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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삶- 허엽엽 신부/천주교 서울대교구 홍보실자]모두가 공존하는 마음


세상에는 많고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종교의 교리나 사상은 다소 다를지라도 인간의 구원이란 측면에서 모든 종교는 같은 방향성을 갖는다고 봅니다. 또한 모든 종교는 개인의 구원과 세상과 사회의 공동선을 위해 함께 서로 협조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타 종교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우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현실은 그렇지 못할 때도 종종 있습니다.


몇년전 지하철 안에서 체험한 일이다. 모 종교의 신도들이 지하철 안에서 선교를 하고 있었습니다. 조금 소란스러워 보니 신도 여러명이 한 젊은 스님을 에워싸고 스님에게 면박을 주고있었습니다. 그들의 논리는 “자녀가 되어서 아버지를 올바르게 믿어야 한다”며 스님께 봉변을 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당하는 스님은 아무 대꾸도 않고 그들을 그냥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스님이 미동도 하지않자 나중엔 듣기 거북한 욕설까지 퍼부었습니다. 그러나 스님은 오히려 미소를 띠고 있었습니다. 스님이 아무 대꾸가 없고 오히려 주위사람들이 항의하자 그들은 우르르 다른 칸으로 몰려갔습니다. 그때 그 스님의 흐트러지지 않고 여유 있는 자태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종교를 떠나서 한 인간으로 올바른 인격을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종교의 차이를 떠나서 한 인간과 인간으로의 만남이 더 소중한 것이 아닐까? 종교와 사상이 달라도 서로 함께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예수님과 부처님의 마음도 똑같으실거라 짐작하는 것은 너무 지나친 생각일까?
가톨릭교회는 타 종교인 불교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를 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에서 공식적으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가톨릭 교회는 불교에서 발견되는 옳고 성스러운 것을 배척하지 않는다. 그들의 생활과 행동의 양식 뿐 아니라 규율과 교리도 존경한다. 그것이 비록 가톨릭과 다르더라도 결국 모든 이를 비추는 참 진리를 반영하는 것이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서로 대화하고 협조하면서 불교 안에서 발견되는 정신적, 윤리적 선과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가치를 긍정하고 지키고 발전시키기를 권고한다" 다른 종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생각과 다른 말과 행동을 쉽게 비난하고 거부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중요하게 생각할 것은 내가 이해 못할 말과 행동이더라도 그 안의 의미가 진리인가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학설이나 주장, 믿음이더라도 사랑에 위배된다면 거짓된 것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완벽한 존재가 아닙니다. 그러면서도 다른 이를 쉽게 판단하고 단죄를 합니다. 사실은 자신 안에 더 큰 문제가 있을지도 모르면서 말입니다. 자신의 약점은 관대하고 이웃의 약점에는 용서가 없을 때가 많습니다.


인간이 극복하기 어려운 심성 중에 하나는 이기적이고 독선적인 마음입니다.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생각과 판단은 가장 바르다고 생각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정이나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다른 이의 단점을 자기 마음대로 고치려고 합니다. 그러나 세상의 어느 곳에도 선과 악은 공존하고 있습니다. 사회에도 가정에도 내 마음속에도 항상 공존하고 있습니다. 온전히 선과 악을 구분하시는 분은 바로 주님뿐이라는 겸손한 마음을 지녀야 합니다. 우리의 판단과 결정이 얼마나 잘못되고 실수를 했는지는 우리 자신이 살아오면서 잘 경험하고 있습니다.


가족이나 형제가 못마땅하고 받아들이기 힘든 점이 있더라도 단죄하지 않고 참고 기다리면서 이해하고 용서하려는 마음을 지녀야 할 것입니다. 다른 종교와 사상을 가진 사람들과도 함께 공존하는 태도를 갖는 것이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마음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