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 혜
·시인, ‘서울문학’등단
·해피스마일 치과
까페 피라미드의 여자
돌계단을 내려간다
암호도 없이 문이 열리자
훅, 온 몸에 당겨 붙는 기원전의 냄새
피라미드 텅 빈 석실 안으로 들어간다
창백한 여자 벽에서 나와
술병과 말라비틀어진 살점들 씨앗들을 들고 와서 앉는다
거품 부글거리는 잔을 연신 입술에 대며
여름을 함께 즐길 안토니우스를 찾는 클레오파트라
남편의 무능함과 외도를 안주 삼아
지루한 생을 질겅이고 있는 여자
어느 전생에선가, 비장한 마음으로 함께
손목 잡고 독사에게 내밀었을 것도 같은 여자
호롱불 바람에 일렁이자
돌 벽 속의 코끼리 낙타와 이집트 사람들이
흐느적거리며 춤을 추기 시작 한다
오늘 밤, 그녀는 어느 파라오와 함께
코끼리 한 마리 끌어내어 몸을 맡기고는
한 사막을 가볍게 건너가리라
다시, 시간의 강을 거슬러 올라온다
내 뒤를 따라온 전갈 한 마리
발뒤꿈치를 물린 것 같다
내일이 나를 밖으로 낚아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