 두 세 배가 넘는 갈대가 강변에 가득하다. 바람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갈대숲 사이로 오솔길이 이어진다. 오솔길이 지루하면 살짝 내를 건너는 다리도 있다. 갈대 숲길 사이사이로 금강의 유장한 물결이 햇살을 받아 은빛으로 빛난다. 갈대 사이로 억새가 섞여 있어 둘을 구분을 못하는 이들에게 ‘내가 억새요, 갈대요’ 라며 알려준다. 신성리갈대숲에는 떠나는 가을이 남아 있다.


신성리갈대숲에서 되돌아 나오다 보면 웅포대교를 알리는 표지판이 있다. 웅포대교를 건너면 강경으로 향한다. 강경은 옛날 대구 시장, 평양 시장과 함께 온 나라의 3대 시장으로 꼽히던 곳이다.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강경을 두고 “충청도와 전라도의 육지와 바다 사이에 위치하여서, 금강 남쪽들 가운데에 하나의 큰 도회로 되었다”고 소개하면서 “바닷가 사람과 산골사람이 모두 여기에서 물건을 내어 교역한다. 매양 봄여름 동안 생선을 잡고 해초를 뜯을 때에는 비린내가 마을을 넘치고, 큰 배와 작은 배들이 밤낮으로 두 갈래 진 항구에 담처럼 벌려 있다. 한 달에 여섯 번씩 열리는 큰 장에는, 먼 곳과 가까운 곳의 화물이 모여 쌓인다.”고 그려 놓았다.

 

번성했던 금강변의 강경포구는 1890년대에 군산항이 열리고 뱃길이 철길로 바뀌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아직도 강경에는 옛 영화를 기억하게 하는 것이 몇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강경젓갈’이다. 관광버스들이 끊임없이 손님들을 쏟아 놓는다. 한 무리의 사람들을 내려놓으면 한 동안 시끌시끌하다. 마치 옛 강경시장의 흥성을 보는 듯 하다. 젓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대형 매장들이 곳곳에 들어서 있다. 종류도 다양하다. 짭짤한 젓갈을 한가지씩만 맛보다 보면 막걸리 한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