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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의 향연 치과의사문인회](소설)푸른얼 (3)/신 덕 재


봉사 정신으로
진료에 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친목과 우애의 면에서도
소홀함이 없기를 바랍니다

 

 

“먼저 의과 파트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동계 진료에서는 감기약이나 소화제를 처방하는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만 이번 진료에서는 농민들이 겪는 겨울철 신경통에 대해 집중적으로 치료를 하고 관찰을 할 계획입니다.”
“치과 파트에서는 결손치아 환자의 치료, 특히 무치아 환자들에게 틀니를 장착해 주도록 하겠습니다.”


“간호과 파트에서는 우리 자체내의 기구에 대한 소독을 철저히 하고 겨울철 동상에 대한 간병에 중점을 두겠습니다.”
“치위생과 파트에서는 정확한 치솔 사용법에 대해 계몽을 하겠습니다.”
“약과 파트에서는 항생제 남용의 주의점과 농약 사용에 대한 유의점을 슬라이드를 사용하여 알려주겠습니다.”


“임원단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식사 당번은 04시 기상하여 08시까지 아침식사가 완료되게 해 주시고 점심 식사는 12시부터 13시 30분까지 끝나게 해 주십시오. 그리고 저녁 식사는 19시에 마치겠습니다. 다른 회원들은 06시기상, 아침 체조, 아침 식사, 오전 진료는 09시에 시작하여 12시까지 하고, 오후 진료는 14시부터 18시까지이며 저녁 식사 후 21시까지 약품 정리 및 소독을 해 주시고 23시까지 그 날의 평가회를 갖겠습니다. 그 이후는 자유시간입니다. 이상과 같은 행함표에 지장이 없도록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후배들의 평가회가 어설프고 짜임새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창호가 임원이었을 때는 이보다 더 궁색하고 보잘것 없었다. 그때 창호는 선배들로부터 진료가 부진하고 알차지 못하다고 꾸지람을 받았었다. 항상 평가회 때마다 지적을 받는 사항이었다. 오늘도 창호는 후배들에게 잔소리를 할까하다가 영임이의 말이 생각나서 그만 두었다.


“선배님들이 진료를 할 때와 지금과는 사정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선배님들이 진료할 때는 주민들과 행정 당국으로부터 환영을 받았습니다만 지금은 무료 봉사팀이 홀대를 받고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진료의 질은 선배님들이 진료할 때보다 나아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의식은 그 반대입니다. 주민들은 진료를 받는 것이 고맙거나 환영할 일이 아니고, 봉사팀은 주민들을 위해 당연히 봉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환경에서 우리 임원진이 일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비근한 예로 우리의 부식비도 그러합니다. 선배님들이 진료할 때는 주민들이 감자며, 호박이며, 과일을 고맙다고 가져다 주었지만 지금은 파 한단 고추 하나 얻을 수 없고 스스로 사서 조달을 해야 합니다.
이와 같이 주위의 도움 없이 모든 것을 자체적으로 해결하여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선배님들께서 보시기에 마음에 안 드시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래도 주어진 조건 하에서 후배들은 열심히 진료에 임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을 이해 하셔서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너그럽게 애교로 봐 주시고 지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창호가 영임의 생각에 이르렀을 때, 마지막으로 회장인 진부영이가 회원들에게 당부의 말을 하고 있었다.


“과거 선배들이 하던 봉사활동보다 질적인 면에서는 발전을 했습니다만, 대민 관계와 회원간의 친목 문제에 있어서는 다소 미흡한 점이 있습니다. 봉사 정신으로 진료에 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친목과 우애의 면에서도 소홀함이 없기를 바랍니다.”

 

 

 

신 덕 재

·수필가, 1995년 ‘포스트모던’등단
·서대문구 중앙치과의원 원장