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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의 향연 치과의사문인회](시)등허리 아픈 날 /이 영 혜

이 영 혜

·시인, ‘서울문학’등단
·해피스마일치과

 

수평이 되고 싶은 때가 점점 많아진다
강보에 누워 세상을 시작했지만
두발로 몸 세우기를 배운 후부터는
더 높이 더 위로만 내달으려 애써왔다
수직은 수평을 버릴 때 얻을 수 있는 것
옆은 볼 필요 없다, 위만 보아야 했다
그림자 길게 누인 미루나무도
옆으로 옆으로 줄 달리는 전봇대도
긴 팔 휘청이며 일하는 타워크레인도
수직이 허물어지면 삶은 끝난다

서서히 기울어 가는 나의 수직
아무에게도 기댈 수 없는 힘겨움을
수평이 조금씩 파먹으며 늘려간다
직립을 포기하고픈 퇴화의 시간
뱀처럼 등뼈를 눕히고 싶다
다시는 기둥 곧게 세울 수 없는 날의
꼿꼿한 그림자가 언뜻언뜻 창에 비친다
오래 서 있었던
뼈와 근육 힘줄이 아우성친다
등허리가 많이 아픈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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