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28 (토)

  • 구름많음동두천 22.4℃
  • 구름많음강릉 23.7℃
  • 맑음서울 24.0℃
  • 구름많음대전 24.7℃
  • 구름많음대구 23.5℃
  • 구름조금울산 24.7℃
  • 구름많음광주 25.8℃
  • 구름조금부산 27.9℃
  • 구름조금고창 26.8℃
  • 구름조금제주 27.7℃
  • 구름조금강화 23.1℃
  • 구름많음보은 23.4℃
  • 구름많음금산 24.8℃
  • 구름많음강진군 25.9℃
  • 구름많음경주시 24.7℃
  • 맑음거제 25.1℃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김동주의 지구촌 여행]이집트 룩소 공항/‘태양신’이 날 사랑하나봐!


비행기표 없어 쩔쩔 매다가
오마샤리프 담배 두갑 덕에
탑승 ‘행운’ 오, 태양신이여!

 

태양이 이글거리는 이집트의 사막에서 거의 일주일을 지내니 온 몸이 벌겋게 달궈졌다. 우리는 여름휴가를 다녀오면 까맣게 탔다고 하지만 정확히 표현하자면 벌겋게 익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아부심벨과 아스완을 거쳐 룩소를 마지막으로 돌아보고 카이로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려고 택시를 타고 서둘러 룩소 공항에 도착하니 연결편이 약 2시간 연착한다고 하여 맥 빠지게 되었지만 그보다도 더 큰 문제는 비행기 좌석이 없다는 것이었다.
원래는 전날 카이로행 비행기로 가기로 예약이 되었지만 워낙 볼거리가 많은 곳이라 예정한 날 떠날 수가 없어서 하루 연기한 것인데 성수기가 아니라 항공좌석이야 있겠지 하고 방심한 것이 화근이었다. 물론 하루 더 체류하면 되지만 그렇게 되면 카이로에서 버스를 타고 시나이반도와 팔레스타인 자치구역인 가자지구를 거쳐 이스라엘로 올라가는 육로여행을 취소해야 하기 때문에 무척 아쉽게 된 것이었다.


예약단계에서야 waiting으로 한 다음 여행을 취소하는 승객을 기대하면 되는 것이지만 이미 보딩패스 발급이 끝난 터라 뾰족한 방법이 없는 것이었다. 아직은 비행기에 입석표가 있다는 얘기를 들어보지는 못했으니 달리 방법이 없어서 마음 같아서는 다른 승객을 매수하여 보딩패스라도 빼앗고 싶은 심정이었다.
룩소 공항의 체크 인 카운터 주변에는 대기자명단에 올랐다가 비행기를 타지 못한 일부 승객들이 많았는데 한결같이 비수기에 웬 좌석이 없냐며 의아하게 생각하고 기차역으로 발길을 돌리기 시작하였다.


나도 별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땀 좀 식힐 겸 에어컨이 빵빵하게 찬 바람을 뿜어대는 체크 인 카운터 앞에 서성거리고 있었다. 그때 탑승수속이 끝난 이집트항공 체크 인 카운터에서 항공권과 서류를 정리하던 이집트항공 직원이 오늘 할 일은 다했다는 듯이 크게 한 숨을 쉬며 주머니를 뒤적거리니 필경 담배를 찾는 것 같았다. 나는 얼른 반사적으로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그에게 권했다. 일주일 전 카이로에서 아부심벨로 갈 때 카이로공항에서 써 먹었던 방법을 또 시도한 것이다. 그땐 예약된 항공편이 공항에서 갑자기 출발 직전에 취소 되는 바람에 후속편 예약을 배정받았어야 하는데 이집트출신의 세계적인 명배우인 오마샤리프의 이름을 딴 국산 담배 덕에 바로 다음 항공편에 탑승할 수 있었던 것이다. 사실 나는 담배를 피지 않지만 여행 다닐 때만 접대용으로 담배를 가지고 다니는데 애연가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양담배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담배 맛이 어떠니?"


“어… 좋은데, 이거 너의 나라 담배니?"
“맞아, 이거 오마샤리픈데 한국에서 제일 고급담배야."
“어! 너 일본사람이 아니었구나? 여기 한국 사람은 혼자 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던데!"
“어… 나는 혼자다니는게 좋아."
“그런데 오마샤리프 담배가 왜 한국에서 나오냐?"
“무슨 소리야… 한국에서 오마샤리프가 얼마나 유명한데, 오죽하면 그의 담배까지 나오냐, 화장품도 있는걸?"
“그래? 오마샤리프가 한국에서도 그렇게 유명해? 거 담배갑 좀 보자."
나는 얼른 오마샤리프의 영문이름이 선명한 담배갑을 그에게 건넸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다른 공항직원들이 몰려들었다. 그가 외국인한테 그것도 이집트에서 많지 않은 동양인한테 담배를 넘겨받은 것을 보니 구미가 당겼을 것이다. 그들은 담배갑을 번갈아 뒤집어 보면서 호기심을 갖고 구경하였다.


“어… 너네 들도 하나씩 맛 봐…."
“야… 맛 좋은데!"
“그런데 너 무지하게 탔구나. 화상 입은 것 같이 보이는데…."
“그래… 내 얼굴이 많이 벌겋게 되었지? 내 요리사가 너무 익혔어!"
“네 요리사라니… 누구 말이냐?"
“아! 내 요리사? 아몬라(이집트태양신)!"


“깔깔깔…."
그 친구와 나 사이에 대화의 물꼬가 터진 것이었다.
“아! 그런데 오늘 카이로까지 꼭 가야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