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휘파람 불고가는 늦가을
엄마 등에 업힌 아기들처럼
나무에 매달린 열매들은 방긋
알알이 무게로 튕겨 나온다
씨뿌려 대를 잇는 마을사람들이
맨손으로 과실을 따 갈 때
땅 속 정화수로 목 축인 나무들은
하늘을 향해 일제히 덩실거린다.
옷자락 곱게 물든 단풍
새털 같은 낙엽으로 흙이 되도록
땅에서 뒹구는 낱알을 감싸주는
어머니의 따뜻한 정성이려니
모든 것 벗어던진 겨울나무들
동장군 앞에 꼿꼿하게 서서
이 세상 기둥 되기 연습을 하는가
나도 빈손으로 갈 준비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