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28 (토)

  • 구름많음동두천 22.4℃
  • 구름많음강릉 23.7℃
  • 맑음서울 24.0℃
  • 구름많음대전 24.7℃
  • 구름많음대구 23.5℃
  • 구름조금울산 24.7℃
  • 구름많음광주 25.8℃
  • 구름조금부산 27.9℃
  • 구름조금고창 26.8℃
  • 구름조금제주 27.7℃
  • 구름조금강화 23.1℃
  • 구름많음보은 23.4℃
  • 구름많음금산 24.8℃
  • 구름많음강진군 25.9℃
  • 구름많음경주시 24.7℃
  • 맑음거제 25.1℃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의료분쟁 해법찾기(17)]종강을 하며…


올연말의 최대화두는 당연히 황우석 교수의 논문조작 사건일 것이다. 세간의 모든 화제거리를 잠재우고 연말에 모든 매체의 머리기사를 장식했다.


의료분쟁의 이번 학기 마지막 강의도 황우석 교수의 논문조작 사건이 소재가 되어 전개되었다.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발표가 이 지루한 공방의 매듭을 풀어가고 있는 것 같다. 아직도 더 조사할 일이 남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조사하여 발표한 내용 중에는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워 황당할 수밖에 없는 일들이 사실로 밝혀졌다.
사실 필자에게는 그리 황당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사실은 없었다. 왜냐하면 그러한 일들을 주변에서 많이 보아 왔고 관행으로 익숙해져 왔기 때문이다. 다만 그러한 일이 국내의 학술잡지에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권위가 있는 국제적인 학술잡지에서도 일어났다는 것에 조금 당황스럽다는 느낌이 들었을 뿐이다.


우리의 감추어진 치부가 그만 고스란히 세계 속에 드러났다는 것이 끝내 우리들의 마음을 씁쓸하게 하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사실 이러한 일은 국내 학술지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었던 일(사실 이것도 이러면 안 되지만)이라 언젠가는 문제가 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것이 이번 황 교수의 논문과 관련되어 발생했다는 것이 연말에 이 해를 보내는 우리들의 뒷덜미를 끝내 잡고 마는구나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는 것 같다.


학문을 연구한다거나 논문을 쓴다는 것이 어떤 것이며 이러한 잡지에 논문을 게재하는 것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형성되는 건지 전혀 알 수가 없었던 일반인들에게는 충격이 엄청나게 컸으리라 짐작이 된다. 모든 논문이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한다고만 믿었던 사람들은 그저 황당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서 자성하는 의미에서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이 있는지 짚어보는 시간을 갖는 것은 의료분쟁 뿐만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이 업을 계속해서 영위해 나갈 때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얼마 전 친하게 지내는 치과의사 선배로부터 사진들이 실려 있는 탁상용 달력을 선물로 받았다. 그 선배는 오래 전부터 오지를 여행하면서 사진을 찍는 아마추어 사진작가의 행보를 걸어 왔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작품들을 모아 달력을 만들었다는 것에 다시 한번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되어 자못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달력에 있는 사진들은 그 선배가 10년 동안 여행을 하면서 찍은 귀중한 사진들이었다. 물론 수많은 사진들 속에서 엄선된 것들만 모아 달력의 형태로 편집된 것이었다. 얼핏 보기에 유명사진들을 복사해서 놓은 것처럼 보일수도 있는 사진들이었다. 또 대개는 이런 저런 곳에서 사진들을 복사하거나 짜깁기를 해서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그 사진들은 100% 순정품인 것을 내가 잘 알고 있다.


시간이 날 때 마다 여행용가방을 들고 이리 저리 다니면서 사진을 직접 찍어 모아 온 것을 옆에서 지켜보아 왔기 때문에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장담할 수가 있었다. 오랫동안 노력하고 공들인 결과를 하나씩 차근차근 모아 온 것들의 결실을 보고 있노라니 새삼 우리들이 연구를 하여 그 결과를 논문으로 만드는 과정과 견줄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추어 사진작가로서 기본에 충실한 작업과정을 옆에서 보아왔던 한 사람으로서 아낌없는 칭찬을 보내 주었다. 무엇보다도 사진의 질이나 작품성 등을 평가하기 이전에 자신의 사진을 하나하나 경험하면서 여러 가지 난관을 극복해 가는 과정이 정직하게 그리고 열정적으로 표현이 되어 있었다.


거짓과 가짜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자신의 작품을 평가받기 위한 기본 요건을 갖추었다고 말할 수 있다. 황 교수의 논문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것이 바로 이점일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평가받기 위해 그러한 기본적인 요건을 정직하게 충족시키고 성실하게 준비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힘든 일인가를 황 교수의 논문조작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그러한 노력에 후한 점수를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