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7 (수)

  • 구름조금동두천 3.4℃
  • 구름조금강릉 7.1℃
  • 박무서울 3.6℃
  • 연무대전 5.9℃
  • 연무대구 8.9℃
  • 연무울산 10.0℃
  • 박무광주 7.8℃
  • 맑음부산 9.8℃
  • 구름조금고창 7.6℃
  • 흐림제주 11.8℃
  • 맑음강화 3.8℃
  • 구름조금보은 5.6℃
  • 구름조금금산 6.5℃
  • 구름조금강진군 8.9℃
  • 구름조금경주시 8.6℃
  • 맑음거제 10.8℃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문인의 향연 치과의사문인회](시)등허리 아픈 날 /이 영 혜

이 영 혜

·시인, ‘서울문학’등단
·해피스마일치과

 

수평이 되고 싶은 때가 점점 많아진다
강보에 누워 세상을 시작했지만
두발로 몸 세우기를 배운 후부터는
더 높이 더 위로만 내달으려 애써왔다
수직은 수평을 버릴 때 얻을 수 있는 것
옆은 볼 필요 없다, 위만 보아야 했다
그림자 길게 누인 미루나무도
옆으로 옆으로 줄 달리는 전봇대도
긴 팔 휘청이며 일하는 타워크레인도
수직이 허물어지면 삶은 끝난다

서서히 기울어 가는 나의 수직
아무에게도 기댈 수 없는 힘겨움을
수평이 조금씩 파먹으며 늘려간다
직립을 포기하고픈 퇴화의 시간
뱀처럼 등뼈를 눕히고 싶다
다시는 기둥 곧게 세울 수 없는 날의
꼿꼿한 그림자가 언뜻언뜻 창에 비친다
오래 서 있었던
뼈와 근육 힘줄이 아우성친다
등허리가 많이 아픈 날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