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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답사기행(38)]월출산 명소 "영암" 기암마다 두둥실~ 달이 병풍을 친듯

 

 

남도로 향하는 걸음이
그리 기쁘지 않는 것은
겨울 들어 유난히 혹독하게
쏟아진 눈 때문이다.
남도에는
늘 봄 같은 날만 있는 줄 알았더니
이번 겨울이 무척 매섭다.
농부들의 근심이 계절을 가리겠는가마는
사계절 농사를 짓는 요즘에는
겨울이라고 해서
안심할 처지는 아닌가 보다.
무거운 발걸음을 남도로 옮긴다.
흔히 남도라고 하면
전라도하고도 광주 아랫 고을을 이야기 하니
나주, 영암, 강진, 해남, 진도, 완도, 보성, 장흥일대를
일컫는 것이 된다.

 


신령의 기운 넘치는 바위 ‘영암’
왕인·도선 등 큰 인물 많이 나와
‘달 구경’ 전망은 국도변이 최고
구림마을 전통고가 “이리 오너라”
도갑사 가면 국보 “해탈문’이 반겨

 

넉넉한 인심과 맛깔스런 먹거리가 있고 그것을 만들어낸 푸근한 산천이 펼쳐져 있는 남도 여행은 부푸는 기대가 발걸음보다 앞선다. 곧게 뻗은 도로가 낮은 언덕을 넘기는가 하면 의외로 높은 고개를 넘기도 하지만 그래도 운전자에겐 한결 편안한 길이다. 눈 쌓인 언덕 너머로 붉은 황토가 느릿느릿 보이고, 들에는 보리싹이 고개를 내밀었다. 그래서 남도의 겨울은 한결 여유로우면서 서정이 깊다.


영암으로 가는 길은 큰 도시 광주를 지나야 한다. 도시를 지나야 한다는 것은 여행자들에겐 곤혹이다. 겨우 도시를 벗어났더니 다시 교통체증 가득하고 아파트가 숲을 이룬 삭막한 도시를 지나야 하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남도땅(영암, 강진, 해남 등)으로 가는 길은 광주를 비켜갈 수 있는 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광주로 들어가지 않고 장성 즈음에서 일찌감치 길을 돌려 외곽으로 가는 길이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목포로 들어오는 방법도 있지만 나는 광주로 가는 길을 선호한다.


농부의 필요에 따라 휘어져 자란 배나무가 들에 가득한 나주를 지나 영암읍이 저만치 보이면 실루엣으로 다가오는 산세가 심상찮다. 월출산이다. 월출산은 놀랍다. 한동안 높은 산을 볼 수 없다가 갑자기 우뚝 솟은 산이 나타나니 여행객으로선 경외감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다.

 

신라때는 월나산(月奈山), 고려때는 월생산(月生山)이라 했다고 하니 달과 관련이 깊은 산이라 하겠다. 나는 아직 월출산 기암에 걸린 달을 보지 못했지만 영암을 고향으로 둔 지인에게 그 환상적인 모습을, 달밤의 풍경을, 때때로 들었다. 영암읍내에서 월출산으로 가다보면 들 가운데‘전망 좋은 곳’이라는 표지가 있다. 아무리 봐도 전망 좋은 곳이 아닌데 왜 이곳에 세웠을까! 내내 궁금했다. 그러다 얼마 전에야 알게 되었는데 달밤에 월출산을 전망하는 곳이었다. 월출산을 가장 장엄하게 보고 싶으면 영암에서 강진으로 가는 국도변에서 봐야 한다.‘오전’에 바라보면 웅장하고 기기묘묘한 바위봉우리들이 그림처럼 펼쳐있다.


다산 정약용은 강진으로 상심의 유배를 떠나면서 월출산의 모습을 보며 도봉산을 생각했다고 한다. 언제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지 알 수 없는 다산의 마음이 도봉산을 먼저 생각게 했던 것이다. 나는 영암보다 강진과 해남을 먼저 알았다. 남도답사일번지 강진을 향해 저돌적으로 차를 달리다 문득 고개를 돌렸을때 내 눈에 읽힌 월출산은 내 인식속에 영암을 강하게 새겨 놓고 말았다. 돌아오는 길에 다시 그 길을 지나치며 보았던 ‘오후’의 월출산은 산 그림자로 속내를 감추고 어두운 겉모습만 보여주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그림자 속으로 잠긴 월출산의 모습은 장엄하였다. 월출산은 영암과 강진에 주소를 두고 있다. 그러나 영암쪽에서 보는 월출산의 모습이 아름다워 영암의 상징으로 이야기된다.


전설에 따르면 월출산에는 움직이는 바위 세 개가 있었다고 한다. 그 바위들의 기운으로 산 아래 고을에 큰 인물이 난다고 하여 중국 사람들이 이곳까지 와 바위를 산 아래로 굴렸다고 한다. 그 중에 한 바위가 도로 기어 올라갔다. 그 신령스러운 바위가 있다고 하여 영암(靈岩)이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