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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의 향연 치과의사문인회](수필)황금 목걸이/이재윤


오늘은 서른 아홉살 용순아줌마의 중학교 동창으로 구성된 계추모임이다. 용순이의 중학교는 대구 근교 어느 시골 중학교였는데 한 학년에 두 학급이 있지만 여학생이 스물 몇 명밖에 되지 않아 남녀가 반반이 섞인 남녀공학반에서 공부를 했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 삼학년 때인 2년 전에 동창회가 결성되었는데 일년에 네번씩 모이곤 했다. 그것이 모자라 자주 만나는 여자들 열 두명이 계를 만들어 매달 모였는데 한 달에 오천원씩 내어 식비 삼천원을 지불하고 남은 이천원을 모아 1년에 한 명씩 금목걸이를 해준다.


용순이도 결혼할 때 남편 될 사람으로부터 결혼 선물 1호인 다섯 돈쭝 황금목걸이를 받았다. 1년전에 영세사업을 하던 남편이 돈을 좀 떼였는데 설상가상으로 사업이 잘 되지 않아 생활비가 절반으로 줄어들어 둘째 아이놈 태권도 보낼 학원비가 없어 남편 몰래 목걸이를 금방에 팔아 버린 것이다.
마침 지난달 동창계추날에 심지뽑기를 했는데 제일 먼저 용순이가 당선되어 다섯 돈쭝 금목걸이를 타게 된 것이다. 그런 동창계추에 감사하는 마음도 있고 해서 오늘은 더욱 더 계추에 늦지 않으려고 서둘렀다.


목욕탕에서 얼굴을 한번 훔치고 서둘러 화장을 하고 버스를 탔다. 이제야 마음의 여유가 좀 생긴다. 차창가를 바라보니 마침 황금빛 벼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오늘 따라 버스가 유난히 만원이다라고 생각했는데 날짜를 헤아려보니 추석 단대목이다.
버스를 탄 여러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모두가 저마다 희망을 품은 듯 밝은 표정이다. 용순이는 “나 역시 그들 중에 당당히 한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하며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버스안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사뭇 다른 섬뜩한 표정을 지은 한 남자가 눈에 띄었다. 아뿔싸! 그 남자는 작은 가위로 옆에 서 있는 어느 부인의 목걸이를 끊고 있지 않는가! 용순이는 순간 가슴이 방망이질을 했다.


지난 여름 안산밭에 가서 고추를 따기 위해 손을 내미는데 고추나무 아래에서 또아리를 튼 검은 독사의 눈과 마주쳤을 때처럼 머리칼이 쭈뼜섰다.
용순이는 순간 얼어붙어서 꼼짝을 할 수도 말을 할 수도 없었다. 벌린 입을 못 다물고 그냥 그 남자를 바라보고 있으니, 그 남자가 손가락을 입술에 갔다대며 ‘쉿’했다.
그리고는 가위로 포도송이를 끊어 소쿠리에 담는 것처럼 그 남자는 날렵하게 목걸이를 주머니에 넣고 가위로 용순이를 겨누며 위협을 했다. 입만 떼면 찌르겠다는 뜻이다. 다음 정류장이 가까워 오자 그 남자는 출입문 쪽으로 서서히 이동을 했다.
이제야 간신히 정신을 가다듬은 용순이는 허전한 듯한 자기의 목을 만져보았다. 목걸이가 손에 잡히지 않았다. 아직 멍에를 끼우지 않은 송아지처럼 목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눈을 내리깔고 보아도 목걸이는 안보였다.


순간 용순이는 재빨리 출입구 쪽으로 몸을 날렸다. 그 남자는 버스에 내려 뒷골목 쪽으로 막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용순이는 골목으로 달렸다. 너무나 급하게 달렸기 때문에 용순이는 골목 앞으로 넘어질 것 같았다.


지난 가을에 운동회 때도 넘어졌지만 용순이는 생각했다. ‘이것은 운동회가 아니야’ 이를 악물고 넘어지지 않았다. ‘넘어져도 그놈의 등 뒤에 넘어지겠다’ 생각하며 필사적으로 달렸다.
드디어 그 남자의 옷깃이 용순이 손에 잡혔다. “내 목걸이 내놔라! 이 도둑놈아” 갑자기 기습을 당한 그 남자는 길바닥에 나뒹굴어 떨어졌다.


그 남자는 일어서며 “이년이 죽을려고 환장을 했나” 하면서 발길로 용순이를 걷어차고 도망가려 했지만 한쪽 다리를 잡은 용순이는 손을 놓지 않는다.
그 남자가 머리채를 흔들어도 주먹으로 등을 구타해도 거머리보다 더 질기게 매달리는 그녀를 뿌리칠 수 없었다.


이러다가 골목에서 사람이라도 나타난다면 붙잡힐지도 모르는 일이다. 초조해진 그 남자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금 목걸이 다섯 개를 꺼냈다.
“이년아 어느 것이 네 것이냐?”


용순이는 다섯 개의 목걸이를 보았지만 자신의 다섯돈쭝 목걸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