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26 (목)

  • 구름많음동두천 22.4℃
  • 구름많음강릉 23.7℃
  • 맑음서울 24.0℃
  • 구름많음대전 24.7℃
  • 구름많음대구 23.5℃
  • 구름조금울산 24.7℃
  • 구름많음광주 25.8℃
  • 구름조금부산 27.9℃
  • 구름조금고창 26.8℃
  • 구름조금제주 27.7℃
  • 구름조금강화 23.1℃
  • 구름많음보은 23.4℃
  • 구름많음금산 24.8℃
  • 구름많음강진군 25.9℃
  • 구름많음경주시 24.7℃
  • 맑음거제 25.1℃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김동주의 지구촌 여행]총성은 지고 상흔은 남고 섬 전체가 ‘전쟁박물관’ 필리핀 꼬레이도섬

곳곳 탄피·대형 장거리포 등
전쟁 폐허 고스란히 관광명소화
250m 지하요새 ‘말린타 터널’
웅장한 빛과 소리로 안내 ‘흥미’


호화요트가 가득 정박해 있는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 앞바다에서 쾌속선으로 약 한 시간 가면 꼬레이도섬(Correigdor Island)이 마닐라만의 입구를 막고 있다. 이 섬은 올챙이 모습의 조그만 섬이지만 남지나해(South China Sea)에서 마닐라만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자리잡고 있어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섬으로 알려져 있다. 꼭 전쟁이 아니라도 평시에는 해적들이 마닐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한편 세관의 감시역할을 해왔던 요충지였으며 그 이름도 ‘엄격한 집행자’라는 뜻이라고 한다.

꼬레이도섬은 길지 않은 역사에 두 번의 큰 전쟁을 겪은 곳이다. 스페인 식민지 시절에는 미국과, 그리고 태평양전쟁 때는 미국과 같은 편에서 일본과 전쟁을 치른 것이니 두 번 모두 미국과 관계된 전쟁이었다.


이 꼬레이도섬이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태평양전쟁 때의 매우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였고 미군과 일본군이 밀고 당기는 치열한 공방전을 벌인 곳으로 알려졌고 지금도 전쟁 당시 폐허로 변한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당시의 생생한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은 대부분 미국인들과 패전국인 일본인들의 모습도 보이지만 패키지상품을 취급하는 한국의 여행사들은 배삯과 입장료의 추가 부담 때문인지 외면하고 있어서 내가 이곳을 갈 때마다 두 번씩이나 일본인으로 오인 받기도 하였다.


마닐라항에서 출항한 쾌속선이 꼬레이도섬에 도착하면 가이드의 안내로 섬내를 일주하는 버스를 타고 둘러보게 된다. 내가 집사람과 함께 처음 꼬레이도섬을 찾았을 때가 1989년 봄이었다. 우리는 호텔의 현지 여행사를 통해 꼬레이도섬 관광을 예약하였기 때문에 외국에서 온 다른 관광객들과 함께 버스로 안내되었는데 같은 배에 승선한 열 댓명의 일본인 승객들은 따로 승합차로 안내되는 것으로 보아 일본인들은 일어 가이드가 별도로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무래도 전쟁은 승자와 패자가 있어 객관적인 평가는 어렵겠지만 승자편인 영어 안내와 패자를 위한 일본어 안내에 차이가 있다는 것도 영어 가이드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꼬레이도섬의 특징은 전쟁으로 파괴된 모습을 재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존하여 섬 전체를 박물관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최근 인천치과신협의 이사들과 함께 방문했을 때에는 수영장과 식당 등 부대시설을 갖춘 리조트호텔도 들어섰지만 여전히 일반인들이 거주하는 곳은 아니었다.
꼬레이도섬의 선창가를 떠나면 우선 태평양전쟁의 영웅 맥아더장군의 동상이 방문객을 맞아 준다. 얼마전 우리나라의 일부 진보세력이 인천의 자유공원에 있는 맥아더장군의 동상을 철거하려고 하여 소란을 피운 적 있었는데, 맥아더 장군이 나는 아직도 건재하다는 뜻인지 한 손을 높이 들고 서 있는 모습이 당당하게 보인다. “노병은 죽지 않고 사라질 뿐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지만 그는 꼬레이도섬에서는 영원히 이 섬을 찾는 방문객을 맞아 주고 있을 것이다.


곳곳에 파괴된 건물들이 숲 속에 보이고, 길 바닥에는 탄피들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름이 mile long barrack 으로 소개된 파괴된 벽돌건물은 맥아더사령부가 있었던 곳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병영건물이라고 하는데 이름처럼 실제 1마일 정도는 아니라 상징적인 이름인 것 같았다. 장교들의 숙소도 보이고 YMCA건물도 보이는데 섬 전체가 군인들을 위한 하나의 도시역할을 한 것이었다.
역시 전쟁의 흔적은 폐허된 건물 보다는 녹슬은 대포 등의 무기에서 더 실감나게 느끼게 된다. 1908년에 완공된 Battery Crockett, 1914년에 완공된 Battery Way, 1921년에 완공되었다는 Battery Hearn 등의 포병부대를 찾아보면 어른의 얼굴이 들어갈 만한 직경의 장거리포에 놀라게 된다. 믿거나 말거나 차원의 얘기인지는 몰라도 이 대포를 시험발사 하던 날 섬 안의 모든 건물의 유리창이 깨졌다는 얘기도 전해진다고 한다.


엄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