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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주의 지구촌 여행]낮과 밤이 다른 ‘라마단 풍경’ 카이로 방송국과의 인터뷰


낮엔 철저히 금식…물 한병 구하기 힘들어
해가지면 카페 등서 공연보며 특별 외식
허약자·병자·여행객은 금식 제외
합리적이고 엄격한 신앙심 인상적

3년전 아프리카 여행길을 마치고 한국행 비행기를 타려고 카이로에서 머무를 때의 일이다. 보통 내가 외국여행에 나서게 되면 현지인 중산층들이 많이 이용하는 호텔에 묵게 된다. 여행경비를 절약하려는 차원은 아니고 이왕이면 현지인들의 생활 속에 파고들어야 생생한 여행체험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카이로는 한국으로 돌아오는 경유지로 택한 것이어서 아프리카 여행에 지친 몸을 추스릴 겸 나일강가에 있는 힐튼호텔에서 묵게 되었다.


마침 내가 카이로에 도착한 날은 라마단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그때 여행의 목적은 동아프리카의 노예무역의 중심지였던 탄자니아의 잔지바르를 둘러보는 것이었지만 일부러 라마단기간을 여행시기로 택한 것은 아니었다.


라마단은 이슬람사회에서 종교적 의미가 큰 행사이다. 금식이라고는 하지만 계속 굶을 수는 없는 것이고 낮에만 금식하고 해가 진 다음 저녁식사는 하는데 오히려 종교적인 이유가 있는지 모르지만 평소 때의 저녁식사와는 다른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라마단기간이라 해도 모든 사람이 금식을 하는 것은 아니다. 허약자, 병자 등은 예외가 된다고 한다. 또 여행하는 사람들도 예외가 적용된다고 한다. 어찌보면 엄격한 쿠란의 율법만 생각하는 우리들의 선입관을 가지고 보면 의외로 이슬람이 합리적인 요소가 많다는 것도 알게 됐다.


라마단 기간 동안 힐튼호텔에서는 앞 정원에 커다란 텐트를 가설해 임시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낮에 단식을 한 가족들이 특별 외식하러 오는 손님(물론 여기에 오는 사람들은 이집트에서 부유층에 속한 사람들 뿐이다.)을 맞기 위한 것이고 특설무대도 마련돼 밴드와 가수의 공연도 있었다. 내가 텐트 카페 안에서 흥겹게 노래하는 가수의 연주와 카페모습을 갈라진 텐트 밖에서 카메라에 담는 모습을 본 지배인은 안으로 들어와서 촬영하라는 손짓을 하였다.


반복되는 멜로디와 빠른 템포가 특징인 아랍음악은 인도음악과 비슷한 면도 있다. 카페의 메뉴를 보니 중동음식 뿐만 아니라 파스타 종류의 이태리음식도 있어서 나는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특설무대가 잘 보이는 테이블에 앉았다. 조금 후 지배인이 다가와 카페의 입구를 가리키며 카이로방송국에서 온 사람들이 나를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나는 여행을 하면 가능하면 현지인들과 만나는 것을 즐기기 때문에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카이로방송국에서 일한다는 그 젊은이는 나의 개인 신상에 관한 것부터 질문을 하였다.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 직업, 카이로여행 목적 등 일반적인 것이었다. 나는 한국인이고 잔지바르를 여행하고 오는 길에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카이로에 체류하고 있다며 그동안 터어키, 요르단, 모로코, 말레이시아 등의 이슬람권 나라들을 여행한 경험이 있지만 라마단을 지켜보는 것은 처음이라는 얘기를 했다.


그랬더니 갑자기 그 이집트 기자는 나와 인터뷰를 하고 싶다며 육중한 TV카메라를 든 카메라맨을 불러들였다. 그런데 그 카메라맨이 들고 온 카메라를 보고 녹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생방송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깜짝 놀랐다. 생방송이라니! 사실 나는 몇 년전부터 케이블TV(리빙TV)와 KBS-TV에서 여행관련 방송을 진행한 경험이 많았기에 생방송이라도 TV출연이 그리 부담스런 것은 아니었지만 문제는 아무런 준비도 없이 영어로 인터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때서야 이런 인터뷰는 못하겠다고 거절하니 그 방송국에서 온 젊은이는 당황하기 시작하였다. 주변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유럽인들이 몇 명 보였지만 그들로서는 외모가 확연히 다른 동양에서 온 나와 인터뷰를 하는 것이 그림에 좋다고 느껴서 이미 방송국에 인터뷰 대상자를 정했다며 연락을 한 모양이었다. 내가 녹화방송을 제의하니 뉴스에 생방송으로 나가게 된다며 시계를 보며 나를 설득하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