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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의 향연 치과의사문인회](수필)“이빨” 論/이병태

자장면 먹고 이빨 쑤신다.
이 말에 자장면과 이빨이 등장한다.
요즘처럼 갈비라든가 삼겹살 같은 고기 종류가 흔하지 않을 때 먹지도 안고서 먹은 체 하는 태도를 빈정대어 하는 말이었다. 그런데 자장면은 음식 중에 싸고 서민적인 데다가 이빨이라는 말이 이(齒)의 낮은 말로 알려져 있어 흥미롭다.


치과에서 흔히 듣는 말도 이빨이다.
“어디 아프니?”
“어휴. 아저씨 이 이빨이…”

어른마저 정신 차릴 수 없게 아프면 ‘선생’이라거나 ‘치아’라는 말을 챙기지 못한다.
국어사전마다 이빨은 이[齒]의 낮은 말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일반의 인식은 왜 그럴까. 의견을 묻고 정리해 본 결과는 대충 다음과 같다.
·동물에게 쓰는 말인 것 같다. 예: 개이빨, 말이빨, 쥐이빨, 사자이빨.
·유령이나 귀신, 도깨비처럼 흉측한 얼굴에 등장한다. 예: 드라큐라 이빨.
·어른에게 쓰면 불경스럽고 아래 사람에게는 어울린다.
·어감이 나쁘다.
·대신 애기 이빨은 귀엽고 예쁜 감정이 든다.
·잘 모르겠다.


이렇게 요약할 수 있었지만 뚜렷한 이유는 찾지 못하였다.
1981년, KBS 라디오 ‘오늘도 건강하게’ (새벽 건강프로)에 출연할 때 울산에서 온 편지(지금도 가지고 있음)에 ‘이발’이라는 글로 문의한 것을 보고 의아스럽게 생각했었다. 그 후 10년이 지나, 중국에 갔다가 지금도 연변조선족 자치주에 사는 우리 민족은 이발(齒)이라는 말을 하고 글에도 쓰고 있는 사실을 알고 크게 놀랐다.


훈민정음에 ‘齒   니니라’ 하였다.
‘니’가 ‘이’로 변했는데 오늘도 어금니, 앞니, 송곳니, 틀니처럼 함께 쓰고 있다. 그런데 ‘니’는 ‘닐’에서 ‘ㄹ’받침이 없어져 생겼고 ‘닐’은 ‘눌·날’에서 변했다는 학설이 있다.
한편 잇발·이발의 ‘발’은 원래 ‘받(pat)’에서 유래했고, 지금도 평안도 사투리에 ‘닛받이’가 있어서 ‘받’이 변해서 ‘발’로 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잇발·이발의 ‘발’이 옛말에서는 이(齒)라는 뜻을 지니는 말이다.


그런데 필자는 이런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배알(창자의 낮은 말), 눈알, 입알(닙알), 여기서 알은 새알·꿩알·달걀이라는 뜻과는 달리 사람의 장기(臟器)를 가리키고 있다. 필자가 내세운 ‘입알’은 소화기(消化器)인 구강(口腔, 입안)에 들어있는 장기이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가정도 가능하다고 본다.


입알(닙알)→이발→잇발→이   →이빨
전국 11개 치과대학 강단, 치과개원가에서 ‘이빨’이라는 말이 외면당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모두가 쉽게 쓰는 ‘이빨’에 다정함과 호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필생의 사업으로 보다 완비된 개정 증보판 ‘李齒醫學事典’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발’과 ‘이빨’이라는 용어를 올릴 작정이다.
우리말과 글을 소홀히 한 무지(無知)를 뒤늦게나마 용서 받기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