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24 (월)

  • 구름많음동두천 28.2℃
  • 구름많음강릉 25.9℃
  • 구름많음서울 27.3℃
  • 구름조금대전 29.7℃
  • 구름많음대구 31.5℃
  • 구름조금울산 30.2℃
  • 박무광주 26.4℃
  • 흐림부산 25.2℃
  • 구름많음고창 26.9℃
  • 맑음제주 28.6℃
  • 구름조금강화 25.3℃
  • 구름조금보은 29.0℃
  • 구름조금금산 28.3℃
  • 구름많음강진군 27.7℃
  • 구름조금경주시 32.4℃
  • 흐림거제 23.6℃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종교칼럼-삶-천주교서울대교구홍보실장 허영엽신부]과부는 보호자가 없는 불쌍한 사람


성서에서는 ‘고아와 과부"를 가장 불쌍한 사람으로 꼽는다. 오늘날로 말하자면 ‘고아와 과부"들은 가난이나 질병이나 신체장애, 사회 환경적 이유 등으로 인해 생활 능력이 없는 모든 사람들을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남자에 비해 여자의 신분이 절대적으로 불평등했는데 남편이 없는 과부의 경우에 생활의 어려움은 더 컸을 것이다.


성서에서 ‘과부’는 대부분의 경우에 단순히 남편이 죽어서 혼자 사는 여자라는 신분만을 뜻하지 않는다. 성서에서 가르치는 과부는 우선 경제적으로 빈곤한 사람, 남편이나 아들등의 경제적인 뒷받침이 전혀 없는 여자를 가리킨다. 또는 법적 보호자나 후원자가 없는 여자를 일컫기도 했다.
과부는 이스라엘 성서시대의 현실에서 고아와 함께 최우선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약자로 규정되어 있다. 그 과부가 억울한 일을 겪었을 때, 어디에도 호소할 데가 없는 현실이 유지된다면 그 현실은 이 과부에게 이중의 고난을 지우는 셈이다.


남편이 먼저 죽으면 미망인은 과부의 옷차림을 해야했다. 과부가 된 여자는 아들이 없으면 고인의 형제와 살 수 있었다. 또는 자신의 친정으로 돌아가거나 나이가 젊고 지참금이 충분하면 재혼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아들이 있거나 남편이 남긴 재산이 있으면 아들과 함께 살다가 아들이 장성하면 재산권을 물려주고 어머니를 돌보았다.


일반적으로 성서에서 말하는 ‘과부’는 대부분 어린 자식들을 데리고 보호자 없이 가난하고 외롭게 살아가는 젊은 여인을 지칭했다. 이러한 과부들은 특히 고아와 이방인과 함께 사회의 가장 밑바닥의 빈곤층을 이루었다. 그래서 과부는 공동체가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사람이었다. 이스라엘 백성이 과부들에게 쏟아야 하는 특별한 관심과 사랑은 고아들의 경우와 근본적으로 같았다.


이스라엘의 율법에는 약자보호법이 있었다.“과부들과 고아들을 괴롭히지 말아라.”(출애굽 22,20참조) 과부들에게 반드시 친절하게 말해야 하고 예의를 지켜, 육체적으로 힘든 일을 시킨다거나 감정을 해치는 말을 해서도 안되고 그들의 재산을 자기의 재산보다 더 잘 돌보아야 했다. 과부들을 불쾌하게 만들거나 화나게 한다든지, 그들을 괴롭히거나 학대한다든지, 금전적인 손해를 입힐 경우에는 죄를 범하는 것이 되었다. 과부들을 억눌러 그들이 하느님에게 부르짖으면, 하느님은 그들의 부르짖음을 들어줄 것이라고 믿었다.(출애굽 22,22참조).
이처럼 이스라엘 공동체는 과부들을 보호하는 전통이 있었다. 과부들을 보호하는 구약의 전통은 신약시대에도 이어졌다.


예수님께서는 겉으로는 열심한 신심을 가진척하면서 뒤로는 힘없는 과부들을 약탈하는 사람들을 단죄하셨다. 그리고 외아들을 잃은 과부를 위로하시고 그 아들을 다시 살려주셨다.
예수님께서는 과부를 비롯하여 억압받는 이들과 착취당하는 이들을 보호하셨다. 이러한 예수님의 가르침은 초대 교회 공동체에서도 과부들을 특별히 돌보았다. 또한 고통중에 과부들과 고아들을 돌보는 일은 하느님을 진정으로 섬기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오늘날에도 보호자가 없는 사람은 많이 있다. 물론 재물이 없어서도 불쌍하지만 나를 대변해줄 사람이 없다는 것은 큰 고통이 아닐 수 없다. 오늘날에도 불쌍한 사람을 도와주는 것은 바로 하느님의 뜻이 아닌가한다. 특히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지나치지 않고 필요한 것을 줄수 있다면 얼마나 보람있는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